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장 몸값 너무 비싸” 투자자들 해외로 눈길 돌린다
엔데믹 이후 미·일 골프 수요 증가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 경쟁력 강점
한 때 부르는 게 값이었던 국내 골프장 M&A(인수합병)가 고금리와 경기침체 여파로 침체된 가운데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기지개를 켜지 못하는 모습이다. 매매가에 대한 매도자·매수자간 눈높이 차이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매각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그동안 막혀 있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서 일부 기업 및 개인투자자들의 시선은 비싼 국내보다 일본, 미국, 동남아 등 해외 골프장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일부가 매물로 나와 투자자를 물색하고는 있지만 거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사례가 경기도 곤지암 소재의 큐로CC다. 27홀 규모의 큐로CC는 지난해 초 매물로 나왔다. 당시 홀당 100억원이 넘는 약 3000억원이 매각가로 거론됐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레고랜드 사태 등 시장환경이 얼어붙으면서 매각 작업이 소강상태에 빠졌다. 이후 현재까지 복수의 전략적투자자(SI)들과 물밑에서 인수 검토를 이어오고 있지만 매도자가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여전히 높은 인수가를 희망하고 있어 실제 계약으로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국내 골프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며 인수 열풍이 거셌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2~3배 치솟은 이용료에도 수도권은 물론 지방 골프장까지도 부킹(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호황이 이어졌다.
이같은 현상에 골프장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 2021년 3월 국내 사모펀드(PEF)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경기 이천의 18홀 사우스스프링스CC를 홀당 96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포스코그룹 부동산 관리회사가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를 홀당 약 160억원에 인수하며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이렇다 할 골프장 M&A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바로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는데도 불구하고 매도자들은 눈 높이를 낮추지 않고 매각 기준은 그대로 받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장 인수에 돈을 대던 금융기관,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도 오를 만큼 오른 골프장 가격에 부담을 느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유동성이 축소된 시장에서 여전히 비싼 골프장 투자는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가 안 된 이유는 셀러들의 눈높이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라며 “바이어들 입장에선 EBITDA(상각전영업이익) 등을 감안해서 보면 미래가치에 대해 더 성장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투자자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 쪽 매물 찾는 수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매각자문사는 최근 일본, 미국, 동남아 등 해외골프장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보고 지역별로 매물 리스트를 정리 중이다. 또 투자자들의 의뢰로 현장 매물 조사와 실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골프장이 주목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골프장 대비 저렴한 시세와 높은 투자가치 때문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 봉쇄 해제로 국내 이용자들의 해외 골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투자자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굳이 국내에만 머물며 비싼 그린피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실제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 1~2월 해외골프 패키지 상품 송출객은 지난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240% 급증했다. 인기 여행지로는 여행지에선 일본(35%)이 1위를 차지했고, 태국, 필리핀 등 순이었다.
특히 일본은 비행거리가 가까울 뿐더러 엔저현상으로 인해 국내 이용자들의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회원권 수요 또한 상당히 높아 투자자들이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경우도 국내에 비해 골프장 거래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실제 투자 사례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PEF VIG파트너스가 1800억원을 투자한 골프플랫폼 스마트스코어는 최근 태국 및 말레이시아 골프장 4곳에 대한 투자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PEF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는 국내 골프장 몸값이 치솟던 지난해 9월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미국 전역의 25개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운영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미국을 비롯해 골프장이 그리 많지 않은 동남아까지 해외 골프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예를 들어 하와이 있는 10홀 미만 골프장도 한 200억~300억원이면 살 수 있는 수준”이라며 “상대적으로 땅값이 비싸지 않고 개발비도 저렴해 외국 쪽에서 투자기회를 찾으려는 분위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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