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 생애 첫 차로 딱…가성비 돋보여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이 지난 3월 야심 차게 국내 시장에 출시한 모델이다. 2052만원부터 시작하는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사전 계약을 시작한 지 4일 만에 1만 대가 넘는 계약서를 받았다. 이는 쉐보레 신차 중 최고 성과다. 앞서 쉐보레 말리부는 8일, 쉐보레 임팔라는 한 달 만에 1만 대 계약을 달성한 바 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타보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돋보여 생애 첫 차를 찾는 소비자가 만족할 듯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전장(차 길이) 4540㎜, 전폭(차의 폭) 1825㎜, 전고(차 높이) 1560㎜다.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는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성격을 절반씩 섞은 차종을 뜻하는데,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옆에서 보면 길고 낮은 CUV 특유의 비율이 보인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기아 셀토스와 비교했을 때 150㎜ 길고 25㎜ 넓다. 휠베이스(자동차의 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도 2700㎜로 셀토스보다 70㎜ 길다. 소형 SUV 경쟁군에서 차체 크기가 넉넉한 편이다.
날렵한 외관…승차감은 투박한 편
외관은 날렵한 인상이다. 언뜻 쉐보레 SUV 트레일블레이저와 닮았는데, 트레일블레이저보다 눈매가 더 얇고 날카롭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좌우 헤드램프가 이어지는 곳은 크로스오버를 상징하는 알파벳 엑스(X)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후면은 외부 천장 쪽에 LED 보조 제동등을 넣었고, 리어램프가 알파벳 시(C) 모양으로 독특하다.
실내는 시트 포지션이 생각보다 높았다. 일반적인 소형 SUV와 비슷한 눈높이로, 도로에서 세단을 약간 내려다본다. 사이드미러도 SUV처럼 크고 넓어 전·측방 시야 확보가 편하다. 생애 첫 차로 구매한 초보 운전자가 쉽게 운전할 만한 차라는 생각이 든다.
내부 인테리어는 특별히 돋보이는 곳은 없고 평범하다. 큼직한 기어노브(기어를 바꾸는 손잡이)는 약간 구식이고, 대시보드와 앞좌석 주변에는 플라스틱이 많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별로 주지 않는다. 디자인을 빼고 실용성만 보면 아쉽지 않다. 클러스터(계기판)는 8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는 11인치로 차체를 고려했을 때 무난한 크기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운전자를 향해 약 9도 기울어져 있어 조작하기 편했고, 주변 물리적 버튼은 직관적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1.2L E-터보 프라임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 출력 139마력, 최대 토크 22.4㎏·의 성능을 낸다. 6단 자동 변속기를 쓴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6초다.
수치를 보면 배기량과 출력이 아주 낮은데, 도로에서의 주행력은 비교적 가벼운 공차 중량(1300~1340㎏) 덕분에 생각보다 준수했다. 시속 80㎞ 아래에선 답답하지 않게 가속했고,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반응이 즉각적이라 운전하기 편하다. 시속 100㎞ 안팎으로 주행할 땐 터보랙(알맞은 양의 공기가 실린더로 흡입되기까지 시간이 지연되는 현상)이 느껴지고 힘이 부족하다는 반응을 준다. 고속 주행에서는 낮은 배기량과 출력의 한계가 느껴진다. 무게중심이 낮은 세단처럼 바닥을 단단하게 잡고 달리는 점은 인상적이다.
GM은 트랙스 크로스오버 설계에 ‘스마트 엔지니어링’을 도입해 강성을 높이고 공차 중량을 낮췄다고 설명한다. 스마트 엔지니어링은 다양한 주행 상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해 하중이 실리는 부분을 보강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무게를 덜어내는 설계 방식이다. 이를 통해 강성이 높은 소재를 쓰면서도 차체를 경량화했다고 GM은 밝혔다.
승차감은 투박한 편이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나 도로의 움푹 팬 곳을 지날 때 차체가 상하좌우로 꽤 흔들린다. 노면 소음과 풍절음을 잡아내는 능력도 평범해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나 바람 소리가 실내에서 잘 들리는 편이다. 엔진음도 종종 저속에서부터 실내로 파고든다.
2000만원 ‘착한 가격’
저렴한 가격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강점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최저가 트림 LS의 가격은 2052만원이다. LT 트림은 2366만원, 액티브(ACTIV) 트림은 2681만원, RS 트림은 2739만원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최저가 LS 트림의 가격은 현대차의 경차 캐스퍼 풀옵션(2057만원)보다 5만원 저렴하다. 저렴한 가격이 몇몇 단점을 상쇄해낸다.
특히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국내 판매 가격은 미국보다 저렴하다. 미국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격전지여서 자동차 판매가가 통상 타국보다 낮은데,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국내가 오히려 미국보다 약 700만원 저렴하다. GM은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작년 10월 미국에서 먼저 공개했는데, 최저가 트림 LS의 가격을 2만1495달러(약 2830만원)로 책정했다. 최고가 RS 트림도 미국 판매 가격이 2만4995달러(약 3290만원)로, 국내 가격이 약 550만원 저렴하다.
최저가 LS 트림은 기본 옵션으로 LED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 LED 테일램프,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을 장착한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국내 판매하는 쉐보레의 글로벌 모델 중 최초로 오토홀드(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차가 멈춰있는 기능)를 탑재하는데, 이 기능 역시 LS 트림부터 기본으로 쓸 수 있다. △LT 트림은 앞좌석 열선 시트와 열선 핸들 △액티브 트림은 전용 디자인과 루프랙(짐을 얹을 수 있는 틀), 앞좌석 통풍 시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RS 트림은 전용 디자인과 19인치 휠 등을 각각 추가 제공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LS 트림에서 35만원으로 추가할 수 있다. LT 트림 이상에선 64만원짜리 ‘테크놀로지 패키지’를 선택하면 ACC와 파워 리프트 게이트(전동식 트렁크)가 함께 옵션으로 장착된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연비는 리터당 12.7㎞(17인치 타이어 기준)다. 제3종 저공해차 인증을 취득해 공영주차장, 공항주차장, 지하철 환승 주차장 등에서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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