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회계자료 3개월 공개'는 턱없이 부족.... 선관위도 "상시 공개해야"
박주민 '홈피 공개' 김철민 '1년 공개' 개정안
미국 선관위에 상시 공개, 일본은 3년간 공개
정당이나 국회의원 후원자들이 자신이 낸 후원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세세하게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회계보고 마감 후 3개월 동안만 열람이 가능하다는 정치자금법 규정 탓이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3개월 열람은 위헌'이란 결정을 내렸으나, 관련 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해당 문구가 효력이 사라진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주요 국가들이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을 인터넷에 공개하거나 장기간 열람을 허용해 후원자나 시민단체들이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든 것과 비교해 한국의 제도는 지나치게 폐쇄적이란 지적이 많다.
헌재 '위헌' 판결에도 의원들은 무관심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당이나 국회의원 등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은 회계보고 후 3개월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람할 수 있다. 녹색당은 2018년 이 같은 정치자금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2021년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열람 기한인 ‘3개월’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헌재는 회계자료 열람 기한을 제한한 취지를 정치자금을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3개월이란 기간은 자료를 충분히 분석하기에 지나치게 짧아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선관위도 2013년과 2016년, 2021년 세 차례에 걸쳐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 공개 확대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2021년 제출한 선관위의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서에는 정당과 국회의원은 매달 정치자금을 선관위 시스템을 통해 상시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시민사회단체·언론 등의 상호 검증을 통해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제도가 도입되면 언론은 물론 유튜버, 지역구 경쟁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검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공개 확대' 관련 법안들은 폐기되거나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헌재 판결 이후에도 2년 가까이 법이 고쳐지지 않으면서 '3개월' 문구는 효력이 사라진 상태로 남아있고, 선관위는 정보공개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과거 자료까지 공개하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3월 선관위 안과 유사한 '열람기간 제한 없이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상정 후 국회에서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 박 의원은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법안이 폐기됐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과 김철민 민주당 의원도 2021년 6월 각각 회계자료 열람 기한을 각각 6개월, 1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냈지만,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박주민 의원은 "정치자금을 상시 공개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정치자금 운용 개선만을 위한 것이 아닌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국민적 신뢰 제고를 위한 법안"이라며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길 바란다면 이 법안의 논의를 신속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인터넷에 공개' 일본 '3년간 공개'
해외 주요 국가들은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세세하게 규제하지 않는 대신 정보공개 확대를 통해 정치자금이 제대로 된 곳에 쓰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국은 상·하원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정치자금 수입, 지출 내역을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직접 찾아볼 수 있다. 필요한 경우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엑셀파일로 다운로드할 수 있거나 ‘광고’, ‘급여’ 등의 키워드 검색을 통해 관련 지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홈페이지상 후원금 수입·지출 규모가 가장 큰 라파엘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2021~2022년 사이 약 2억 달러를 후원받았고, 이 기간 1만6,103회에 걸쳐 총 2억2,350만 달러를 지출했다는 사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중 지출 규모가 가장 큰 것은 2020년 12월 TV광고(992만 달러) 비용이었다.
영국은 선관위 홈페이지에 정당이나 정치인의 후원금 수입 세부 내역을 공개하고, 매 선거마다 정당의 지출 내역도 검색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일본은 정치단체(한국의 후원회 개념)가 선관위에 제출한 회계보고서를 3년간 공개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회계보고서가 인터넷에 상시 공개된다면 회계 담당자들이 더 자세히 보고를 하고, 허위 보고나 보고 누락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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