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즈가 유일한 '2×MVP→6시즌 FA', 오타니가 하면 상상초월 몸값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는 올시즌 생애 두 번째 MVP 및 첫 사이영상 수상 가능성이 엿보인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역사상 두 번째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오타니는 올시즌을 마치면 생애 첫 FA 자격을 갖추게 된다.

뉴욕포스트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에 따르면 아트 모레노 에인절스 구단주가 오타니를 장기계약으로 묶을 계획을 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올해 트레이드 데드라인인 7월 말 다른 팀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고, 올해 말에는 무조건 FA 시장에 나간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봐야 한다.

에인절스가 올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이 엿보인다면 몰라도 오타니의 마음을 붙잡기엔 시즌 초 행보가 너무 불안정하다. 23일 현재 에인절스는 11승11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3위에 머물러 있다. 오타니는 최근 2년 동안 "우승하고 싶다"는 말을 직간접적으로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오타니의 FA 가치는 이미 현지 유력 매체들을 통해 다뤄져 왔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4억달러를 넘어 5억달러는 따논 당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며, 6억달러를 거론하는 전문가들도 수두룩한 상황이다.

데이빗 샘슨 전 마이애미 말린스 사장은 지난 2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오타니는 1선발이고 중심타자다. 팀에서 두 가지를 하고 있다. 연봉 2500만달러짜리 선수 2명 역할을 하는 것이니 연봉 5000만달러는 합리적"이라며 계약기간 10년이면 총액 5억달러가 무난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디 애슬레틱은 지난달 오타니의 가치에 대해 투수로는 카를로스 로돈, 타자로는 브라이스 하퍼의 몸값을 합치면 적절하다고 했다. 로돈은 작년 12월 뉴욕 양키스와 6년 1억6200만달러, 하퍼는 2019년 2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13년 3억3000만달러에 각각 FA 계약을 했다. 연평균 로돈은 2700만달러, 하퍼는 254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둘의 연봉을 합하면 5240만달러다. 역시 10년 계약이면 5억달러를 훌쩍 넘게 된다.

오타니가 투타에 걸쳐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입증했기 때문에 샘슨 전 사장과 디 애슬레틱의 논리와 주장은 합리적이며 설득력을 갖는다.

그런데 오타니가 올해 생애 두 번째 MVP를 차지하면 어떻게 될까.

배리 본즈는 1992년 12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4375만달러에 FA 계약을 했다. 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에 FA 제도가 도입된 1976년 이후, 풀타임 6시즌 동안 두 차례 MVP에 오른 뒤 시장에 나가 대박을 터뜨린 선수는 딱 한 명 밖에 없다. 1992년 배리 본즈가 그 주인공이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본즈는 1990년과 1992년 두 차례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한 뒤 1992년 말 생애 첫 FA 신분으로 시장에 나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4375만달러에 계약했다. 당시만 해도 누구도 넘볼 수 없었던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이었다.

오타니는 이미 2021년 완벽한 투타 겸업을 수행하며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다. 사실 지난해에도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규정타석과 규정이닝을 동시에 달성하는 괴력을 뽐내 MVP에 뽑혀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62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최다 기록을 쓴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를 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 MVP 탈환 가능성이 크게 엿보인다. 이날 현재 타자로 타율 0.266(79타수 21안타) 5홈런 13타점 OPS 0.825, 투수로 5경기에서 28이닝을 던져 3승, 평균자책점 0.64, 38탈삼진을 마크했다. 특히 평균자책점은 양 리그를 통틀어 1위다.

오타니가 만일 두 번째 MVP에 덧붙여 사이영상까지 거머쥔다면 FA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