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못 한 연차, 회사 말대로 정말 돈으로 못 받나

송태진 노무사무소 이랑 대표노무사 2023. 4. 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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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 시행해도 보상 회피 어려운 경우 있어

(시사저널=송태진 노무사무소 이랑 대표노무사)

미사용 연차를 보상해 주지 않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인사팀에서 이런 메일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연차휴가를 관리하는 회사라면 7월초에 이런 메일이 직원들에게 날아온다.

From. 회사 인사팀
To. XX팀 김대리
Title. [중요(★)][인사팀] 미사용 
연차휴가 사용계획서 제출 요청 건

임직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주식회사 인사팀입니다. 저희 ○○주식회사는 임직원 여러분의 Work & Life Balance를 위하여 균형 있는 연차휴가 사용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실시하오니 임직원 여러분께서는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협조요청 사항
미사용 연차를 확인한 후(첨부1 참고)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사용 시기를 지정하여 첨부된 서식(첨부2 참고)을 작성하시어 20XX. 07. 13.까지 인사팀에 서면으로 통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인사팀 드림

그리고 연말이 되면 인사팀에서는 "저희 회사는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에 연차휴가를 다 못 써도 돈으로 보상해 주지 않습니다"라며 미사용 연차휴가를 빨리 사용하라고 독촉한다.
이걸 본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한다. "어떡하지. 연차가 많이 남았는데, 연말 프로젝트가 안 끝나서 휴가도 못 가는데." 혹은 "아니 7월에 11월에 쓸 연차를 계획하라고 해놓고 계획대로 연차를 사용 안 했으니깐 돈으로 보상 안 해줘도 된다고? 무슨 법이 이래."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가 막바지 휴가를 즐기려는 인파로 붐비고 있다. ⓒ 연합뉴스

휴가 때 출근하면 보상받을 수 있어

정말 회사는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시행하면, 미사용 연차휴가를 보상해 주지 않아도 되는 걸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보상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차유급휴가'에 대한 용어를 알고 있어야 한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연차라고 하면 다들 이해하지만, 연차의 정식 명칭은 연차'유급'휴가다. 자세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연차'유급'휴가를 '연차휴가'와 '유급' 두 가지 단어로 나누어볼 수 있다. 여기서 '연차휴가'는 1년 미만 근로자부터 근속기간 30년 이상 된 근로자까지 각자의 연차에 맞게 근로계약상 출근해야 하는 날에 근로제공 의무를 면제받아 쉴 수 있는 날이다.

근로계약의 기본 원리상 근로를 제공하지 않으면 근로자는 당연히 임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제공 의무를 면제받아 쉬는 연차휴가를 유급으로 정했다. 따라서 연차유급휴가에서 '유급'이라 함은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날에는 일하지 않아도 1일분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연차휴가 시 유급 처리돼 받을 수 있는 수당을 '연차휴가수당'이라고 한다. 아래에서 설명할 '연차휴가 미사용수당'과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이니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상 일정한 출근율을 충족했을 때 부여받을 수 있는 것으로서 근로의 대가이자 법적 권리다. 그런데 근로자 연차휴가 사용기간(연차휴가 발생일로부터 1년) 도중에 퇴사하거나 그 기간 내에 이유를 불문하고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법원(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다10806 판결)은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는 소멸하지만 연차휴가일수에 상응하는 임금으로서의 연차휴가수당은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 연차'유급'휴가를 구성하는 '연차휴가'와 '유급'이라는 요소 중에서 '연차휴가'가 없어진다 하더라도 '유급'이라는 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받을 수 있는 수당을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이라고 부른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다면 사용자는 연차휴가일수에 대해 미사용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연차휴가 사용을 독려했음에도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사용자의 귀책사유 때문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사용자가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휴가 직원 노무수령 거부 통보해야

대신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연차휴가 사용을 독려하는 방법을 매우 꼼꼼하게 정해 두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의한 연차휴가 사용 촉진이 아니라면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의 지급 의무가 없어지지 않는다. 연차사용 촉진제도는 회사의 연차휴가 관리 기준 및 근로자의 근속연수에 따라 달라지지만 회계연도 기준으로 1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한 연차사용 촉진제도를 시행할 경우 그 절차와 방법은 아래와 같다.

1차 촉진(7월초)
①사용자→근로자: 근로자들에게 연차휴가 미사용일수를 알려주고 미사용 연차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촉구
②근로자→사용자: ①의 촉구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사용자에게 사용 시기를 지정하여 서면으로 통보
2차 촉진(~10월 말일)
③사용자→근로자: ②의 서면통보를 하지 않은 근로자의 미사용 연차휴가의 사용 시기를 사용자가 정하여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 노무수령 거부 통보(7월~연말)
④사용자→근로자: ②(근로자 지정) 또는 ③(사용자 지정)에 의해서 사용 시기가 정해졌음에도 근로자가 해당 일에 출근할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의 노무수령을 거부해야 함

개인적으로는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빈틈없이 시행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근로자가 7월초에 12월17일 휴가를 계획했으나, 1차 촉진을 통해 휴가를 계획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해서든 연말에 업무량이 많아서든 12월17일에 출근한 경우 인사팀에서는 노무수령 거부 통보를 하고 실질적으로 업무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적법하게 시행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에서 정한 촉진 시기도 잘 지켜야 한다. 이런 절차를 밟지 않은 경우 회사는 근로자에게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직원 대부분이 사무직이고 근태를 전산으로 잘 관리할 수 있는 회사라면 그나마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꼼꼼하게 시행하겠지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이처럼 촘촘하게 시행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우리 회사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이 글을 토대로 우리 회사는 어떤지 한번 점검해 보길 바란다. 경험적으로는 상당수 회사에서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가 적법하게 시행되지 못했다. 그럴 경우 근로자에게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근로자들에게 연차휴가는 작지만 매우 소중하다. 부득이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법적인 보상만큼은 놓치지 말고 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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