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역설적으로 고물가 조장…노동력 부족에 연준 긴축 도루묵"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역설적이게도 물가가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막대한 투자로 일자리가 늘어도 노동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효과가 수포로 돌아갈 위험이라는 지적이다.
IRA는 국내 청정 에너지생산과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3690억달러의 보조금을 포함한다. 또 반도체 과학법안은 반도체 생산을 미 현지로 되돌리기 위해 인센티브 500억달러를 넘게 제공한다.
연방정부의 막대한 지원에 이미 투자는 붐이 일었다. 하지만 이제 다시 노동력 경쟁이 심해져 또 다른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금리를 올려 경기 과열을 한소끔 식히려는 연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막대한 보조금 시장 왜곡…인력 태부족 우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게리 후프바우어 선임연구원은 FT에 "기업들이 미국으로 와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뽑아서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타이트한 노동시장과 구매사양 조건으로 인해 각종 프로젝트비용은 10% 추가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미 건설협회에는 IRA를 포함한 각종 법안으로 추진되는 프로젝트를 충족하려면 건설 노동자 54만6000명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맥킨지는 미국의 반도체 추진으로 기존의 엔지니어와 기술자 부족 문제가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30년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엔지니어 30만명, 기술자 9만명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맥킨지는 예상한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윌리 시 교수는 FT에 "고임금 일자리를 찬성하지만 그 비용을 고객이 지불하거나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생산성을 높일 가장 쉬운 방법은 자동화"라고 말했다.
IRA와 반도체 법안이 승인된 지난 8월 이후 개발업체들이 약속한 새로운 프로젝트의 투자 규모는 2000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 육성을 위해 미국이 보조금을 지급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은 물가를 높게 유지할 것이라고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지적했다.
그는 이달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열린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제조업 재건을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조만간" 4%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딧스위스(CS), 골드만삭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IRA에 3600억달러 상당의 친환경 에너지 보조금이 포함됐지만 신용은 한도가 없다는 점에서 납세자의 최종 청구액은 1조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
막대한 보조금은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모았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에단 해리스 글로벌 경제 책임자는 "각종 인센티브를 만들고 국내 구매를 요구하는 규칙을 만들면 자유 시장을 왜곡하게 된다"며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은 보조금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탄소화 노력에 물가 압력 고조
IRA는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기후대응의 일환이기도 한데 탈탄소화 노력이 가속화할수록 물가압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경고했다.
컬럼비아대학교의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 책임자인 제이슨 보르도프는 "청정 에너지를 구축하기 위해 매우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풍력 터빈 블레이드를 포함한 모든 부품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르도프는 에너지 공급망을 지정학적 혼란에 덜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은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가치 있는" 대가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비용을 줄이는 것이 바이든의 "최우선 과제"라고 반박했다.마이클 키쿠카와 백악관 공보비서관은 IRA에 대해 "우리 노동자에게 투자하고 우리 경제의 생산력을 늘린다"며 "수천억 달러의 적자가 줄어들 것이다. 처방약 비용과 에너지 효율적 가전제품은 공고요금을 낮추고 전기차 비용도 줄인다. 청정 에너지 생산이 촉진돼 에너지 가격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 그동안 몇 년 동안 저비용 제조기반을 바탕으로 청정 에너지 비용을 낮췄는데 이러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미국이 줄인다는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대만반도체(TSMC)의 모리스 창 서립자는 미국의 반도체 생산기지 이전 노력을 "매우 비싼 헛수고"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브루킹스연구소와 대화에서 TSMC의 오리건 공장에서 생산비용은 대반보다 50% 더 비싸다고 말했다. 보르도프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속도와 규모로 청정 에너지를 확대하려면 공급망의 의미 있는 부분을 중국에 여전히 의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브루킹스 연구소는 미국의 까다로운 허가 절차가 개혁되고 공급망 제약이 완화된다면 IRA의 청정 에너지 인센티브 덕분에 2030년까지 인플레이션이 3~6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p) 낮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IRA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중립적인 시각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비용 절감을 약속는 동시에 탈탄소화와 산업 및 지정학적 야망을 충족하려는 노력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우려한다. 후프바우어 연구원은 "국가 안보를 좁게 제한하지 않으면 경제 효율성에 치명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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