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효용성과 개인 경제학자의 한계

신동우 나노 회장 2023. 4. 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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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1997년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예측한 경제학자는 매우 드물었다. 이에 작고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경제학자는 왜 2008년 경제위기를 예측하지 못하였는가”라고 물은 적이 있다. 세계적인 국제정세 전문가인 조지 프리드먼은 저서 ‘백 년 후’에서 한국의 IMF 경제위기를 예측한 근거로 당시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노동생산성이 임금 인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지표’를 들었다. 논리와 이성으로 무장한 경제학자는 뛰어넘기 힘든 엄청난 상상력을 소유한 그는 정치학자다.

신동우 나노 회장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현 한양대 특훈교수,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애덤 스미스는 1776년 출판한 ‘국부론’ 결론에서 인간 이기심은 공공의 선(common good)과 충돌하지 않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6년 대표 저서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시장에만 맡겨서는 완전 고용을 해결하지 못하며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이론은 1950~70년 세계 경제 번영에 크게 기여했다. 그 후 시카고학파는 자유·시장·경쟁에 방점을 둔 경제 이론을 꾸준히 발전시켜 자유시장 경제의 우월성을 입증했다. 1929년 같은 미국 대공황이 2008년에 재현되지 않은 것은 경제학의 진보 덕분이다.

이제 경제학은 행동 심리학의 학문적 성과를 빌려와 인간은 매우 비합리적이며 주먹구구식 선택을 한다는 전제하에 행태 경제학이라는 학문 영역을 새롭게 구축하고 이를 통해 정부와 기관의 공공선을 달성하는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단계까지 진전하고 있다. 도덕철학과 경험주의를 모아 놓은 애덤 스미스의 초기 경제적 고찰이 케인스주의자 경제학의 시장 개입과 시카고학파의 자유시장 이론을 거쳐 행태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집단 지성이 이룬 새로운 경제 이론을 과거의 경제 이론에 접목해 조합한 복합 경제 이론은 복잡한 시장의 경제 현상을 해석하고 거시경제적 문제를 극복하는 데 기여해왔다. 이는 진리를 찾아가는 학문으로서 경제학의 탁월한 점진적 역사성과 현실적 효용성을 보여준다.

집단 지성의 역사성을 포용한 경제학의 효용성과는 달리 개별 경제학자의 한계는 분명하다. 지난해 초 2023년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를 제대로 예측한 경제학자는 매우 드물었다. 물론 그 가운데는 경기와 상관없이 항상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닥터 둠(Dr. Doom) 경제학자도 있었다. 거시경제는 그나마 도덕과 명분, 합리성 그리고 보편적인 공공선이 포함된 잣대로 선택한 결과지만, 개인의 자산 변화는 이보다는 훨씬 휘발성이 큰 이기심, 비합리성, 주먹구구, 임기응변 쪽으로 기울어진 잣대로 선택된 결과다.

그럼에도 불안한 투자자는 수능 일타강사 같은 명쾌한 논리로 특정 주식과 부동산을 언제 살 때이고, 언제 팔 때인지 족집게처럼 짚어 주는 전문가를 고대한다. 개인 자산 변화와 관련된 미시경제 분야는 해당 자산시장에서 오랫동안 경험적 수치를 확보하고 시장을 좌우하는 중요 변수를 나름 선별해 그 변수에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는 시장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 그럼에도 경제학자의 타이틀을 걸고 당장 우리 경제가 폭삭 망할 것처럼 불안을 자극하거나, 개인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기막힌 타이밍을 제시하는 유튜브 등 강연을 수입원으로 하는 경제학자를 필자는 생계형 경제학자로 분류한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이 근간이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가전, 조선, 석유화학, 제철, 기계 등 ‘중후장대’ 산업과 정보기술(IT),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고르게 글로벌 톱 5 경쟁력을 가진 전 세계 유일한 나라다. 대한민국은 이제 쉽게 쓰러지기 힘든 덩치와 내실을 갖춘 산업 국가가 됐다. KDB산업은행에서 연말에 발간하는 ‘경제·금융·산업 전망’은 산업 현장 실물경제 경험이 있는 경제학자들이 그들의 균형 잡힌 시각으로 거시경제와 개별 산업 전망을 제시해 기업 경영자가 차년도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과학자와는 달리 한 사람의 경제학자가 주요 경제 이론의 처음과 끝을 완성한 예는 없다. 그러나 집단 지성의 역사적 성과인 경제학의 효용성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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