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들, 국채 선물에 기록적인 '숏'…국채수익률 상승 기대하나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 연준(연방준비제도)이 올해 안에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헤지펀들은 국채수익률이 상승할 것이라는데 베팅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로 헤지펀드 투자자들인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최근 국채 선물에서 기록적인 순 숏(매도) 포지션을 구축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으로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미국의 10년물 국채 선물에 대해 129만 계약의 순 숏(매도) 포지션을 나타냈다. 순 숏 포지션은 5주 연속으로 늘어났다.
국채 선물에 대한 숏 포지션은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했다는 뜻이다. 국채 수익률은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웨스트팩 뱅킹의 채권 리서치팀장인 다미엔 맥컬러프는 "헤지펀드들은 현재 시장의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달라붙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려 "표면적으로 보기에 이 같은 대규모 숏 포지션은 조만간 경기 침체가 닥칠 것이란 전망을 반영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가 닥칠 것으로 예상되면 통상 국채 수익률은 하락한다. 연준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채 선물에 대한 숏 포지션은 경기 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장의 모든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 없이 국채 수익률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
국채 선물시장과 달리 스왑시장은 다음달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고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오는 6월에도 금리가 또 한 차례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하지만 올해 말에는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서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레버리지 펀드는 10년물 국채 선물에 대한 숏 포지션을 확대하고 있지만 다른 자산운용사들은 10년물 국채 선물에 대해 롱(매수) 포지션을 늘리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 가능성과 연준의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시장에 향후 금리에 대해 정반대의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JP모간 체이스가 지난주 초에 발표한 국채 투자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채 선물에 대한 롱 포지션은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숏 포지션은 거의 두 달만에 최대로 늘어나면서 중립 포지션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의 과거 국채 투자 실적이 탁월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이 이전에 국채 선물에서 기록적인 숏 포지션을 보였던 때는 2019년이었는데 이후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에는 수년래 최대 수준으로 롱 포지션을 늘렸고 국채 수익률은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2022년에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국채 수익률은 급등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4일 3.5%로 이달 들어 0.03%포인트가량 올랐다. 지난 3월에 0.45%포인트 급락한 것에 비하면 미미한 반등이다.
아울러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년물 국채 수익률보다 크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의 대규모 국채 선물 숏 포지션이 경제와 금리에 대한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제이미슨 쿠트 채권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제임스 윌슨은 헤지펀드들 사이에 현물 국채를 사면서 그 국채 선물에 대해서는 숏 포지션을 취하는 베이시스 거래가 다시 성행하면서 국채 선물에 대한 숏 포지션이 과장되게 늘어났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거래는 국채 가격이 선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졌을 때 국채를 매수하고 선물은 팔아 차익을 취한다. 이 때 차익이 미미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레버리지를 사용하게 된다.
윌슨은 "막대한 규모의 재정 적자와 더 이상은 양적완화(QE)를 기대할 수 없는 세상에서 레버리지 펀드들은 차익 거래의 기회가 발생하면 현물 채권을 사고 선물을 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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