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전세사기 금융 지원책에도…'미봉책' 지적도

정옥주 기자 2023. 4. 25. 11: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금융당국·금융권, 저리대출 등 금융지원 내놔
"집값 100% 전세대출 보증비율 낮춰야"
"전세대출, DSR 규제로 관리해야" 의견도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1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세사기 피해, 당신의 책임이 아닙니다’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출범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4.18. ruby@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각종 지원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택에 대한 6개월 이상의 경매·매각 유예 조치를 단행한 데 이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를 한시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저리로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는 일반형 기준 연 4.15%(10년)~4.45%(50년)인데 저소득청년, 신혼가구, 사회적 배려층 등에 대해서는 최저 3.25%(10년)~3.55%(50년)의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한해 우대금리가 최대한 적용된 수준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전세대출, 구입자금대출, 경락자금대출 등 주거안정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피해자의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최초 1년간 산출된 금리에서 2%포인트를 감면키로 했다. 신한은행은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최대 2년간 2%포인트 감면하고, 주택구입자금대출은 최대 1년간 2%포인트의 금리를 감면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하나은행은 대출 실행 후 1년간 이자를 아예 전액 면제키로 했다.

저축은행 업계도 전세사기 주택의 경·공매 유예와 함께, 전세사기 피해자가 저축은행에 전세자금 대출이 있을 경우 이자율 조정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상호금융권도 나섰다. 신협은 전세사기 주택의 경·공매를 유예하고, 신협 전세대출이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이자율을 조정한다. 본인이 거주 중인 주택을 낙찰 받을 경우 정부 정책이 인정하는 범위 내 대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새마을금고 역시 임대주택에 대한 경·공매 유예, 전세대출 이자율 최대 3%포인트 등의 지원제도를 시행 중이다.

카드업계도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신한·KB국민·현대·삼성·롯데·우리·하나·NH농협·비씨 등 9개사는 피해 고객의 신용카드 결제금 청구를 최대 6개월까지 유예한다. 일부 카드사는 결제대금 유예종료 후 분할상환, 피해 이후 발생한 연체료 면제·감면, 연체금액 추심유예·분할상환 등도 추가로 지원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또 다른 대출을 지원하거나, 이자를 깎아주는 식의 처방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당장 피해자들이 숨통을 트이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전세사기 리스크를 끊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사들 역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경매유예 조치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단순 금융지원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는 보증비율 자체를 낮추고, 전세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주택금융공사·SGI서울보증·주택도시보증공사 등 보증기관들은 현재 금융사의 전세대출에 대해 최대 100% 비율로 보증을 해준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 계약은 상호이익에 기반을 둔 사적 거래이긴 하지만 거래 상대방 위험이 큰 불완전 계약이고, 과잉 대출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지 못하며, 주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가계부채 누적에 따른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전세자금대출의 보증 비율을 낮추는 것은 과도한 전세보증금이 다양한 측면에서 경제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행위"라며 ":정책기관의 메시지를 통해 이들 스스로 전세 계약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주의를 환기하는 것이 간접적으로 유용한 방안일 수 있"고 말했다.

전세대출을 DSR 규제에 포함시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DSR이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현재 차주별 DSR 산정 시 전세자금대출은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 점검'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이 전세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쳐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주택 보유자의 전세거주를 통한 투자수단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됐다.

따라서 보고서는 주택가격 하락시 전세보증금 손실 방지를 위해 매매전세비가 일정 수준(70% 또는 80%)인 경우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제한하는 방안과 함께 ▲전세자금대출 원리금 상환 유도 ▲전세자금대출 DSR 산정에 포함 ▲전세자금대출 보증, 청년·서민·취약계층 중심으로 지원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택에 대한 경매 유예 조치는 바람직한 방향이며, 추후 경매에 나오면 피해자들이 우선 매입할 수 있도록 일부 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하락하면 관리가 되지 않는 LTV 형태의 규제 보다는 DSR 규제를 강화해 전세대출의 건전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