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분양 물량 급감, 향후 가격 상승 우려…긴 안목 공급 정책 짜야
최근 아파트 분양 시장은 급격한 금리 인상과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성이 악화하는 등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행사 등의 금융 조달(부동산PF)이 여의찮아 사업은 사실상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 특히 비인기 지역은 분양 시점을 미루거나 사업 자체를 보류하는 일이 늘고 있다. 올 하반기 정도에 금리가 안정되면 일정 부분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정도가 전부다. 시장 환경이 나빠지며 미분양주택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2021년 10월에 1만4000호에 불과하더니 올 2월 7만5000호로 급증했다. 다만, 올 1월 대비 2월의 증가 속도는 둔화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의지 등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여러 관점에서 분양 시장의 흐름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에 대해 살펴보자.
정부가 올 3월 말 발표한 주택통계를 보면, 1년 전인 2022년 1~2월 대비 올 1~2월 분양실적은 전국적으로 4만4233호에서 75.3%(3만3288호) 감소한 1만945호에 불과하다. 5년 대비는 61.3%, 10년 대비로도 55.1%나 급감한 수치다. 전년 대비로 수도권은 2만4278호에서 8002호로, 지방은 1만9755호가 2943호로 큰 폭으로 줄었다. 이렇게 감소 폭이 큰 이유는 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부동산금융 시장이 악화하며 자금이 돌지 않고, 공사비를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불확실성이 커 건설사가 공사 수주를 망설이고 있다. 시행사 입장에서도 공사비 급증과 고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워 사업 추진 자체가 힘겨운 상황이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사업성이 떨어지고 진행이 더뎌지고 있다.
분양 물량 급감은 미분양주택이 늘지 않는 등의 이유가 될지는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부족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분양 시점에서 약 3년을 더하면 입주 시기가 되는데 그때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사라지는 결과로 작용한다. 지금은 시장이 조정기인 데다 아직 먼(?) 미래라서 느끼지 못할 뿐 그 시점이 되면 가격 상승 요인으로 급변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요자의 몫이 되기 때문에 그냥 수수방관할 일이 아니다.
미분양주택은 2023년 2월 말 기준 7만5438호로 1월 대비 79호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무순위 청약에서 사실상 완판했다고 알려진 둔촌주공아파트 물량 899호가 포함된 숫자이므로 실상은 감소한 셈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분양 물량 자체가 급감한 이유가 가장 크다. 물론 시장에서 서울 도심처럼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 별 무리 없이 계약된 영향도 있다.
정작 미분양주택 문제는 지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전국 7만5438호 중 수도권은 1만2541호로 비율은 16.6%에 불과하다. 인구 대비로 본다면 절반 정도여야 하나, 그렇지 않다. 결국 수도권은 미분양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셈이다. 총 6만2897호(수도권의 5배)인 지방의 문제로 귀결된다. 가장 극심한 대구 미분양 물량(1만3987호)은 심지어 수도권 물량보다 많다. 대구에서는 가장 선호도가 높은 지역인 수성구(3224호)가 제일 많고, 남구 3083호, 달서구 2491호 등으로 전 지역에 골고루 산재한다는 점이 걱정이다. 그만큼 침체의 폭이 크고 넓다. 향후 약 2년 정도는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음은 포항시 5821호와 천안시 3774호, 음성군 2550호, 군산시 2500호순이다. 지방은 아직 특정(?) 지역의 문제로 볼 수도 있으나, 점차 확대일로라는 측면에서 방심하면 곤란하다. 결국 지방은 수도권과 경제력과 집중력 차이로 미분양이 늘고 있다.
향후 미분양주택은 시장 분위기상 좀 더 늘 수도 있다. 하지만, 건설 시행사 등이 계속 분양을 줄이고 미루는 행태로 증가 속도는 둔화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환영(?)할 일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반겨 맞을 상황만은 아니다. 정상적인 거래로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분양하지 않아 총량이 줄어든다면 비정상적인 일일 뿐이다.
