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취업하지 말라”...1조 굴리는 연봉킹이 본 ‘부자되는 법’ [신기자 톡톡]

신수현 기자(soo1@mk.co.kr) 2023. 4. 2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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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영 NH투자증권 상무
비트코인 반등 시대 온다
청년들, 성공하고 싶다면
대기업에 취업하지 말 것
서재영 NH투자증권 상무가 자산가들의 자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NH투자증권 프리미어 블루 강북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형기 기자>
“나는 들이대 출신입니다.”

서재영 NH투자증권 상무는 사람들을 만날 때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곤 한다.

서 상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지난해 NH투자증권으로부터 21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의 보수를 받을 정도로 인정받는 ‘연봉킹 프라이빗 뱅커(PB)’로 꼽힌다.

피비(PB)는 ‘프라이빗 뱅커(private banker)’의 약자로, 자산가들의 자산을 증식하고 관리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자산가들의 투자 성향에 맞는 금융 상품을 추천해주고, 주식·부동산 투자 등을 도와주며, 세금 납부, 상속 등 자산가들이 자신의 자산과 관련돼 궁금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서 상무는 기업 오너나 전문 경영인(CEO), 성공한 젊은 창업가 등 자산가들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고 있으며, 그가 굴리는 고객들의 자산 규모만 1조원에 달한다.

서 상무는 자산가들로부터 인정받으면서 NH투자증권 경영진이 여러 차례 승진을 권했지만, 현장에서 고객들과 만나면서 실무를 계속 하고 싶다며 경영진이 되는 것을 스스로 사양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서 상무를 만나 그가 지금까지 만나온 부자들의 특징, 부자들의 최근 관심사,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 시장 전망, 암호화폐의 미래, 서 상무의 자산관리 방법, 청년들을 위한 조언 등에 관해 들어봤다.

-부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첫째 부자들은 메모를 잘한다. 새로운 정보, 트렌드를 알게 되면 메모하고, 이를 숙지하려고 노력한다. 둘째 열정적으로 일한다. 성공자 중에서는 주말에도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일요일에는 거의 일하는 것 같다. 나도 특별할 때를 빼곤 주말에 거의 일한다.

부자들의 세 번째 공통 특징은 주관이 확실하고 자신만의 철학, 신념도 확고하다. 주관이 뚜렷해서 그런지 어떤 사안을 결정할 때 심사숙고하되 질질 끌지 않고 신속하게 결정하는 편이다. 이런 성향은 투자에도 나타나는데, 투자할 때도 결정이 빠른 편이다.

-부자들은 최근 어디에 투자하나.

▶주식·부동산 시장이 별로 안 좋기 때문에 최근에는 국내외 채권에 투자하는 부자들이 많다. 일부 자산가들은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부자들이 지난해까지 비상장사 투자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비상장사보다는 상장사에 더 주목하고 있다.

금은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아서 그런지 부자들이 대체로 금 투자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반면에 부동산은 2~3년 전과 비교해 가격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적당한 시기에 부동산을 매입하려고 현금을 갖고 대기 중인 부자들은 있다.

-‘갓물주’라는 말도 있을 만큼 건물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자들은 대체로 건물 한 채씩 거의 다 갖고 있을 것 같다.

▶성공한 젊은 창업가들은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다. 하지만 의외로 건물 투자에 관심이 없는 부자들도 꽤 있다. 현금만 1000억원 이상 갖고 있지만, 절대로 부동산 투자를 안 한다는 투자 원칙을 지닌 자산가들도 있다. 부동산보다 사업에 더 신경 쓰고 싶다며 부동산 투자를 아예 안 하는 경영자들도 있다.

-부자들이 암호화폐, 쉽게 말해 코인에도 투자하나.

▶젊은 부자들, 신흥 부자들은 대부분 코인에 관심을 갖고, 실제로 투자도 꽤 한다. 지금까지 만나본 자산 400억원 이상 가진 젊은 부자들은 다 코인에 투자하고 있었다. 50대 이상 부자들은 대부분 코인을 어떻게 사고팔아야 할지 잘 몰랐고, 코인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현재 가난하지만 성실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성실하고 열심히 살면 세상은 그 사람에게 반드시 행운을 가져다준다. 돈을 벌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돈을 모으는 전략이 있고 돈을 버는 전략이 있는데, 성실해도 돈을 모으기만 하면 부자가 될 수 없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은 티끌을 열심히 모아봤자 티끌로 끝난다. 돈을 버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젊은 사람이 큰돈을 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창업해서 성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창업해서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 두 번째로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진정한 전문가가 되려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 성장하고 있는 기업에 취업하는 게 좋다. 그런 기업에서 일해야 본인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고, 스톡옵션을 받을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세 번째 방법은 투자를 잘하는 것이다. 설사 본업에서 뛰어나게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도 내가 투자한 회사가 잘 되면 큰돈을 벌 수 있다. 투자를 잘하려면 어디에 투자할지 잘 결정해야 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깊이 공부하면 그 분야에서 유망한 기업을 알게 될 것이다. 그 기업에 투자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게임을 좋아하면 게임 업체를 잘 분석해라. 그러면 성공할 게임이 보이고, 해당 게임을 개발했거나 연관성 있는 회사에 투자하면 된다.

-상무님은 어디에 투자했나.

