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에 기대 거는 반도체...엉킨 실타래 풀릴까

2023. 4. 2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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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韓기업에 사상 첫 ‘中제재 동참’ 요청
중국 시장서 진퇴양난에 빠진 삼성·SK
업계 “반도체 실타래, 외교로 해소 기대”
왼쪽부터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공·그래픽=김민지 기자]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재’를 강화하는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한국 기업의 동참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졌다는 평가다.

국제 정세, 이해관계 등으로 얽히고 설켜 있는 여러 문제들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반도체 전쟁에 동참” 미 요청에 난감해진 K-반도체= 지난 2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미국 백악관이 한국 정부에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지 말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중국에 대한 제재에 동맹국이나 동맹국 기업에 동참을 요구한 건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즈는 “백악관의 이 같은 요청은 윤 대통령의 24일 미국 도착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며 “미국이 인도·태평양 역내 안보 차원에서 중국에 맞서 동맹국과 협력해 왔지만, 기업들이 (중국 견제) 역할을 하도록 동맹국에 요청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한국 기업을 활용해 중국의 반도체 압박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은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대상으로 ‘국가 안보 심사’에 들어갔다. 중국 측은 통상적 감독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자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대한 맞불의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아직 제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만약 중국이 마이크론의 자국 내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까지 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러한 제재가 현실화하면 마이크론이 겪을 타격은 상당하다. 마이크론의 지난해 매출 308억 달러(약 41조원) 중에서 25%가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나올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크다.

▶G2 사이에서 부담감 커진 삼성·SK=국내 반도체 업계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요청을 대놓고 외면할 수도 없고, 반도체 생산·수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과 단절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당장 오는 10월로 다가온 대중 첨단 장비 수출 규제 면제권 연장에 빨간불이 켜진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중국 내 공장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을 금지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오는 10월까지 1년 유예를 적용했다. 1년을 벌었지만, 유예 연장을 얻어내는 것이 시급하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물량의 40%를,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전체 D램 생산물량의 48%를 차지할만큼 크다. 미국으로부터 첨단장비 수출 유예를 받아내지 못하면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요청을 외면했다가는 향후 어떤 패널티로 부메랑을 받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중국 내 판매를 제약하기에도 부담이 크다. 국내 반도체 수출의 30~40% 가량이 중국이 차지한다.

초대형 시장인 중국에서 글로벌 경쟁자 마이크론이 반도체를 팔 수 없게 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자연스럽게 반사 이익을 얻게 된다. 가뜩이나 불황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판매량을 끌어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중국 반도체 매출(차이나·상하이 법인 합계)은 31조5039억원, SK하이닉스(우시판매·차이나·충칭 법인 합계)는 16조3191억원이었다.

▶ ‘섣부른 제스처’ 금물...외교에 기대는 반도체 업계=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장 어떤 결단을 내리지는 않고 있다. 대신 이번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회담 성과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일종의 ‘반도체 청구서’를 받게 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반도체 퍼즐을 외교로 풀 수 있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반도체 보조금 문제 협상이다. 앞서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69조5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초과이익 환수, 민감한 정보 제공, 중국 투자 제한 등을 조건으로 걸어 독소조항이란 논란이 일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맞서 ‘홀로서기’를 강화하고 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가 자국산 장비를 활용해 첨단 3D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우당산’이란 이름의 비밀 프로젝트 아래 엑스태킹(Xtacking 3.0) 낸드플래시 제조를 시도하고 있으며, 베이팡화창(나우라 테크놀로지) 등 자국 공급업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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