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바닥 탈출한 한국경제, 하반기 반등 계기 마련할까

유영규 기자 2023. 4. 2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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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바닥을 찍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2년 6개월 만에 역성장을 경험한 우리 경제는 민간 소비 회복 등에 힘입어 올해 1분기 다시 플러스(+) 전환했습니다.

다만 수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데다 투자 역시 부진하면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 올해 연간으로는 1%대 중반 저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은 0.3%로 집계됐습니다.

우리 경제 성장률은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 6개월 만인 지난해 4분기(-0.4%) 마이너스 전환했지만, 한 분기 만에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수출과 투자가 여전히 부진했지만 민간 소비가 살아나면서 플러스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지난해 2분기(2.9%)와 3분기(1.7%) 빠르게 회복했던 민간 소비는 4분기(-0.6%) 주춤했지만, 올해 1분기(0.5%) 오락문화와 음식·숙박 등을 중심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마스크 의무화 해제 이후 여행 및 공연 등의 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민간 소비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지난해 4분기(2.9%) 버팀목 역할을 했던 정부 소비는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올해 1분기 0.1%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건설투자는 1분기 0.2% 증가로 증가 폭이 축소됐고, 지난해 4분기 2.7% 증가했던 설비투자는 올해 1분기 기계류를 중심으로 4.0% 감소하면서 부진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각각 4.6%와 3.7% 감소했던 수출과 수입은 올해 1분기 3.8%와 3.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수출은 반도체 등 IT 부문의 부진이 지속됐지만 자동차 등 운송장비와 1차 금속, 2차전지, 화학제품 등이 호조세를 보였습니다.

수입은 화학제품 등이 증가세를 주도했습니다.

1분기 수출 증가 폭(3.8%)은 2021년 1분기(4.1%) 이후 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1분기 성장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은 지난해 4분기(-0.5%포인트)보다는 개선됐지만, 1분기(-0.1%포인트)에도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1분기 설비투자(-0.4%포인트)도 마이너스 성장기여도를 보인 가운데 민간소비(0.3%포인트)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0.1%포인트)는 플러스로 나타났습니다.

민간 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 -1.3%포인트에서 올해 1분기 0.4%포인트로 플러스 전환했지만, 정부 기여도는 같은 기간 0.9%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민간 부문에서 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정부 부문은 성장 폭을 제한한 셈입니다.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이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모습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전반적으로 내수가 소비 중심으로 증가한 가운데 순수출의 마이너스 기여도가 축소하면서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소폭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국장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우려가 있었지만 1분기 예상보다 양호한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비 IT 부문과 민간 서비스 등이 성장에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1분기 플러스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본격 회복을 예상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입니다.

당초 한은은 지난 2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 경제가 1.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구체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로 올해 상반기 1.1%, 하반기 2.0% 성장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그러나 이달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국내 경기에 대해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오는 5월 내놓을 수정 경제전망에서 전망치 하향 조정을 예고했습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1.7%에서 지난 2월 1.6%로 낮아진 데 이어 다시 3개월 만에 추가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진 셈입니다.

한은이 추가로 내놓을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제시한 1.5%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1%대 성장률 자체는 2%대로 여겨지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것이자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1분기 플러스 성장 전환에도 성장률 전망 추가 하향 조정을 예고한 것은 우리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등 IT 경기 회복 시점이 불분명한 데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지연되는 등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순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 중심의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둔화 원인으로 반도체를 적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도체가 수출과 전반적인 경기 회복에 가장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제조업 위주로 1%포인트 높아지면 한국의 성장률은 0.

11%포인트 상승하지만, 서비스업 위주로 1%포인트 오르면 한국의 개선 폭은 0.08%포인트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최근 중국 경제는 내수 중심으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등 IT 부문의 대 중국 수출도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리오프닝 파급 효과가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은은 다만 우리 경제가 당초 전망했던 상저하고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 국장은 "불확실성이 많지만, 하반기 IT 부진이 만회되고 중국 경제 회복 영향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 반등 모멘텀이 뚜렷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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