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 절차"…싱가포르, 대마초 1kg 밀수범 '사형 집행' 논란

26일 집행 예정

싱가포르가 이번 주 대마초 1kg 밀수범에 사형을 집행한다.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법집행 당국은 대마초 밀수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탕가라주 수피아(46)에 대해 26일(현지시간) 교수형을 집행할 예정이다.

수피아는 2017년 대마초 1017g을 밀반입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2018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하고 싱가포르 대통령실에 탄원서도 제출했지만 판결을 뒤집진 못했다.

국제 인권단체는 수피아의 유죄 판결은 변호사와 통역 없이 진행된 경찰 심문에서 나온 진술에 의존한 것이라며 사형 집행 유예를 촉구했다. 경찰은 영어로 심문했기 때문에 타밀어를 쓰는 수피아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글로벌마약정책위원회의 회원인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든도 24일 수피아가 사형에 처해질 이유가 없다며 판결이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싱가포르는 다른 면에서 훌륭한 나라다. 하지만 일부 정책은 식민시대, 심지어 중세시대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수피아의 가족들도 마지막까지 선처와 재고를 호소했다. 여동생인 릴라바시 수피아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가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으며 누구에게도 나쁜 짓을 한 적이 없다. 가족을 돕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예정대로 법을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 마약당국은 성명에서 "탕가라주는 완전한 적법 절차를 받았다"면서 "사형은 사회 전반에 매우 심각한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대량의 마약 밀매와 같은 가장 심각한 범죄에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현행법상 대마초를 500g 이상 밀수한 경우 사형에 처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사형 집행을 멈췄다가 지난해 3월 사형 집행을 다시 시작했다. 지난해에만 11건의 사형이 집행됐는데 전부 마약 사범이었다. 이 가운데에는 정신 장애 기록을 가진 말레이시아 국적자도 포함돼 국제사회의 비판이 일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주변 국가들이 마약 정책을 재고하는 상황에서 싱가포르의 단호한 법 집행은 더 두드러진다고 짚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최근 마약 밀매, 테러, 살인 등 중범죄에 대해 사형이나 종신형 의무화를 폐지했고 태국은 대마초를 마약류에서 제외, 재배와 사용을 합법화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