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올려볼까" 시세조종 이어 계약취소 수법도 동원

김노향 기자 2023. 4. 25.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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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호황기에 소위 '집값 담합'으로 몸살을 앓던 실거래가 조작 논란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단 몇 주 만에 수억원 오른 실거래가가 신고되고 1년 전 계약이 취소됐다가 재신고 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신고 1건으로 실거래가 평균 조작━최근엔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고작 한 두 건의 거래실적으로 1000가구를 넘는 대단지의 실거래가 평균을 의도적으로 조정하려는 가격 방어 목적도 있지만 탈세를 위한 편법 거래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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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못 믿을 '부동산 가격'] (1) 1000가구 대단지, 한 건 거래로 평균가격 '흔들'

[편집자주]부동산 호황기에 소위 '집값 담합'으로 몸살을 앓던 실거래가 조작 논란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단 몇 주 만에 수억원 오른 실거래가가 신고되고 1년 전 계약이 취소됐다가 재신고 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1~2건의 계약이 시세를 좌우하는 상황에 이르자 가격 방어를 위해 또는 세금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가격을 높이거나 낮추는 시도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이 같은 시세조종 행위는 부동산 가격을 왜곡시켜 거래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선량한 거래자에게 금전 피해를 줄 수 있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매도 시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시세조종'에 이어 정부의 규제 완화를 이용해 양도소득세 등 세금 탈루를 의도한 계약 조작, 저가 매매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 2000가구 넘는 대단지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서울 용산구의 A아파트. 최근 59㎡(이하 전용면적) 실거래가가 2주 만에 최대 1억3000만원 급등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월 이 아파트의 각각 12층과 19층에 위치한 59㎡가 하루 사이에 14억2000만원, 14억8000만원에 실거래 신고됐다가 며칠 뒤 취소됐다. 아파트 인근의 공인중개업소에 문의한 결과 각각 단순 기재 실수와 매수인의 잔금 납부 문제가 계약 취소 사유로 알려졌다. 이후 보름 만에 16층의 동일 면적이 15억5000만원에 신고됐다. 층은 다르지만 7000만~1억3000만원의 가격 차이가 난 셈이다. 아파트값이 하향세인 상황에서 반대로 오른 값에 거래된 신고 자체가 주목을 받았다. 올 1월 이 아파트의 84㎡는 17억6000만원(8층)에 실거래 신고됐는데 이는 11개월 전인 지난해 2월 24억원(17층)보다 6억4000만원 떨어진 금액이다.

#. 2019년 입주한 경기 고양시 B아파트는 84㎡ 두 건이 지난 3월 16억5500만원(38층)과 12억5000만원(47층)에 각각 실거래 신고됐다. 16억5500만원 신고 건은 전세를 낀 갭투자 매물로 1년 전인 지난해 3월 계약했다가 취소 후 재계약된 동일 물건으로 확인됐다. 계약자는 계약취소 사유에 대해 잔금일 변경이라고 기재했다. 하지만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고양시가 정부의 조정대상지역 규제에서 해제됨에 따라 실거주하지 않아도 양도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점을 노려 계약서를 다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대상지역 1주택자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취득 시 등기시점 기준 '2년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비조정대상지역은 '2년 보유'만 채우면 된다. 취득과 등기 시점을 미루는 수법으로 비슷한 시기에 신고된 물건의 실거래가격이 4억원 이상 차이난 것이다.

향후 매도 시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시세조종'에 이어 정부의 규제 완화를 이용해 양도소득세 등 세금 탈루를 의도한 계약 조작, 저가 매매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세조종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아파트값 담합은 소유자나 공인중개사 등이 일정 금액 이하의 거래를 방해하는 행위로 정부는 2020년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해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신고 1건으로 실거래가 평균 조작


최근엔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고작 한 두 건의 거래실적으로 1000가구를 넘는 대단지의 실거래가 평균을 의도적으로 조정하려는 가격 방어 목적도 있지만 탈세를 위한 편법 거래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가족 간 증여를 넘어 고의로 저가 매매를 시도하거나 계약취소 제도를 이용해 등기일을 변경하는 수법도 동원되고 있다.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시행된 지 17년째지만 이 같은 '꼼수 신고'가 자산가격에 대한 신뢰와 투명성을 떨어뜨려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은 실제 거래 여부를 따지지 않고 거래자 또는 중개인에게 금액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신고 금액이 실제 거래 가격과 달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다양한 유인으로 계약서상 가격과 실제 거래금액이 다른 업(Up)계약 또는 다운(Down)계약이 발생한다. 업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거래 시점에서 내야 하는 취득세가 늘어나지만 향후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고 반대로 다운계약은 취득세를 아끼는 효과가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잔금 이행 여부와 관계없이 신고필증만 있으면 신고가 가능한 것은 현행 시스템의 허점"이면서 "이를 악용할 경우 실거래가 조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직방이나 호갱노노 등 플랫폼을 이용해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받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소수의 거래가 평균에 영향을 미치게 돼 가격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꼬집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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