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가격이 뛰는 3가지 이유
각국 규제 강화로 암호화폐 '옥석 가리기'
원론적으로 보자면 블록체인의 분산원장(分散元帳)에 저장된 암호화폐 거래 및 소유에 관한 기록은 누구도 임의로 변경하거나 폐기할 수 없다. 은행 계좌에 예금한 자산은 SVB 파산 사태로 새삼 증명된 것처럼 어느 한순간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휴지조각은 둘째 치고, 내 계좌임에도 비상시엔 접근조차 할 수 없고 이체도 불가능하다. 반면 가상자산은 블록체인에 기록된 '디지털 지갑'을 통해 언제든 접근하고 송금할 수 있다. 물론 가상자산을 법정화폐로 환전할 때 가치 등락이 심한 것은 변수다.
둘째, 투자자산으로서 암호화폐가 새삼 다시 조명받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와 FTX 거래소 파산 이후 각국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을 규제하고 나섰다. 암호화폐의 위기는 도리어 '옥석 가리기'라는 순기능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초부터 블록체인을 활용한 토큰증권(STO) 발행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토큰증권은 다양한 자산을 암호화폐로 증권화해 비상장기업의 자금 수혈을 수월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24시간 시장 거래도 가능한 데다, 중개인의 개입이 줄어 거래자가 누리는 이윤도 커질 것이다. 부동산이나 미술품 조각투자는 물론,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도 증권화해 거래할 수 있다. 토큰증권을 통한 거래 내역은 블록체인에 저장되기 때문에 투명성,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로선 국내 토큰증권 발행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프라이빗 블록체인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비트코인의 '반감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점도 주목된다. 비트코인은 2024년 5월쯤 단위 수가 줄어들고 채굴자에 대한 보상도 절반으로 감소하는 반감기를 맞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코인의 희소성과 가치가 높아진다.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는 21만 블록이 생성될 때마다 비트코인이 반감되도록 설계했는데, 그 주기가 약 4년이다. 2020년 5월에 있었던 반감기에 비트코인 가격은 1년 동안 19% 상승했고, 그보다 앞선 2017년 7월 반감기에는 142% 급등한 바 있다.
현실 결제수단 되는 것이 과제
가격 상승세를 보이는 암호화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가 상승장을 주도하지만, 언제 가격이 꺾일지 모른다. 암호화폐가 안정된 자산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가상공간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다양한 비즈니스 솔루션과 서비스에 적극 활용돼야 한다는 얘기다. 아직은 '화폐'라는 표현을 붙이기가 조심스러운 암호화폐가 토큰증권 같은 매개체를 통해 결제수단의 하나로 자리 잡아야 한다. 최근 가격 상승이 거품이 아닌, 실제 미래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직 암호화폐가 풀어야 할 과제가 적잖다.김지현 테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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