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방미 경제사절단 122명 중 금융권 1명… 4대 금융지주 수장 제외

진상훈 기자 2023. 4. 2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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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美 국빈 방문에 금융은 토스만 포함
예대마진 중심 구조 비판적 인식 반영된 듯
美서 저조한 국내 은행들 실적도 영향
24일부터 진행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동행할 경제 사절단에 금융권에서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한 명만 포함됐다. /조선비즈DB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 명단을 두고 금융권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122명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금융권 인사는 단 한 명만 포함됐을 뿐 4대 대형 금융지주사 수장(首長)이 모두 제외됐기 때문이다.

재계와 금융 시장에서는 평소 은행의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을 통한 수익 창출과 돈 잔치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윤 대통령과 정부의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미국 시장에서 여전히 저조한 수준에 머무는 국내 금융사의 성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방미 동행 금융인, 2013년 朴정부 5명, 2017년 文정부 0명

25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는 대기업 19곳, 중소·중견기업 85곳, 경제 관련 협회·단체 14곳, 공기업 4곳 등 총 122곳의 대표들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제조와 서비스, 정보통신, 도소매, 연구개발, 전기, 광업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인이 참여한다.

이번 사절단 명단에 금융권에서는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업체인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한 사람만 포함됐다. 은행과 보험, 증권 등 각 업권별 금융사 대표는 물론 신한·KB·우리·하나 등 4대 대형 금융지주 회장들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 정부를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 4월 첫 미국 방문 때는 금융권에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강정원 KB국민은행장, 박해춘 우리은행장, 하영구 씨티은행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등 7명이 동행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인 2013년 5월에는 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 하영구 씨티은행장 등 5명이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6월 방미 때는 52명의 경제사절단 중 금융권 인사가 한 사람도 들어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동행하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비바리퍼블리카 제공

◇ 尹 대통령·금융 당국, 예대마진 통한 수익 창출에 비판

경제사절단에 금융권 인사가 한 명만 포함된 것을 두고 재계와 금융권 등에서는 윤 대통령과 정부의 금융에 대한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금융을 정부가 지원·육성해야 할 주요 산업으로 인식해 방미 경제사절단에 대거 동행시켰지만, 현 정부는 국민과의 상생을 위한 공공적 역할을 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금융위원회 신년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공공재”라고 발언하며, 금융권에 대해 과도한 수익 창출보다 사회적인 역할을 다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또 여러 차례 은행의 예대마진 중심 사업 구조와 이를 통해 얻는 막대한 수익 등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금융 당국 수장들도 은행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은행들이 금리 상승기에 지나치게 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지적했고, 올해 들어 1월에는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성과급과 퇴직금 지급 문제, 금융노조의 이기심 등도 윤 대통령과 당국이 금융 당국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인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원으로 전년 대비 35.6% 증가했다. 또 지난해 말과 올해 초 5대 시중은행들은 2200여명의 퇴직자들에게 특별퇴직금을 포함, 1인당 평균 6억~7억원을 챙겨주기도 했다.

주요 은행별 미국 법인 순이익/각 은행 제공

◇ 국내 은행권, 美 법인서 낮은 성과도 영향

금융 시장에서는 국내 금융사들이 미국 시장에서 여전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방미 경제사절단에서 대거 제외된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전체 시중은행 가운데 해외에서 가장 많은 4269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신한은행의 경우 북미 법인인 아메리카신한은행에서는 72억원을 버는데 그쳤다. 대부분의 이익은 일본과 베트남, 중국 등 주로 아시아 시장에서 나왔다.

하나은행도 인도네시아에서 516억원, 러시아와 캐나다에서 각각 139억원, 160억원을 벌었지만, 미국에서는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 법인을 합쳐 7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KB국민은행은 뉴욕 등에 지점만 두고 있을 뿐 미국에 아직 법인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그나마 우리은행이 미국 법인에서 전년 대비 43% 증가한 362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주요 금융사 가운데 유일하게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 시장이 성장세에 있고 해외 금융사들이 개척할 여지가 많은 개발도상국과 달리 미국은 국내 은행들이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에 해당된다”며 “형식적으로 금융에 자리를 안배하기보다 대통령의 방미 동행을 통해 제대로 실익을 얻을 수 있는 기업과 업종에 중점을 두고 사절단을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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