▶자산의 70% 정도를 비상장사 주식에 투자했다. 나머지는 부동산, 코인 등에 투자했다. 비상장사 중에서는 패션 애플리케이션(앱)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기업 에이블리코퍼레이션, 피자 토핑 시간을 포함해 5~8분 만에 누구나 피자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으로 피자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고피자, 중고 물품 거래 앱 ‘당근마켓’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당근마켓, 반도체 회사, 플랫폼 기업, 인공지능(AI) 기업 등 다양한 비상장 회사에 투자했다. 일부는 단독으로, 일부는 고객들과 함께 투자했다. 한 기업에 10억원 이상 투자한 곳도 있고, 보통 1억원 이상 투자했다.

올해 브라질 채권을 눈여겨보고 있다. 상장사 중에서는 2차 전지 같은 성장주에 관심 갖고 있다. 비상장사에도 여전히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 가치가 4천~5천억원에 달했던 비상장사들이 수백억원대로 떨어진 곳들이 꽤 있다. 이런 기업 주식을 상대적으로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투자 기회를 보고 있다.

-비상장사,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특히 무엇을 눈여겨보는지. 투자 기준.

▶창업자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창업자의 사고방식, 열정, 사업방식, 성향, 성격 등 창업자 자체를 면밀하게 분석하려고 한다. 그래서 창업자를 여러 번 만난다.

두 번째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업 모델이다. 앞으로 성장할 기업인지, 현재는 적자상태여도 흑자로 돌아서고 클 수 있는 기업인지,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등을 눈여겨본다.

세 번째는 산업 트렌드와 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본다. 성장이 정체돼 있거나 퇴보하고 있는 산업에 속한 기업에는 관심이 없다.

-투자할 수 있는 돈이 1000만원 있다면.

▶여유 자금이 1000만원 밖에 없는 직장인이라면 절대로 남한테 돈을 맡기면 안 된다. 즉 은행에 고스란히 예·적금하면 안 된다. 지금은 투자의 시대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아서 투자해야 한다.

투자 성향이 공격적이라면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것도 좋다. 조금 더 공격적인 성향이라면 테슬라 ELS에 투자하는 것도 좋다.

-암호화폐의 전망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회복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근거로 첫째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 시장이 커지는 추세인 데다 암호화폐와 기술적으로 연결되는 대체 불가능 토큰(NTF), 블록체인 기술 수요가 커지면서 이들 기술도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중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비트코인의 미래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비트코인 가격이 확 올라갈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신 소위 말하는 잡코인들은 많이 없어질 것 같다.

-개인적인 얘기도 해보려고 한다.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난다고.

▶어렸을 때 시골에서 컸는데,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소를 돌보고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와드려야 해서 어렸을 때부터 거의 항상 새벽에 일어났다. 거의 평생 새벽 5시에 일어났던 것 같다. 사회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새벽 5시에 기상했고, 거의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에 신문을 보고 집에서 나온다.

하루에 적어도 2~3개의 미팅을 잡는다. 고객이든 고객이 아니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려고 노력한다. 여러 산업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한다.

-부자들을 상대하다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라서 스트레스를 많이 안 받는다. 타고난 것 같다. 남이 나를 욕해도 별로 상처받지 않는다. 기분은 나쁘지만 기분 나쁘다고 일을 안 할 수는 없지 않나. 기분이 행동을 지배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기분 나쁜 감정을 통제하려고 힘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PB가 된 비결은.

▶열심히 일하고 일을 즐긴 덕분인 것 같다. 그리고 고객에게 항상 진심을 다하고 최선을 다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관계 구축이라고 생각한다.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항상 애쓴다.

-청년들을 위한 조언도.

▶세상이 바뀌었다. 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해서 직업을 갖되,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 관심 있는 분야에 취업하고 그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투자도 자신이 일하고 있는 산업에 투자하는 게 좋다. 해당 분야의 전망 등에 관해 잘 파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놀 때도 전략적으로 놀아야 한다. 솔직히 여건만 된다면 누구나 다 놀고 싶지, 누가 잠을 줄여가면서 일하고 남들 놀 때도 일하거나 자기계발하고 싶겠나. 누구나 놀고 싶지만 미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성공하기 위해 절제하면서 사는 것이다. 열심히 놀면서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겠나.

놀 때도 집에서 혼자 놀지 말고 자신과 취미가 맞는 사람들과 만나서 놀면 해당 분야에 인맥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보드 타는 것을 좋아하면 보드 동호회라도 가입하고, 정기적으로 모임에 나가는 게 좋다. 적어도 보드에 대해 잘 알게 되고 보드에 관심 갖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금 인기 있는 분야가 뭔지 트렌드를 잘 파악해야 한다. 현재의 트렌드를 알아야 미래 트렌드도 알 수 있다. 조금이라도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부자가 될 확률도,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대기업에 취업해도 미래가 보장되는 시대는 끝났다. 대기업보다는 벤처,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 스타트업보다 상대적으로 복지와 연봉 체계가 좋고 남들에게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소개하기도 좋지만, 자신의 능력을 100% 충분히 발휘하고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대기업에 취업하지 말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신수현 기자

* 기사는 영상 인터뷰의 일부분으로, 매일경제 공식 유튜브 ‘매경5F’에서 자세한 인터뷰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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