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품어야 하는데"…사진 때문에 둥지 맴도는 검은머리물떼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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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삣 삣 삣 삣 삐잇."
붉은 눈과 주황 부리에 연미복을 맞춰 입은 '갯벌의 신사' 검은머리물떼새.
25일 고창군과 전남대에 따르면 검은머리물떼새는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고창군 고창갯벌에 도래해 번식하는데, 최근 그 모습을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가자 알을 품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도 이튿날 다른 사진작가가 카메라와 삼각대를 짊어지고 검은머리물떼새 둥지에 접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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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진 욕심에 자연 훼손하거나 '연출' 논란되기도
(세종=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삣 삣 삣 삣 삐잇."
붉은 눈과 주황 부리에 연미복을 맞춰 입은 '갯벌의 신사' 검은머리물떼새.
경계하는 울음소리를 내며 바삐 돌아다니느라 알을 품지 못하고 있다.
지나치게 접근한 사진작가 때문이다.
25일 고창군과 전남대에 따르면 검은머리물떼새는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고창군 고창갯벌에 도래해 번식하는데, 최근 그 모습을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가자 알을 품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떼새류는 자갈밭이나 모래톱처럼 시야가 트인 장소에 둥지를 트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런 접근에 취약하다.
지난 18일 관련 신고를 받은 고창경찰서는 검은머리물떼새에 접근해 번식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적발했고 계도 조치를 했다.
그런데도 이튿날 다른 사진작가가 카메라와 삼각대를 짊어지고 검은머리물떼새 둥지에 접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고창군청은 '천연기념물 제326호 및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검은머리물떼새의 둥지를 지켜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접근금지선을 쳤다.
이후 모니터링을 계속했는데 아직 접근금지선을 밟은 경우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좋은 사진을 얻으려는 과정에서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3년에는 날지 못하는 새끼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이들을 살피러 온 어미 새를 찍은 작품이 전시됐다.
2014년에는 한 사진작가가 촬영 구도에 방해된다며 금강송을 베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바 있다.
2016년 일본에서는 사진을 찍으려 유채꽃밭에 들어가는 사진작가들에 의해 유채꽃이 짓밟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전남대 동물행동생태연구실 이주현 박사는 "일부 사진작가가 개체 보호와 관계 없이 좋은 사진만 찍으려는 모습을 보인다"라며 "(너무 가까이 다가가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고 번식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과 자연 사이에는 거리가 필요한데 우리가 생각하는 거리와 자연이 생각하는 거리가 다르다"라며 "번식지의 경우 반경 50∼100m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화재보호법 제100조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의 서식지, 번식지, 도래지 등에 생장에 해로운 물질을 유입하거나 살포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35조는 국가지정문화재를 탁본 또는 영인하거나 그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촬영행위'를 하려면 문화재청장 허가를 받게 하고 있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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