[오후여담]수단 엑소더스

2023. 4. 25. 11: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수단은 아프리카의 젖줄인 청나일과 백나일강이 만나고 홍해에 접해 있어 한때 손꼽히는 곡창지대였다.

지금은 오랜 내전으로 관개 시설이 망가져 식량 대부분을 수입하는 굶주림의 나라가 됐다.

수단은 1956년 독립 이후 1972∼1983년을 빼고는 내전이 끊이지 않았다.

남수단에서 발견된 유전도 기름을 부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철호 논설고문

수단은 아프리카의 젖줄인 청나일과 백나일강이 만나고 홍해에 접해 있어 한때 손꼽히는 곡창지대였다. 지금은 오랜 내전으로 관개 시설이 망가져 식량 대부분을 수입하는 굶주림의 나라가 됐다. 수단은 1956년 독립 이후 1972∼1983년을 빼고는 내전이 끊이지 않았다. 주로 북부 아랍계의 이슬람 원리주의와 이에 맞선 남부 아프리카계 무장세력의 유혈 분리 투쟁이었다. 남수단에서 발견된 유전도 기름을 부었다.

1·2차 내전 기간 동안 200여만 명이 기아와 질병으로 사망하고, 4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남수단은 2011년에야 분리 독립에 성공했다. 가장 비극적 장면은 1994년 퓰리처상을 받은 ‘수단의 굶주린 소녀’였다. 그 뒤에 아이가 죽으면 뜯어먹으려고 기다리는 독수리가 끔찍함을 더했다. 사진 기자 케빈 카터는 소녀를 먼저 구하지 않았다는 비난과 어려운 생계에 시달리다 3개월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번 내전은 라이벌 군벌 간의 추악한 권력 투쟁이 원인이다. 압둘팟타흐 알부르한 장군은 정규군의 수장이자 사실상 대통령이고, 그 반대편엔 부통령인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의 신속지원군(RSF)이 맞서고 있다. 다갈로는 30년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의 비호 아래 잔자위드 민병대로 다르푸르 학살을 주도한 잔혹한 인물이다. 지금 RSF는 10만 병력에다 주요 금광을 차지하고 있다. 다갈로는 2019년 알부르한에게 붙어 알바시르 축출 쿠데타에 가세했으나, 3년 만에 다시 알부르한과 골육상쟁을 벌이고 있다. RSF는 주로 수도 하르툼에 포진돼 있어 시가전이 치열하다.

내전은 전방과 후방이 구분되지 않아 더 위험하다. 민족·이념·종교 갈등으로 적대감이 극도로 증폭돼 민간인 학살과 무차별 약탈 등 잔혹 행위가 난무한다. 나라 전체가 무정부 상태여서 국제사회가 손 쓰기도 어렵다. 주요국들이 긴급 철수 작전에 돌입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치누크 헬기와 특수부대 100여 명을 투입했고 영국·프랑스도 공수부대 등을 보냈다. 우리도 ‘프로미스(약속)’란 작전명으로 최정예인 707 특임대와 공군 급유 수송기를 투입해 교민 28명 전원을 무사히 구출했다. 2년 전 카불의 ‘미라클 아프간’에 이어 두 번 연속 엑소더스 작전 성공이다. 다행이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