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 | 4000년 전 멸종 매머드 고기로 만든 미트볼] 동토층 매머드와 현생 코끼리 DNA 혼합해 배양육 만들어

이영완 조선비즈 과학전문기자 2023. 4. 2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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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눈 덮인 언덕에 서있는 매머드 상상도. 최근 매머드 DNA로 배양육을 만들고 동물 복제까지 시도하고 있다. 사진 Daniel Eskridge

“만우절 농담이 아니라 진정한 혁신입니다. 이것이 매머드 고기로 만든 미트볼(meatball·고기완자)입니다.”

이영완 조선비즈 과학전문기자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 전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

3월 28일(현지시각) 호주의 바이오 기업인 바우(Vow)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네모 과학관에서 매머드 배양육으로 만든 축구공 크기의 미트볼을 공개했다. 매머드는 480만 년 전 나타나 4000년 전 멸종한 동물로, 코끼리와 비슷하지만 크게 휜 엄니와 긴 털이 다르다. 바우는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층(凍土層)에서 나온 매머드 사체에서 DNA를 추출해 배양육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과학계는 매머드 미트볼에 쓰인 방법이 멸종 동물을 복원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러시아 연구진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와 함께 시베리아에서 나온 고대 들소를 같은 방법으로 복제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영화 ‘쥬라기 공원’처럼 멸종한 동물들이 살아날 수 있을까.

미국 배양육 업체 저스트잇의 닭고기 배양육. 배양육으로는 처음 2020년 싱가포르에서 정식 판매 허가를 받았다. 사진 저스트잇

매머드와 코끼리 DNA의 믹스앤드매치

최근 가축 사육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문제가 되자 실제 고기를 쓰지 않는 대체육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임파서블 푸드는 콩 단백질에 육류의 혈액 성분을 추가해 실제 고기의 색과 맛을 구현한 대체육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저스트잇의 자회사인 굿미트는 지난 2020년 싱가포르에서 닭의 근육 줄기세포를 배양한 대체육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바우는 굿미트 같은 배양육 개발 업체이다. 매머드 미트볼의 핵심은 고기의 붉은 색과 맛, 향을 내는 단백질인 미오글로빈(myoglobin)이다. 바우는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진과 함께 동토층에서 나온 매머드에서 미오글로빈 DNA를 추출했다. 유전자를 해독했더니 매머드 DNA에는 군데군데 빈 곳이 있었다.

연구진은 매머드와 가까운 아프리카코끼리의 미오글로빈 DNA로 빈틈을 메웠다. 바우는 “두 동물의 DNA를 ‘믹스앤드매치(Mix and Match)’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션 업계에서 이질적인 디자인의 옷을 섞어 어울리게 하듯, 다른 동물의 유전자를 섞어 새로운 유전자를 개발한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매머드 미오글로빈 DNA를 양의 근모세포(筋母細胞)에 넣어 세포 수가 200억 개가 될 때까지 배양했다. 근모세포들이 서로 달라붙어 근육을 이루는 근섬유가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매머드 고기 약 400g이 만들어졌다.

바우의 수석과학자인 제임스 라이얼 박사는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한 것과 같다”며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실제 동물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기업 바우가 공개한 매머드 미트볼. 매머드와 아프리카코끼리의 근육 단백질 DNA를 섞어 배양해 만들었다. 사진 Vow

가축 사육의 환경 피해 알리려 매머드 복원

바우는 매머드 미트볼을 시식하는 행사는 마련하지 않았다. 앞으로 상업적 생산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4000년 동안 먹지 않던 매머드 고기가 인체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배양육의 가치를 알리는 목적으로 매머드 미트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바우 창업자인 팀 노크스미스는 “과학자들은 매머드 멸종이 기후변화와 인간의 남획 탓이었다고 본다”며 “우리가 지구를 위해 자금과 전혀 다른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같이 논의하고자 생물 다양성 상실과 기후변화의 상징인 매머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육류 생산은 환경에 큰 피해를 준다고 평가된다. 가축용 사료를 키우려고 삼림을 농지로 바꾸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관개용수 때문에 수자원이 고갈된다. 특히 소는 풀을 소화하면서 온실가스인 메탄을 방출한다. 메탄은 발생량이 이산화탄소보다 적지만 온난화 효과는 배출 후 25년 동안 80배 이상이다. 가축은 전 세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15%를 배출한다. 지금 추세라면 인류는 2050년까지 육류를 70% 더 소비할 전망이다.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도 92%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바우는 배양육이 기존 육류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핀란드 헬싱키대의 레이첼 마작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식품’에 “육류나 유제품을 식물이나 미생물 또는 세포 배양으로 만든 제품으로 바꾸면 식품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물, 토지 사용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에서 100여 업체가 다양한 배양육을 개발하고 있다. 바우는 올해부터 싱가포르에서 메추리 배양육을 시판할 계획이다. 굿미트는 2020년 싱가포르에서 닭고기 배양육을 허가받은 데 이어, 미국에서도 배양육 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바우는 믹스앤드매치 기술로 새로운 배양육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육류를 그대로 배양하지 않고 맛과 영양이 향상되고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종류의 육류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들소와 캥거루, 알파카와 공작 등 50여 종의 동물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북동연방대 연구진이 들소 복제를 위해 영구 동토층에서 발굴한 8000년 전 들소 사체에서 조직을 채취하고 있다. 사진 NEFU

옛 들소, 매머드 복원에도 활용 가능성

고기가 아니라 매머드 자체를 복원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조지 처치 하버드대 교수가 설립한 미국 바이오 기업인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매머드를 복원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콜로설 바이오 사이언스는 이미 시베리아 얼음 속에 보존된 매머드 사체에서 DNA가 담긴 세포를 추출했다. 여기서 추출한 매머드 유전자를 오늘날 코끼리에게 이식해 10년 내 추위에 잘 견디는 시베리아 맞춤형 코끼리를 탄생시킬 계획이다.

2006년 논문 조작 사건으로 학계에서 퇴출당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도 10년 전 외신을 통해 매머드 복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석 박사는 러시아 연방 사하공화국의 북동연방대(NEFU) 연구진과 매머드 복제 연구를 하고 있다.

3월 13일 황우석 박사의 이름이 다시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사하공화국 북동연방대는 지난해 여름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발굴한 8000년 전 들소를 복제하겠다고 밝혔다. 황우석 박사도 복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됐다. 연구진은 들소 복제를 위해 피부와 털, 뼈, 근육, 지방, 뇌에서 생체 시료를 채취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오래된 들소 DNA는 복제할 정도로 온전하지는 않다고 본다. 하지만 바우의 매머드 배양육 방식을 이용하면 가능성이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의 러브 달렌 교수는 고대 들소의 DNA를 가까운 종인 현생 들소의 DNA와 결합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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