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벽’ 돌파… 문동주 “생생히 꿈꾸니 이뤄지더라”

정세영 기자 2023. 4. 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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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투수 사상 첫 기록…‘한국야구 신인류’ 문동주
프로야구 새역사 쓴 ‘슈퍼루키’
“올해 160㎞ 던져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나올줄 상상도 못해”
고교 2학년 시절 “150㎞ 목표뒤
그해 152㎞ 찍으며 많은 성장
말한대로 된다는 게 나의 신념”
올 시즌 평균자책점 1.08 완벽

대전=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특급 유망주’ 한화 우완 문동주(20·사진)에겐 최근 ‘한국프로야구의 신인류’라는 수식어가 추가됐다. 그가 지난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국내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시속 160㎞의 벽을 허물었기 때문. 당시 1회 말 1사 후 KIA 박찬호에게 던진 3구째 직구가 투구추적시스템(PTS)을 통해 160.1㎞로 측정됐다. 지금까지 국내 투수가 던진 것 가운데 가장 빠른 공은 롯데 최대성(은퇴)의 158.7㎞였고, 현역 선수 중에선 키움 안우진이 158.4㎞를 찍었다.

마의 160㎞ 벽을 허물자, 문동주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그런데 스무 살의 신인류는 그런 시선을 오히려 즐기는 눈치다. 지난 23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문동주는 “(기록 당시)전광판에도 똑같이 160㎞이 찍혔다면 나도 기분이 좋았을 텐데, 159㎞로 표시됐다. 159㎞는 많이 던져봤기에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면서 “올해 안에 160㎞를 한번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설명했다.

전광판에 표시되는 구속은 야구에서 사용하는 스피드건을 사용해 측정한다. PTS는 고속 카메라와 레이더 기술을 결합해 측정해 서로 오차가 생길 수 있다.

문동주는 지난해 입단할 때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코치, 감독을 하면서 지도한 모든 선수 중 베스트”라고 극찬했다. 올해는 빠른 공과 함께 타자들의 ‘기피 대상’이 됐다. 그의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152㎞로 리그에서 전체 3위. 올 시즌 1군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8, 피안타율 0.109, 득점권에서는 0.083으로 더 강해졌다.

문동주가 야구를 시작한 건 10세 때다. 평소 야구를 즐겼던 그의 부친의 권유로 글러브를 꼈다. 문동주의 아버지는 해머던지기 국가대표 출신인 문준흠(49) 장흥군청 육상팀 감독. 아버지로부터 강한 어깨를 물려받은 문동주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캐치볼을 자주 했다. 그때 야구에 흥미가 생겼고,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화정초를 찾아가 야구부에 들어갔다”면서 “아버지는 내가 전력투구하는 공을 받을 정도의 실력자다. 물론 제대로 잡지 못해 내 공에 맞은 적도 많다”고 웃었다.

투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고교 1년 때. 중학교 때 최고 128㎞이던 구속이 고교에 진학하고 키가 크면서 매우 빨라졌다. 1학년 때 140㎞, 2학년 땐 152㎞를 찍었다. 문동주는 강속구의 비결을 어머니의 ‘집밥’으로 꼽는다. 그는 “구속이 늘어난 계기는 따로 없는 것 같다. 몸이 커졌고, 어머니가 해주신 밥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어머니의 헌신과 뒷바라지가 없었으면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동주는 고교 2년이 되던 새해 첫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등산을 했다. 정상에서 새해 목표를 공유하자는 아버지의 요청 때문. 문동주는 정상에 서서 ‘150㎞를 던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그때는 아버지가 ‘어, 좋은 목표네’라고 하셨지만, 최근 알게 된 건데 ‘우리 아들이 돌았구나’라고 생각을 했다고 하시더라. 그때 이후로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생생하게 꿈꾸면 이뤄진다”고 말했다.

문동주의 롤모델은 키움의 ‘파이어볼러’인 안우진. 역시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다. 24일 경기까지 평균 구속 154.3㎞로, 전체 1위다. 지난해엔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문동주는 “(안)우진이 형 영상을 자주 챙겨본다. 우진이 형의 영상을 보면 진짜 공부가 된다”고 설명했다. 팀 내 1년 후배인 김서현과도 친하게 지낸다. 김서현도 파이어볼러. 지난 23일 LG전에서 159.5㎞를 던졌다. 올해 평균 구속은 154.1㎞로, 안우진에 이어 리그 2위다. 문동주는 “평소 서현이와 구질 등을 놓고 이야기를 자주 한다. 후배지만 배울 것도 있고, 서로 마음이 잘 통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문동주는 올 시즌 개인 목표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대신 ‘건강’ 두 글자를 늘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 그는 “더 큰 목표도 좋지만, 우선은 눈앞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겠다.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게 최대 목표”라며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뛸 기회가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지만 지금은 팀에만 신경 쓰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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