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엔 안보리 주관…서방 "러군 철수부터"(종합)
기사내용 요약
러 "서방이 전쟁 부추겨"…경제 제재 비판
EU 대사들 회의 시작 직전 러 규탄 성명
유엔수장 "러 우크라 침공은 국제법 위반"
[서울=뉴시스]조성하 신정원 기자 = 러시아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를 주제로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를 주재하자 유엔 사무총장과 서방 국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 CNN,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본부에서는 '국제 평화와 안보유지'라는 주제의 안보리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4월 순회 의장국을 맡은 러시아가 주재했다.
유엔 안보리는 매월 상임이사국 5개국·비상임이사국 10개국 등 총 15개국이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회의를 열고 국제 정세가 냉전 시대보다 더 위험한 상태에 있다며 이를 서방의 탓으로 돌렸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우리는 냉전시대 만큼 위험한, 어쩌면 그때보다 훨씬 더 위험한 문턱에 있다"며 "미국 등 서방이 외교보단 전쟁을 부추기고 경제 제재로 세계화의 이점을 약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유엔을 향해서도 전쟁의 공포를 막기 위해 설립됐지만 미국 중심의 질서가 국제법을 대체하고 있다며 "유엔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군사적 성격의 목표를 포함해 미국과 동맹국의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면서 "다양한 전 세계의 상황에 미국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위선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라브로프 장관 옆에 자리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장관의 면전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적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황폐화를 초래했다"면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촉발한 세계 경제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강대국 사이 긴장이 사상 최고조에 달했다"며 "우발적 또는 오판으로 인한 전쟁 위험도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앞서 EU 27개국 대사들도 안보리 회의를 시작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러시아군 즉각 철수를 요구했다.
성명을 낭독한 올로프 스코그 EU 유엔 대사는 "러시아는 스스로를 유엔 헌장과 다자주의의 수호자로 묘사하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진실과 멀어질 수 없다"며 "그것(주장)은 냉소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모두는 러시아가 파괴하는 동안 우리는 건설하고, 러시아가 위반하는 동안 우리는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유엔 헌장과 유엔 총회, 국제사법재판소(ICJ),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당신이 보는 모든 곳에서 러시아는 경멸 받고 있다"고 러시아를 압박했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즉각적, 무조건적으로 모든 군대를 완전 철수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효과적인 다자주의에 관심이 있다면, 이것(군 철수)이 그것(다자주의)을 증명하는 첫번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러시아는 정치운동가와 언론인, 야권 인사, 그리고 미국 시민도 구금했다"며 유엔 헌장의 핵심을 공격하고 국제규범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러시아가 간첩 혐의로 구금한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를 언급하며 즉각 석방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회피한 채 유엔 원칙 준수 등 원론적인 입장만 강조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서방을 겨냥한 듯 "일방적 제재는 지정학적 대결을 조장한다"면서 "일부 국가가 국제법의 의미를 왜곡하고 자국의 의지를 국제사회에 강요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했다.
러시아가 마지막으로 안보리 회의를 주관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4월 1일이었다. 당시 외교가는 이를 두고 "만우절 농담"이라며 조롱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의 후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우크라이나 흑해 곡물 수출 협정 연장에 대해 논의했다. 유엔 회의 기간 중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별도로 만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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