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의 자기애, 르세라핌의 현실, 에스파의 SMCU [Oh!쎈 초점]
[OSEN=선미경 기자] K팝 4세대 걸그룹 시장을 이끌고 있는 아이브와 르세라핌, 그리고 에스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들만의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세계관은 팬들의 ‘덕심’을 자극하면서 각 팀에게 깊이 빠지게 만들고 있다.
#아이브, 자기애의 아이콘
지난 10일 정규 앨범 ‘I’ve IVE’를 발표한 아이브는 ‘자기애’의 아이콘이다. 데뷔 후 지금까지 발표했던 세 장의 싱글 ‘일레븐(ELEVEN)’, ‘러브 다이브(LOVE DIVE)’,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의 가사와 퍼포먼스에는 넘치는 나르시시즘이 담겼다. 데뷔곡 ‘일레븐’에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는 “투명한 너와 나의 사이 / 가만히 들여다보다 일렁인 물결 속으로 더 빠져드는 걸”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글로만 읽으면 오글거릴 수 있는 노랫말이지만 압도적인 비주얼과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무대를 꾸미는 아이브를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이브의 자기애는 두 번째 싱글 ‘러브 다이브’에서 정점을 찍었다. “Narcissitic, my god, I love it. 서로를 비춘 밤”이라는 가사와 도도하게 거울을 보는 안무가 더해져 스스로에게 빠져드는 순간을 표현했다. 그리고 이들은 신곡 ‘아이엠(I AM)’을 통해 메시지의 확장을 꿰했다. 앨범 발매 당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아이브는 “그동안은 사랑에 있어서 주체적인 모습을 노래했다면 이번에는 나 자신의 당당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사랑이 아닌, 주체적인 삶에 더 집중했다”라고 밝혔다. 자기애를 넘어 자기 확신, 당당함을 노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르세라핌의 현실 밀착형 서사
르세라핌은 세계관보다 ‘서사’가 더 어울리는 팀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 그동안 우후죽순 생겨난 판타지와 과한 설정이 버무려진 세계관에 지친 K-팝 팬들은 르세라핌의 현실 밀착형 서사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르세라핌은 다섯 멤버가 직접 경험한 일과 당시의 감정을 가사에 녹여 진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팀으로 자리 잡았다.
데뷔곡 ‘피어리스(FEARLESS)’에 등장하는 “관심 없어 과거에 모두가 알고 있는 그 트러블에”라는 가사는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허윤진을 둘러싼 이야기를 연상시키고, 지난해 10월 발표한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에 담긴 “잊지 마 내가 두고 온 toe shoes 무슨 말이 더 필요해”는 15년 동안 발레를 하다가 K-팝 아이돌로 데뷔하게 된 카즈하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또 세 번의 데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사쿠라가 부르는 “무시 마 내가 걸어온 커리어”라는 가사 역시 임팩트가 상당하다. 이처럼 르세라핌의 노랫말에서 멤버들이 걸어온 길, 이들의 생각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오는 5월 1일 공개되는 신보 ‘언포기븐(UNFORGIVEN)’의 트레일러 영상는 르세라핌이 직접 녹음한 내레이션이 담았다. 이 내레이션은 과거 멤버들이 직접 남긴 글이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과몰입을 유발했다. 팬들은 전작의 ‘땡스투’에 썼던 글,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했던 말 등을 찾고 공유하면서 ‘덕질’을 이어갔다.
#에스파의 SMCU
오는 5월 8일 컴백하는 에스파는 아이브, 르세라핌과 완전히 결이 다른 세계관을 구축한 팀이다. EXO부터 시작된 SM엔터테인먼트의 판타지 세계관이 에스파에서 꽃을 피웠다 할 수 있다. 이 팀을 이해하려면 ‘아이’(ae), ‘싱크’(SYNK), ‘블랙맘바’(Black Mamba), ‘나비스’(nævis), ‘플랫’(FLAT) 등 새로운 단어와 개념부터 학습해야 한다. 여기에 SM엔터테인먼트 세계관 전체를 아우르는 ‘광야’의 존재가 더해지면서 에스파의 스토리는 마치 SF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에스파의 세계관을 만든 SM엔터테인먼트의 SMCU(SM Culture Universe) 직원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세계관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한 ‘설정집’까지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내부에서 세계관을 잘 못 이해해 다른 방향의 콘텐츠를 만들지 않기 위함이었다. 팬덤 내에서도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게 에스파 세계관의 묘미기도 하다.
각자 뚜렷한 색깔을 가진 걸그룹이 대격돌을 펼치면서 요즘 가요계는 한 여름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아이브, 르세라핌, 에스파에 이어 (여자) 아이들까지 컴백을 공식화하면서 지난해보다 더 강력해진 ‘걸그룹 대전’이 기대된다. /seon@osen.co.kr
[사진]스타쉽, SM, 쏘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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