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키타가와 타츠야 미츠코시이세탄홀딩스 온라인스토어 그룹장 | “불황기에도 소비자가 백화점에 원하는 본질적 가치는 같다”
일본 최대 백화점 그룹인 미츠코시이세탄홀딩스도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유통 기업이 실적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본에서 가장 번화한 도쿄의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 본점마저 문을 닫아야 했던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2020년 말,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계속 확산하는 와중에, 신주쿠 이세탄 본점은 다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을 연 후 충성 고객의 구매 금액이 급증했다. 미츠코시이세탄홀딩스는 이번 회계연도(2022년 4월 1일~2023년 3월 31일)에도 지난 회계연도에 이어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전에도 백화점에 자주 방문했던, 많은 금액을 쓰던 고객이 낸 매출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오히려 120% 증가했다. 충성 고객이 이세탄 백화점에 원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신규 사업을 통해 충족시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소비자가 백화점에 원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 놓여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3 유통산업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미츠코시이세탄홀딩스의 키타가와 타츠야(Kitagawa Tatsuya) 온라인스토어 그룹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 신주쿠 백화점을 1위로 만든 이세탄의 온라인 혁신’을 주제로 강연했다.
유통산업포럼은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가 유통 업계의 성장 모색을 위해 매년 여는 행사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넥스트 에라(Next Era): 브랜드가 주도하는 미래’를 주제로 진행됐다. 다음은 키타가와 그룹장과 일문일답.
매출 확대의 일등 공신을 꼽는다면.
“충성도 높은 고객에 대한 ‘직접 판매 담당 컨시어지팀’이라고 생각한다. 호텔 컨시어지처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팀이다. 2년간 컨시어지팀을 강화했고, 담당 임원을 늘렸다. 직접 판매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고객 요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확보했다. 덕분에 매출이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전통 있는 기업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디지털 신사업을 위해 백화점에서 분리된 신규 사업팀을 만들었다. 신규 사업팀이 아무리 열심히 무언가를 시도해도 그 사업에서 발생하는 매출 규모가 작기 때문에 기존의 백화점 비즈니스와 비교당하면서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팀을 이렇게 분리한 덕에, 신규 사업을 하면서 많은 것을 만들기도, 없애기도 수월했다.”
신규 사업팀에서 한 일은.
“신규 사업팀은 미츠코시, 이세탄 등 그룹 내 독자적으로 존재했던 전자상거래 페이지와 앱을 통합하고 고객 선택지를 넓혔다. 가령 특정 제품을 구매하고 포장 용기를 미츠코시 또는 이세탄 브랜드가 적힌 것 중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앱 통합 후 차별화, 백화점 식품관의 양질의 식자재·디저트·반찬 정기 구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세탄 백화점 판매 소품·의류의 맞춤형 배송 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세탄 백화점의 전자상거래 차별화에 대해 설명해달라.
“일반 전자상거래와는 다르다. 고객이 직접 검색해서 비교하고 사는 전자상거래와 달리, 백화점의 특색을 살렸다. 실제 매장에 있는 상품을 종업원이 사진으로 찍어 가격, 상품의 특징을 설명하고 인터넷 주소(URL)를 보내 고객이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옷을 쉽게 입고 싶다’ ‘발바닥 아프지 않은 구두를 신고 싶다’는 요구가 있는 고객들을 위해서는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신체 치수를 스캔하기도 한다.”
‘고객 맞춤’의 정신을 더 강화한 건가.
“그렇다. 백화점에서만 할 수 있는 방식의 전자상거래를 만들었다. 고객이 집에서 이세탄 백화점의 전문가로부터 상담받고, 맞춤형 의류를 배송받을 수 있다. 고객은 배송된 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돌려보낼 수 있다. 나아가 고객 취향 데이터를 쌓고, AI 엔진을 통해 옷을 자동 추천할 수 있는 시스템도 운영한다.”
백화점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온라인으로 최대한 전이한 것인가.
“그렇다. 일반적인 오픈마켓 형태의 전자상거래 사업을 해 봤자 아마존 같은 글로벌 강자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온라인은 이미 그들이 우위를 가지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츠코시이세탄홀딩스의 20개 이상 전국 매장, 100개 이상 소형 백화점, 10개 이상 온라인 채널 같은 고객 접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고객이 만족할 만한 ‘압도적인 매장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통 산업의 다음 트렌드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철저히 특별 취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제품을 팔더라도 고객에게 ‘당신만을 위해 준비했다’는 뉘앙스로 대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이 특별 취급할 대상을 어떻게 정할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많이 구매한 고객, 오랜 시간 이용한 고객 등 지향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의류 외에 다른 방면의 혁신도 있었나.
“신규 사업 중 하나로 백화점 식품관에서 살 수 있는 고급 식자재, 디저트, 반찬의 정기 구매 서비스도 도입했다. 이 서비스가 고객의 구매 횟수를 크게 끌어 올렸다. 1년에 한 고객이 평균 7~8번 정도 백화점을 방문하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1년에 구매 횟수가 52회까지 올라갔다.
이에 더해 고객 집에 있는 옷, 가방, 신발을 백화점에서 사주는 ‘아임 그린’이라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무척 인기 많은 서비스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때 제공함과 동시에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서비스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유통 기업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규 사업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신규 사업을 총괄하던 때의 사례를 소개하겠다. 코로나19로 인해 12개 신규 사업 중 6개가 실패했다. 실패한 프로젝트에서 일했던 직원들에게 일이 잘 풀리지 않은 이유, 어려웠던 지점 등에 대해 보고서를 쓰도록 했다. 이들을 스카우트하면서 실패로부터 배운 것을 공유하도록 했고, 이들은 성공하는 신규 사업의 주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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