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갚겠다” 금융사 연체율과 전쟁 시작됐다 [머니뭐니]
[헤럴드경제=서정은·김광우 기자]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금융사들의 연체율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코로나19와 고금리 피해를 예상해 충당금도 착실히 쌓아온 데다 건전성도 아직 양호하다고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금리가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고 최근 전세사기로 인한 경매 유예 조치 등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연체율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금융사로서는 악화된 환경 속 연체율과의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1분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35%로 지난해 말 0.31%에 비해 0.04%포인트가 올랐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 기관의 대출금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을 말한다. 2022년 통틀어 NPL비율은 0.01%포인트 늘어났었는데, 올 1분기 만에 지난해 증가율을 훨씬 크게 앞질렀다는 얘기다.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연체율도 올랐다. 1분기 은행 연체율은 0.28%로 지난해 말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카드 연체율도 1.21%에서 1.35%로 상승세를 그렸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아직까지 은행 연체율이 많이 낮기 때문에 그룹 전체의 연체율이 크게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올 상반기는 경기침체 우려 및 금융시장 심화 변동성을 고려해 철저하게 내실경영 위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체율을 둘러싼 고민은 비단 우리금융만의 문제가 아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 한 해 새로 쌓은 대손충당금은 5조1033억원으로 전년 대비 57%가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고금리에 취약차주들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은행 및 카드연체율은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22%로 전년 말(0.19%)에 비해 0.03%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은행(0.16%)과 하나은행(0.2%)도 각각 0.04%포인트씩 상승했다. 특히 4분기로 갈수록 상승폭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카드 연체율 또한 일제히 1% 안팎까지 치솟았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들 또한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연체율 악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연체율 수준이 비슷하고, 같은 기간 좋은 실적을 거둔 여타 금융사들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이나 금융지주에 비해 재무 여력이 없는 2금융권은 고민이 더욱 크다. 국내은행들은 기업대출 성장이나 우량 차주들을 언덕 삼아 버틴다 치지만, 이들은 상황이 다르다.
이미 2금융권의 부실율은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4.1%)과 여전사(1.54%)의 NPL비율은 1년 만에 각각 0.7%포인트, 0.21%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 또한 각각 0.9%포인트, 0.39%포인트씩 올라 은행 연체율 상승폭(0.04%포인트)의 10배 이상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익스포저에 전세사기로 인한 경매유예 조치까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은 모두 2479세대로 이들에 대해 경매유예가 내려진 상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실채권을 처리해야 하지만 이를 6개월 이상 연기하다 보면 해당 기간 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사들의 충당금 압박도 여전히 부담이다. 고금리 추세가 이어지고,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든 상황에서 충당금을 쌓다보면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 등에 대해 충당금 추가 적립 등 내부 통제 강화를 주문한 상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연체가 발생한 기존 취급 대출이 회수가 되기까지는 최소한 올해 연말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특히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저축은행이나 여전사 등의 건전성 및 유동성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현실적으로 기존 위험 대출을 회수하는 데 주력하고, 무리한 대출 실행을 자제해 위험 신용 수준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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