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 통합출범...조정호의 빅픽처 ‘하나’ 넘본다
코스피 거래 첫날 강한 상승
시총 우리금융 가뿐히 넘을듯
메리츠금융지주는 25일 메리츠화재에 이어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통합지주사로서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한다. 통합 지주사에 대한 기대감에 메리츠금융 주가가 날로 상승한 가운데, 메리츠증권 주주에게 새로 발행되는 주식이 더해지면서 시가총액이 우리금융지주를 넘어 하나금융지주까지 내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부터 전날까지 보유한 메리츠증권 주식은 1대 0.16 비율로 메리츠금융 주식으로 전환된다. 소수점은 제하고 변경돼 7주 이상 소유해야 새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다. 소수점만큼의 지분은 25일 종가를 기준으로 한 달 이내 현금으로 지급된다. 메리츠증권은 상장폐지된다.
메리츠금융 주가는 지난 11월 합병을 발표한 이후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2만원대 머물렀던 주가는 24일 4만5450원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 역시 증가해 7조7815억원으로 코스피에 상장한 금융지주 중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바로 아래다.
이날 메리츠증권 주식과 교환되는 신주가 상장되면서 메리츠금융의 시가총액은 우리금융지주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주 교환으로 3660만주 가량 발행되는데, 24일 종가를 기준으로 산출한 시가총액은 9조4450억원에 달한다.
유동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주가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8조 수준의 우리금융지주는 거뜬히 넘기는 셈이다. 이로써 메리츠금융보다 시가총액이 큰 금융지주는 KB금융(19조8527억원), 신한지주(17조8555억원), 하나금융지주(12조3095억원)만 남는다.
메리츠금융이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이유는 그룹 내 재무 유연성 및 효율화를 위해서다. 100% 자회사 구조일 경우 중간배당과 유상증자를 통해 1~2주 안에 그룹 내에서 자본 재배치가 가능하다. 반면, 기존과 같이 계열사가 모두 상장해 있는 경우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배당을 받고 유상증자하는 과정에 최대 1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 이에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도 지주사만 상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그룹 내 의사소통에서도 상장 상태에 머무를 경우 컴플라이언스 등 복잡한 절차가 따른다. 계열사 간 협업 시 상장사별 주주의 이해상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이에 조정호 지주 회장은 지분율이 79%에서 40%선까지 하락함에도 그룹 내 이익이 크다고 판단, 완전 자회사 합병을 단행했다.
이번 합병으로 메리츠금융은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 확대로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에도 메리츠증권·화재·캐피탈은 9000억원을 선순위 출자해 롯데건설 유동성 공급을 위한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 자금을 조성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주사 합병으로 계열사 간 소통과 협업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부 계열사 임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컴플라이언스 등 복잡한 절차가 소요됐고, 이는 최근처럼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의사결정 비효율을 극대화하는 요소”라며 “메리츠 측에서 비효율을 가능한 빨리 제고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합병과 함께 발표된 주주환원 확대 역시 주가 상승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메리츠금융은 지난 11월 자회사 편입 계획과 함께 2023년부터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각 사의 3개년 주주환원율 평균(지주 27.6%, 화재 39.7%, 증권 39.3%) 대비 크게 늘어난 수치다.
메리츠금융은 이날 단일 상장사로서 ‘원 메리츠(One Meritz)’를 완성하기 위해 주주 친화적인 홈페이지를 새롭게 선보였다. 불필요한 정보는 걷어내고 숫자와 간결한 정보에 집중해 주주와 고객 관점에서 정보 습득 편의성을 최적화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숫자로 성장을 보여주겠다’는 영어 문구를 전면에 배치해 대주주 1주와 일반주주 1주의 가치가 동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ESG 파트를 신설해 환경·사회·책임 경영 전략과 사회공헌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보와 더불어 ESG 연간 보고서도 지속 제공할 계획이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는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자본 배분을 통해 더욱 유기적인 재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서로 시너지와 전문성을 제고하고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기 위해 금융 생태계를 확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제인 기자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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