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리퍼블릭 '어닝 쇼크'…은행 위기 아직 안 끝났다(종합)
은행 위기 여파…예금 줄고 수익성 악화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위기설’이 돌았던 미국 중소 지역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예금은 급감했고 수익성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중소 은행들을 중심으로 대출 감소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더 커졌다. 최악의 경우 추가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4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은 이날 뉴욕 증시 마감 직후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말 현재 총예금이 1044억7400만달러(약 139조5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말(1764억3700달러) 대비 40.79% 급감한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450억달러)를 밑돌았다. 시장 전문가들이 예측한 추정치는 1000억~2060억달러였다. 1년 전(1620억6000달러)과 비교해도 35.53% 줄었다. 월가 예상보다 돈이 훨씬 많이 빠져나간 셈이다. 사실상 ‘어닝 쇼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번 수치가 대형 은행들의 예치 금액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JP모건체이스를 필두로 한 11개 은행들은 300억달러를 모아 급히 예치했고, 시장은 그나마 안도했다. 미국 4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는 각각 50억달러를 내놓았다. CNBC는 “그것(300억달러)이 없었다면 퍼스트리퍼블릭의 예금은 50% 이상 줄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총예금에 300억달러를 빼면, 57.79% 감소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익성 역시 나빠졌다. 1분기 순이자이익은 9억2300만달러로 전기(11억7400만달러) 대비 21.38% 줄었다. 1년 전(11억4500만달러)와 비교해도 19.39% 감소했다. 순이자마진은 1.77%로 전기(2.45%), 전년 동기(2.68%) 대비 모두 하락했다. 주당순이익(EPS)은 1.23달러로 시장 전망치(85센트)는 상회했지만, 직전 분기(1.88달러)보다 떨어졌다. 올해 초 예기치 못한 은행 위기에 퍼스트리퍼블릭이 휘청거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마이클 로플러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를 통해 “300억달러의 예금을 예치해준 미국 최대 은행들에게 감사하다”며 “전문가들을 지원해준 연방 및 주 규제당국에게도 거듭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난달 27일 주부터 예금 흐름은 안정화했고 지난 21일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21일 기준 예금은 1027억달러로 지난달 말보다 1.7% 감소하는데 그쳤다”고 했다. 1분기 숫자로 나타난 실적보다 현재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임원 보수 절감 △사무실 공간 축소 △인력 감축 등을 통해 2분기부터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략적인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산 매각, 증자 등에 나서며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그리 밝지 않다.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가 오후 5시33분 현재 시간외 거래에서 17.62% 폭락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이날 정규장에서는 무려 12.20% 뛰었다.
무엇보다 중소 지역은행이 신용 여건을 강화하고 대출을 확 줄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출 축소는 곧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이는 은행 연체 급증, 이익 추가 감소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소 은행들을 주로 이용하는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넘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금융권 불안 탓에 대형 은행으로 예금이 이동할 경우 자칫 중소형 은행에서 추가 뱅크런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까지 있다. 특히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한 대형 은행들은 이번 위기의 반사이익으로 1분기 비교적 호실적을 거뒀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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