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피해자 특별법 27일 발의···‘선보상 후구상’ 빠질 듯

류인하 기자 2023. 4. 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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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장관 ‘선보상 후구상’ 반대
“전세사기·보증금 미반환 구분해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강서구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열린 임차인 재산보호와 주거 안정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제기되는 ‘선(先)보상 후(後)구상’에 대해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이르면 오는 27일 국회에 발의된다. 여기에는 정부·여당이 제시해온 ‘임차인우선매수권’과 ‘공공매입임대’ 추진을 위한 관련 내용들이 담길 전망이다. ‘선보상 후구상’은 빠질 것으로 보인다.

원 장관은 “야당에서도 굉장히 전향적인 입장표명이 있었기 때문에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단이 협조해준다면 이르면 이번주 내에도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25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전세사기피해자지원센터를 방문해 “범죄인 전세사기와 집값 하락에 따른 전세보증금 미반환은 구분해야 하며, (사기와 단순 미반환 사이의) 회색지대에 대한 분류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전세사기피해주택 공공매입 작업에 착수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집을 낙찰받기 원할 경우 임차인우선매수권 부여와 함께 저리대출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원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전세사기와 단순 전세보증금 미반환, 전세사기 의심은 있으나 명확하지 않은 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분류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또는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특별법 적용을 통한 지원이 가능하지만, 집값하락에 따른 전세보증금 미반환 등 전세사기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에는 지원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깡통전세’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 전세사기특별법 ‘깡통전세’도 구제할까

다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전세사기피해 상담을 받은 사례자들에 대한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간 정보공유가 막혀 있어 전체 피해사례 가운데 ‘전세사기’만 특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전세사기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접수된 피해사례를 취합하고 있다. 그러나 취합된 정보는 각 지자체에 공유되지 않는다. 설령 피해자지원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공유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피해자로 특정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간 정보교환을 통한 세분화 작업이 필요하지만 이 과정이 막혀있는 셈이다.

정부는 현재 공식적으로 전세사기 피해자수 및 피해규모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 정보공유를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자 분류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간 개인정보 공유가 가능하게 법개정을 할 경우 자칫 다른 사안에서 악용될 수 있어 개정도 쉽지 않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실효성있는 대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원 장관은 “국회에서 전세사기가 몇 건인지도 파악하지 않고 있냐고 지적하던데 ‘전세사기’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도 문제”라면서 “적게 보고하면 축소했다고 지적할 것이고, 넓게 하면 불안심리만 조장한다 할 것이지만 당장 전세사기 피해자와 관련한 데이터 공유가 되지 않는 이상 명확한 전세사기 규모를 특정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9월 28일부터 4월 19일까지 약 141일간 HUG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하거나 전화상담을 한 임차인은 총 4300명이며, 서울이 2346명으로 전체의 51%를 차지했다. 경기도가 866명으로 뒤를 이었으며, 인천 532명, 기타지역 411명 순이었다. 지역을 미기재한 경우도 145건 있었다.

서울지역에서는 지난해 10월 숨진 ‘빌라왕’ 김모씨 전세사기 피해자다 다수 거주하고 있는 강서구 화곡동이 968명으로 가장 많았고, 관악(219명), 구로(185명), 양천(179명), 금천(124명) 순으로 많았다. 다만 전세사기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은 사람 전체가 전세사기 피해자는 아니다. 전체 상담 가운데는 집값 급락에 따른 전세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한 상담도 포함돼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상담 초기에는 빌라왕, 건축왕 등 조직적 사기 피해자들이 많았으나 최근들어서는 자산가격 하락으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사건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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