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8명이 소포로 받는데…” 비대면진료 약 배송 운명은?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비대면진료의 앞날은 산 넘어 산이다. 진료부터 처방까지 의사들의 반발을 이겨내면 그 뒤론 이제 약사단체의 반대를 극복해야 한다. 진료·처방까지는 의료법, 약 배송은 약사법에서 다뤄져야 하는 탓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가 허용된 상황에선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약사법엔 현재 약 배송과 관련한 근거가 전무하다. 대한약사회의 거센 반대로 최근 법안 논의에서도 약 배송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비대면진료에서 직접 대면으로 약을 수령하는 환자는 20%에 불과하다. 약 배송이 없다면 ‘비대면진료’란 용어 자체가 사실상 무의미하다.
업계는 초진부터 약 배송까지 첩첩이 쌓인 난관을 타개하고자 집단 서명운동 등 갖가지 대책을 짜내고 있다.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취지다.
▶비대면진료 약 수령, 80%는 약 배송=25일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서비스의 핵심인 ‘약 배송’은 아예 국회 논의에 벗어나 있다. 이를 다뤄야 할 약사법 개정안은 발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약 수령에서 40%는 퀵 배송, 40%는 소포로 집계됐다. 방문 및 대리수령은 20%에 그쳤다. 즉, 10명 중 8명은 약 배송으로 비대면진료를 이용한다는 의미다.
현재 논의 중인 법안도 의료법 개정안일 뿐 약 배송을 다룰 약사법 개정안은 아예 논의에서 배제돼 있다. 의료법 개정안에서 비대면진료 초·재진 허용 여부부터 공전을 거듭하면서다.
비대면진료의 약 배송 서비스는 약사회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약사회는 비대면진료라고 해서 꼭 의약품을 배달해야 하느냐는 입장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비대면진료라고 해서 꼭 의약품을 배달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약 배달에 전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약 배송을) 논의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의료법으로는 약을 배송하기 위한 절차, 방법, 대상, 범위 등을 규정할 수 없다”며 “약사법 개정이 안 된다면 입법 부재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업계는 한숨이 깊다. 사업이 당장 존폐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마치 ‘도장깨기’를 하듯, 하나를 극복해도 또 다른 난제가 도사리는 꼴이다. 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부나 국회가 하루빨리 논의해주길 바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법 개정안이 처리되더라도 약사회가 약 배송을 문제 삼으면 또 문제가 된다. 약 배송 관련 법도 빨리 논의를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실증특례 지원에 서명운동까지, 업체들은 몸부림 중=현재 국회가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난항을 거듭하는 국회만 손 놓고 보고 있을 수만도 없다.
비대면업체들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실증특례에 지원했다. 실증특례를 통해서라도 비대면진료를 이어가길 바라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실증특례 조건상 비대면진료가 채택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업계도 알고 있다.
실증특례에 지원한 한 업계 관계자는 “선정되길 바라고 지원한 건 아니다. 뭐라도 해봐야 한다는 몸부림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또 “제도화 과정에서 업계와 소통에 소홀한 보건복지부에 대한 항의 성격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부터 24일까진 서명운동도 진행했다. 국내 스타트업으로부터 시작해 성장한 주요 인사들이 대거 동참했다.
박재욱 쏘카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의장, 이승건 토스 대표, 송재준 컴투스 대표, 이수진 야놀자 대표, 이승재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대표,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등을 포함해 총 11만2564명(24일 0시 기준)이 동의했다.
비대면진료로 시작된 대응은 이제 벤처·스타트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24일엔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블록체인협회,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한국엔젤투자협회, 한국인공지능협회,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 등 8개 기관이 공동으로 “비대면진료 서비스 관련 법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가 소속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비대면진료 서비스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국민 누구에게나 제약 없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의료 공백을 보완했다”며 “가장 중요하게 검토돼야 할 건 의료 소비자인 국민의 편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기가 아픈데 문 연 병원이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던 워킹맘, 병원 갈 시간조차 포기해야 했던 샐러리맨과 자영업자 등 소비자 입장이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가 국민과 혁신의 편에서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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