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돌아온 마윈, 알리바바 6개 분할…“中 정부 달래기 해체일 뿐”

진리 홍콩대 경영학과 교수 2023. 4. 25. 10: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금융 규제를 공개 비판한 뒤 금융 자회사 상장 추진이 돌연 중단되는 등 고강도 규제로 인해 해외로 몸을 피했던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馬雲)이 약 1년여 만에 중국으로 돌아왔다. 그가 돌아온 직후 알리바바는 사업 부문을 6개로 분할해 ① 기업공개(IPO)에 나서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외신에서는 중국 당국이 그동안 지속해 온 이른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때리기’가 일단락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주식시장에서는 알리바바그룹뿐 아니라 다른 중국 IT 업체들까지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모습 이면에는 보다 복잡한 셈법이 숨어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한 사람에게 집중된 빅테크의 의사 결정 구조를 비판·견제해왔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20년 11월 알리바바 핀테크 계열사인 ② 앤트그룹의 증시 상장을 갑작스럽게 좌절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 외신에서는 중국 정부 관계자를 통해 IPO 중단 결정을 내린 당사자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라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이후 마윈은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마윈은 이후 1년 5개월 만에 중국으로 돌아왔고, 같은 시기에 알리바바 구조조정 소식이 나왔다. 마윈과 중국 정부 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알리바바그룹이 제시한 분할 형태는 ③ ‘1+6+N 체제’다. 지주회사인 알리바바그룹 아래 6개 독자 회사를 두는 구조를 갖고 각자 이사회를 설치하며 그룹별 최고경영자(CEO)도 따로 두는 방식이다. 고용, 해고, 연구, 손익 등 모든 결정은 각 사업부 CEO에게 위임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필자들은 “알리바바는 사실상 ‘가벼운 해체’를 통해 알리바바의 규모와 영향력에 대한 정부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알리바바가 더욱 민첩해질 것이라는 기대에도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고, 현재 계획된 구조조정은 적은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혼란을 최소화하지도 않는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1 알리바바그룹 창업주 마윈. 2 중국 베이징에 있는 알리바바 사옥. 사진 AP연합

주식시장이 중국 대기업 그룹인 알리바바의 6개 독립 법인 분할 계획을 환영하고 있다. 이유는 명백하다. 소규모 조직이 더 자율적이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어,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고 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 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를 분할하면 향후 몇 년간은 독과점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중국) 규제 당국의 주요 표적에서 알리바바가 자유로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진리 홍콩대 경영학과 교수전 런던 비지니스 스쿨부교수

일반적으로 한 기업이 타사로부터의 경쟁 압력을 막을 만큼 진정한 독점 상태에 있다면, 그 기업을 분할하는 방법은 내부 경쟁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리바바는 이커머스, 엔터테인먼트, 클라우드 컴퓨팅, 물류 등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커질수록 알리바바는 외부로부터 강력한 경쟁 압력을 받는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견제한) 독점 금지 관점에서 볼 때 알리바바는 여전히 단일 기업으로 간주되며 현재와 동일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3월 27일 알리바바 장융 CEO는 알리바바를 6개 개별 사업 부문으로 회사를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999년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조직 개편이다. 그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에 민첩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조직은 결국 패배할 것”이라며 “(분리 조직들은) 개별적으로 시장 경쟁에 직면해야 하며 IPO 등을 통해 자체 자금 조달 방법을 모색하고 각자의 경쟁 경로를 찾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알리바바가 더욱 민첩해질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서도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자율성이 높은 소규모 조직은 일반적으로 거대한 단일 조직보다 더 빠르게 세상의 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알리바바가 계획한 구조조정은 적은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혼란을 최소화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많다.

