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대기업까지 아침 9시 30분 일제히 하한가…누구 소행?
<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25일)도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어제 우리 증권시장에 굉장히 이상한 일이 있었지 않습니까? 대기업 포함해서 10개 가까운 회사 주가가 하루 동안 떨어질 수 있는 최대치, 혹은 그 근처까지 떨어졌어요.
<기자>
여기 지금 나와 있는 회사들입니다.
코스피에 올라와 있는 회사도 있고 코스닥 회사도 있는데 하림지주, 대성홀딩스, 삼천리를 포함해서 모두 8개 회사가 어제 장이 열린 직후라고 할 수 있는 9시 30분대에 갑자기 하한가까지 폭락합니다.
30%씩 폭락을 한 겁니다. 우리 주식 시장은 특정한 종목이 하루에 갑자기 30%를 초과해서 오르거나 30%보다 더 떨어지도록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하한가까지 떨어져서 어제 내내 회복하지 못하고 끝났습니다.
CJ그룹도 어제 장 중 한때 하한가 근처인 28%까지 폭락했다가 회복해서 전날보다 12.7% 떨어진 상태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 기업들은 이렇게 주가가 갑자기 폭락할 만한 문제가 있었던 회사들이 아닙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모두 대체로 프랑스계 증권사인 SG증권을 통해서 어제 이렇게 하한가, 또는 그 근처까지 맴돌게 한 대량 매도 주문이 쏟아져 나왔다는 겁니다.
전체 495만 주 정도가 거래되는 코스피시장의 다올투자증권 주식은 어제 SG증권을 통해서만 그중 12.5% 정도의 물량인 61만 7천 주, 하림지주도 전체 물량의 12.5%인 무려 191만 2천여 주에 대해서 SG 증권을 통해서 매도 주문이 쏟아졌습니다.
하한가까지 수직 낙하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물량입니다.
<앵커>
말 그대로 수직 낙하, 폭락 폭이 굉장히 컸던 것 같습니다. 시청자들도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기자>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하한가를 기록한 8개 회사 중의 하나인 다올투자증권이 장이 마감한 뒤에 이런 공시를 하나 냅니다.
오늘 자기네 회사가 투자 주의 종목으로 되어 있으니까 투자를 주의하라고 하면서 그 이유로 얘기한 게 특정 계좌 몇 개가 최근 며칠간 집중적으로 거래한 종목이니까 투자를 주의해 달라고 얘기를 한 겁니다.
다시 말해서 갑자기 나온 이번 하한가 폭락은 소수의 특정 계좌, 특정 세력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거죠.
어제 하한가를 친 종목들은 시장에서 거래량이 그렇게 많은 편에 속하는 종목들이 아닙니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다든가 하는 이유로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물량이 얼마 되지 않는 기업들입니다.
거래량이 많지 않으면, 주가의 추이도 특정 몇몇의 이른바 '큰손'에 좌우되기가 더 쉬워지겠죠.
일각에서는 이른바 '다단계 사모펀드' 연루설이 제기됐습니다.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아 온 사모펀드가 이 종목들에 투자하면서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다 문제가 생겼다는 추측입니다.
CFD 매물이 쏟아졌다는 추측도 나옵니다.
CFD, 즉 차액결제거래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서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식의 투자가 이뤄지는 일종의 파생상품입니다.
특정 사모펀드가 이번에 하한가로 직행한 주식들에 대해서 이 파생상품 투자도 하고 있었다는 거죠.
그런데 주가가 떨어지면서 증권사가 빌려준 돈을 회수하려고 CFD매물을, 즉 해당 회사의 주식들을 한꺼번에 대거 팔아버리게 되면서 하한가가 속출했단 겁니다.
아직은 모두 추측입니다. 그런데 어제 하한가를 기록한 이 회사 주식들은 실제로 빚내서 들어온 투자금 비중이 우리 주식시장 종목들의 평균보다 훨씬 높은 게 또 하나의 특징이었습니다.
<앵커>
권 기자 말처럼 추측이기는 하지만 빚을 내서 하는 리스크가 큰 투자가 대규모로 있었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기자>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어떤 종류의 것이건 간에 다소 무리한 빚낸 투자가 중심에 있었던 것은 맞아 보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불법적 거래 여부가 없는지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경민/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 : 레버리지 투자(빚내서 하는 투자)가 조금 위험 수준까지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시그널링(신호)의 효과는 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종목들을 한 번 보시면, 거래량이나 거래대금 규모가 좀 작았던 종목들이어서, 한 번에 나오는 물량을 소화하기는 부족했던 걸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빚내서 하는 주식 투자가 다시 늘고 있죠. 10개월 만에 우리 주식시장에 빚내서 들어와 있는 투자금이 다시 20조 원을 넘었습니다.
이번 사태는 특정 세력으로 인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빚내서 하는 투자의 경각심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계기로 보인다는 겁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누나가 평양의 봄 보여줄게"…만두 빚던 그 북한 여성
- 문수아, 故 문빈 향한 애틋한 편지 "오빠 몫까지 열심히 살게"
- [스브스夜] '동상이몽2' 이장원♥배다해, "아이 심장 소리 들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유산
- "계좌 풀어줄게, 합의금 달라"…출처 모를 돈 찍혔다면
- "지갑 지켜줘 고마웠다" "돌아와"…누누티비에 추모까지
- [뉴스딱] "이제 이불킥 하지 마세요"…정부가 '흑역사' 지워준다
- 프랜차이즈도 못 가겠네…햄버거 단품에 '1만 6,500원'
- [단독] 체포 현장 생중계한 신고 전문 유튜버…방송 도중 압수수색
- 49초 만에 훔치고 달아났다…CCTV에 잡힌 이 일당 수법
- 전국 횟집 2500곳이 당했다…온 적도 없는 손님의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