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태양 "이번 앨범 씨앗 삼아 새롭게 시작"
"빅뱅 활동은 저도 가장 바라는 꿈…결혼과 아이, 깊은 내면 모습 찾게 해줘"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노을은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늘 아름다운 방법으로 밤을 맞더라고요. 저 또한 지금의 상황이 힘들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이겨낼 방법을 생각하게 됐고, 이런 마음이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 줬어요."
가수 태양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응원곡 '라우더'(LOUDER) 이후 5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가졌다. 이 기간 군 복무를 했고 결혼도 해 아이도 생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져 신곡을 내고 활동하기에 여의찮은 상황도 이어졌다.
그룹 빅뱅으로는 물론 솔로로도 '나만 바라봐'·'눈, 코, 입' 등의 히트곡으로 연말 시상식 대상까지 안아봤던 그이기에 긴 휴식기는 익숙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해 질 무렵 바라본 노을에서 큰 감동과 위로를 얻고 다시금 음악 작업에 매진하게 됐다.
태양은 24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새 미니음반 '다운 투 어스'(Down to Earth) 청음회에서 "노을에서 이번 앨범이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어두운 밤만 맞이하는 게 내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돼 노을에 내 모습을 투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앨범과 음악을 씨앗으로 삼아 다시 한번 '건강한 나무'를 만들어내고 싶다"며 "다시 한번 아름다운 추억을 맞이하고 싶다. 그것이 내 새로운 시작"이라고 진솔한 생각을 밝혔다.
이번 미니음반에는 타이틀곡 '나의 마음에'를 비롯해 방탄소년단(BTS) 지민과 호흡을 맞춘 선공개곡 '바이브'(VIBE), 블랙핑크 리사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슝!', 1970년대 솔 장르를 재해석한 '나는', 신스팝에 기반해 흥이 넘치는 '나이트폴'(Nightfall) 등 총 여섯 곡이 담겼다. 태양은 전곡의 작사에 참여했다.
태양은 "코로나19 시기 밤 9시쯤 나가서 조깅하면서 내가 가진 생각이 자연스레 정리됐다"며 "이를 적어두고 모아놓으니 곡 작업의 주제가 됐고, 가사를 붙이면서 너무나 감사하게도 전곡 작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
그는 "'다운 투 어스'는 내 지난 시간의 감정과 생각을 담아낸 앨범"이라며 "발라드, 힙합, 솔 등 여러 장르를 담아냈다"고 소개했다.
타이틀곡 '나의 마음에'는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돋보이는 발라드다. 흑백의 뮤직비디오는 '그대여 나의 마음에 비춰 주오'라는 마지막 소절에 이르러서야 컬러로 전환되면서 보는 이의 감정을 극적으로 끌어올린다. 댄스와 힙합이 주를 이루는 K팝 시장에서 '팔방미인'인 그가 발라드를 들고나온 점도 눈에 띈다.
태양은 "K팝이 글로벌하게 성공을 거두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내 생각에 우리 음악의 '골든 에라'(Golden Era·황금기)는 1980∼90년대"라며 "이 시기 음악이 가장 팝스러우면서도 한국적인 감성이 녹아있고, 아름다운 한글로만 채워진 노래가 아닐까 했다. 이 시기 음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어떨까 하고 곡을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태양은 이 노래를 통해 '절대 채울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 나는 뭘 그리 더 가지려 했나 / 부서지는 모래성처럼 / 변해가는 사람들'이라며 공백기 느꼈을 다양한 생각의 단상을 압축적으로 표현해냈다. 피아노로 시작해 후반부 더해지는 스트링 사운드는 감정의 진폭을 한껏 넓혔고, 태양의 미성은 이를 극대화했다.
태양은 "늘 말씀드렸듯이 지금은 세상에 안 계신 유재하 선생님 음악을 좋아한다. 그러한 순수한 음악을 전달하고 싶었다"며 "김광석과 김현식 등 지금 우리나라 음악의 기초를 만든 분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팬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며 "거대한 목표보다는 오래 기다려 준 팬에게 내 음악으로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시작해 다양한 모습으로 팬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태양은 빅뱅 활동에 대해서는 "가장 바라는 꿈이고 오랜 생각"이라면서도 "저도 열심히 활동하고 다른 멤버도 잘 활동을 이어가다 보면 좋은 기회와 시간에 팬 여러분을 다 같은 모습으로 만나게 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공백 기간 가정을 꾸린 데 대해서도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17개월 된 아이가 '딸기'와 '악어'라는 말을 배운 것이 너무 귀엽다고 했다. 직접 창작 동요를 불러주기도 한단다.
태양은 "음악적 변화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 그런 변화가 너무 감사하다"며 "음악적 진정성을 넘어 제 삶 속의 진정성이 내포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깊은 내면의 제 모습을 찾게 됐다.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다.
"공백기는 제게 있어서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바라보고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어요. 일찍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배우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가수 태양 말고도 인간 동영배로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변화를 모색하는 시간이 됐어요."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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