안젤라 후위에 장홍콩대 법학과 부교수현 홍콩대 중국법센터 소장, ‘중국의 부상이 글로벌 규제에 도전하는 법’ 저자

특정 회사가 독립된 여러 법인으로 분할될 경우 리스크 관리 문제, 법무 문제, 대관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이슈가 서로 다른 법인으로 똑같이 복제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 규제 기관의 감독 강화로 인해 이 같은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비용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또한 각 법인은 회사 전체의 최종적인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인센티브 분배의 불일치 문제가 발생하고 특정 부서가 또 다른 부서 혹은 전체 그룹에 해를 끼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여기서 ‘M형 조직’이라 불리는 다사업부제 조직 구조는 재원의 중복과 낭비 및 인센티브 불일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이미 1920년대 듀폰(DuPont)과 제너럴모터스(GM) 등 여러 미국 대기업에서 조직 내부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다사업부제 조직 구조를 채택하기도 했다. CEO의 의사 결정 권한을 각 부서장에게 위임하고 부서장은 인사, 예산, 운영 결정을 스스로 내리며 본부는 전략적 방향, 지원, 감독을 제공하는 식이다. 내부 정보에 완전히 접근 가능한 권한을 가진 본부의 경우, 재원 분배를 통해 사업부 간 인센티브를 조정하고 재원 할당을 적절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주회사의 경우, 본부가 사업체들을 감독하는 것처럼 독립된 사업체의 정보에 대한 권한을 갖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재원 할당을 최적화시킬 수 없다.

M형 조직은 또 다른 이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가령, 각 사업 영역이 필요한 부분에 따라 본부에서 (각 부서의) 자율성 정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 집중화 정도를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알리바바가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은 이 같은 섬세한 조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향후 알리바바는 언젠가 중앙 집중화된 구조로 되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기업이 분할되면, 특히 일부 자회사가 상장된 이후라면 중앙 집중 구조로 되돌아가려는 데 더 큰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의 조직 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경직될 것이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조차도 민첩해지기 어려울 것이다.

알리바바의 구조조정이 반독점(半獨占) 우려를 불식시킬 가능성이 없고, 알리바바가 선택한 접근 방식에 사업적 정당성이 없는데도 주식시장은 이들의 소식에 호의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알리바바와 중국 정부의 관계 때문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모든 기업은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알리바바는 사실상 ‘가벼운 해체’를 통해 알리바바의 규모와 영향력에 대한 정부의 우려를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알리바바의 마윈이 약 1년여 만에 중국으로 되돌아온 것과 맞물려 향후 성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고 알리바바가 정부와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알리바바의 구조조정은 자사의 성장과 영향력을 두려워하는 중국 정부를 달래려는 동종 업계 빅테크들에 모범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면서 오히려 막대한 비용만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① 증시 상장을 의미한다. 알리바바 증시 상장 이력을 보면, 2014년 첫 IPO 때 홍콩거래소가 차등의결권 주식을 인정하지 않아 방향을 틀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250억달러(약 31조9175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미 증시 사상 자금 조달 최고 기록을 세웠다. 알리바바를 놓친 홍콩거래소는 2018년 차등의결권 인정 등 대대적인 제도 개혁을 단행했다. 알리바바는 결국 2019년 11월 홍콩거래소에 2차 상장했다. 이후 2020년 11월 알리바바 금융 자회사 앤트그룹이 다시 IPO에 도전, 이번에는 뉴욕이 아닌 상하이와 홍콩에 상장할 예정이었으나 시진핑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② 앤트그룹은 위챗페이와 쌍벽을 이루는 중국 전자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의 운영사다. 마윈이 최대 주주인 이 회사는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해 350억달러(약 46조845억원) 이상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었으나, 마윈이 2020년 10월 정부 규제를 공개 비판한 일이 부각되면서 불시에 상장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마윈은 한 금융 포럼에서 “중국 은행들은 ‘전당포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 금융 당국의 규제가 혁신을 질식시킨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③ ‘1+6+N’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알리바바그룹 밑에 클라우드·이커머스·물류·엔터테인먼트 등 6개의 주요 사업 법인을 두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신생 사업 조직을 말한다. 6개의 사업부로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을 담당하는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그룹, 타오바오 티몰 전자상거래 그룹, 알리 익스프레스 등 국제 온라인 플랫폼이 포함된 글로벌 전자상거래 그룹, 음식 배달과 지도 부문을 담당하는 로컬 서비스 그룹, 챠이냐오 스마트 물류 그룹, 디지털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이 있다. 타오바오 티몰 전자상거래 그룹을 제외한 5개 그룹은 각 CEO 책임제하에 독자적인 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