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의 기적 다시 한번!" 우승 주역 2명 이탈에도 배유나는 당차다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이끈 미들 블로커 배유나(34·182cm)가 또 한 번 0%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도로공사는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5전 3선승제 챔피언 결정전에서 0%의 확률을 뒤집고 우승을 차지했다. 1, 2차전에서 패배한 팀은 이전까지 우승한 적이 없었지만 도로공사는 3차전부터 모두 승리를 거둬 기적의 리버스 스윕을 만들었다.
우승 주역으로 활약한 배유나는 시즌을 마친 뒤 많은 관심 속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그는 24일 인천 중구 영종도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 인천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대한항공·한국도로공사 우승 합동 축승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근황을 전했다.
워낙 극적인 우승이었던 만큼 배유나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듯했다. 그는 "아직도 우승을 한 게 믿기지 않는데, 오늘 축승회까지 오고 나니까 실감이 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행사와 인터뷰 등 바쁜 일정 때문에 쉴 틈이 없었는데, 집에서 쉴 때는 남편과 시간을 보냈다"고 근황을 전한 뒤 "스케줄을 다 마치면 가족들과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우승을 축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었다. 이에 배유나는 "모든 순간이 다 기억에 남지만 챔피언 결정전 5차전 5세트에서 15점이 채우고 축포가 터졌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모든 선수들이 코트로 뛰어 들어왔을 때 그제서야 우승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5차전을 앞두고 사령탑이 남긴 명언도 배유나의 마음을 울렸다. 1, 2차전을 모두 내줬지만 3, 4차전을 모두 잡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도로공사는 이미 강한 인상을 남긴 상태였다. 하지만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억에 남느냐, 기록에 남느냐가 5차전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명언에 자극을 받은 선수들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억과 기록에 모두 남을 명장면을 연출했다. 배유나는 "평소에 그런 말씀을 잘 안 하시는 분인데 경기 후 감독님 말씀대로 됐다"면서 "감독님의 말씀을 마음속에 새기고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을 마친 뒤 배유나는 네 번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했다. 도로공사는 우승 주역인 그와 동행을 이어가기 위해 역대 미들 블로커 최고 대우인 연간 보수 총액 5억5000만 원(연봉 4억4000만 원, 옵션 1억1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FA 시장에서 배유나는 미들 블로커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정규 리그 36경기에 출전해 공격 성공률 41.89%로 443득점을 기록, 블로킹은 세트당 0.771개로 리그 2위에 올랐다. 이 같은 활약에 힘입어 베스트7 미들 블로커 부문을 수상했다.
이에 타 팀들의 러브콜이 있었지만 배유나는 도로공사를 1순위로 생각했다. 그는 "우승에 대한 여운이 많이 남아 있었고, 팀에 대한 애정이 컸다"면서 "구단에서 나를 존중해주고 대우해 준다는 느낌이 들어서 동행을 결정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우승과 함께 커리어 하이를 찍은 시즌이었다. 배유나는 눈부신 활약의 비결에 대해 "KOVO컵 때부터 컨디션이 좋았고 정규 리그 내내 흐름이 좋았던 것 같다"면서 "시작부터 좋은 느낌을 유지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 FA 때는 아쉬웠는데 다시 좋은 상황이 찾아온 걸 보고 인생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승을 함께 일군 에이스 박정아(30), 베테랑 정대영(42)과 다음 시즌에는 동행하지 못하게 됐다. 도로공사에는 올 시즌을 마친 뒤 배유나를 비롯해 5명의 주축 선수가 FA로 풀렸는데 박정아는 페퍼저축은행, 정대영은 GS칼텍스로 떠났다. 나머지 내부 FA인 문정원(31)과 전새얀(27)은 다행히 도로공사에 잔류했다.
배유나는 팀을 떠난 박정아, 정대영에 대해 "팀 전력이 워낙 좋아서 황금 멤버라고 하시더라. 두 선수가 우승을 이룬 뒤 좋은 대우를 받고 이적을 한 거라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모두 응원해주고 싶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거라고 생각하고 선택을 존중해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하위권에 머물 거란 예상을 깨고 챔피언 결정전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박정아, 정대영 등 주축 선수들이 이탈한 상황에서 다음 시즌에는 더 고전할 거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배유나는 "올 시즌 모두 우리가 우승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운을 뗀 뒤 다음 시즌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그는 "멤버가 좋진 않지만 최대한 실력을 끌어올려서 0%의 기적을 다시 한 번 보여드리는 게 또 하나의 목표"라며 "비시즌 때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고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영종도=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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