정부는 부동산금융의 원활한 흐름과 시장의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책과 대안을 세워야 한다. 혹여나 작금의 상황에서 분양 물량이 늘면 가격이 하락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거나, 침체기에 무슨 공급이냐고 뒷짐을 지고 지켜본다면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공급은 정권의 교체나 시장의 부침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돼야만 궁극적으로 주택 시장 안정을 기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국민인 수요자는 늘 그대로기 때문이다. 공급 정책은 미리미리 3년 후 5년 후뿐만 아니라, 10년까지 바라보고 긴 안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정부는 분양 시장 개선을 위해 규제 완화를 단행했다. 대표적으로 분양가가 12억원 초과 시 중도금대출을 금지하던 것을 폐지했다. 종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없던 일로 했다. 사실 이 제도는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를 끊는 악법(?)으로 진작에 폐지했어야 했다. 서울의 분양가 수준이 이미 그 가격 기준을 넘어선 상태라 더욱 그러했다. 다음은 분양가상한제 지역의 분양자에게 실거주 의무를 부여한 일이다. 공공택지뿐만 아니라 민간택지까지 확대하며 원성을 샀던 제도다. 역시 양도, 증여, 상속 등의 시점까지 미룰 수 있는 완충 구간을 만들더니, 곧바로 폐지하기로 했다. 물론 주택법 개정 사항이라 국회 문턱을 아직(2023년 4월 13일 기준)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분양 시장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라고 볼 수 있는 건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다. 수도권은 공공택지 및 규제 지역은 3년, 과밀억제권역 1년, 기타 6개월이 적용된다. 지방은 공공택지 및 규제 지역 1년, 광역시(도시 지역) 6개월, 기타 지역은 없다. 이 제도 개선으로 서울에서는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1년이 지나면 전매할 수 있다. 지방에서는 규제 지역이 없기에 공공택지와 광역시가 아니라면 전매제한 기간이 없어 즉시 전매가 가능하다. 심지어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창원시라고 하더라도 바로 전매할 수 있다. 주변 시세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다면 충분히 거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에서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정책은 미분양주택에 대한 양도세와 취득세 감면이 남아 있다.
정부는 미분양주택 축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한다. 주택 미분양이 지난 2000년부터 2023년 2월까지 23년간 가장 극심했던 시기는 2009년 3월이다. 무려 16만6000호에 이르렀다. 그에 비하면 2023년 2월 7만5000호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10만 호 정도는 돼야 추가 대책(?)을 낼 수 있다는 언질이다. 당장은 건설 시행사 등의 자구책이 먼저라는 논리다. 자구책은 과거의 상황을 비춰볼 때 먼저 중도금대출 이자 후불제, 중도금대출 무이자, 확장 비용 무상 제공, 할인 분양 등이다. 과거 할인율이 30%에 이른 적도 있는데, 간단한 일은 아니다. 기 분양자와 마찰 등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같은 물건의 취득 가격 차이가 큰 폭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할인은 개별 매각도 있지만, 사업 정리 차원에서 일괄 통매각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수요자의 대처는 냉정해야 한다. 주변 시세 대비 가격경쟁력이 있고 미래 가치가 뛰어나다면 관심을 가져도 무방하다. 분양 시장은 향후 입주 시점인 약 3년 후의 시장을 분석하고 대처해야 한다. 시장의 영향 요인인 정책, 금리, 수요와 공급지수, 참여자의 심리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역발상 차원에서 미분양이 극심할 때는 매입 검토도 가능하다. 그 시기가 지나면 그때가 제일 저점이었을 확률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4~2027년이 공공택지 입주 물량이 급격히 감소할 시기인 만큼, 시장의 공급 물량 확충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공공택지는 발표에서 입주까지 약 10년이 소요되는데 전전 정부에서 공급한 공공택지는 극소량에 불과하다. 또한 서울의 정비사업 물량 감소도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그런 만큼 수급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물론 그때까지 시장이 침체한다면 매매 시장은 큰 우려(?)가 없을 수 있다. 다만, 전세 시장은 급등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의 하향 안정과 경제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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