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다” [포토IN]

인천/사진 박미소 기자·글 김동인 기자 2023. 4. 2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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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사진팀 기자들이 포착한 대한민국의 오늘. 포토저널리즘의 힘을 이 사진에서 느껴보세요.
4월18일 박 아무개씨의 집 앞 복도에는 그를 추모하는 이들이 두고 간 국화가 놓여 있었다. ⓒ시사IN 박미소
두 번째 사망자인 임 아무개씨의 어머니도 4월18일 아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추모식을 찾았다. ⓒ시사IN 박미소

13년 전, 부산 지역 일간지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부산 육상 꿈나무들이 잇따라 다른 지역으로 둥지를 옮기게 돼 부산 체육에 비상이 걸렸다.’ 지역 언론이 주목하던 이 전도유망한 청년은 안타깝게도 지난 4월17일 인천시 미추홀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서른한 살 박 아무개씨. 집에는 “경제적으로 힘들다”라는 손글씨 쪽지가 남아 있었고, 문밖에는 수도요금 체납 독촉장이 버려져 있었다. 국가대표까지 지냈던 박씨는 몇 년 전 선수 생활을 접고 애견 미용을 배우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가 거주했던 집이 박씨를 고통스럽게 했다. 박씨는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를 벌여 구속된 남 아무개 회장(61) 일당의 피해자였다.

벌써 세 번째 죽음이다. 지난 2월, 30대 남성이 사망했고, 4월14일에는 20대 남성 임 아무개씨가 사망했다. 임씨 역시 사망 직전까지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며칠 전 임씨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남긴 말은 “2만원만 보내달라”였다. 연달아 목숨을 잃은 세 사람 모두 남 아무개 회장 일당이 보유하던 집에서 전세로 거주하고 있었다.

“저요. 전세 사기를 당했다고 가족들한테 말도 못해요. 직장에서도 몰라요. 그나마 사기당했다고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같은 피해자들이었어요. 이 사람들이 곧 가족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가족 같던 사람들이 죽었어요.” 4월18일 인천시 주안역 광장에서 열린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기자회견에서 한 피해자가 이렇게 말했다. 당초 이 자리는 2월에 사망한 첫 희생자의 49재 추모식으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그사이 두 사람이 더 사망했고, 추모식 자리는 성토 현장이 되었다. 두 번째 사망자인 임 아무개씨의 어머니도 아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추모식 현장을 찾았다.

이날 전세 사기 피해자들과 65개 시민사회단체는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정부에 피해 구제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전세 사기·깡통 전세 문제는 사회적 재난이다!”

4월18일 인천 주안역 광장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언론과 대중 앞에 나섰다. ⓒ시사IN 박미소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주식 해서, 코인 해서 잃은 돈이 아닙니다. 이건 투자금이 아닙니다. 내 집, 나 잠자야 할 곳을 잃어버린 겁니다. 여러분 죽지 마세요. 저희랑 같이 전세 사기범이 처벌받는 것을 보자고요.” 유독 ‘죽지 말자’는 말이 많이 나온 자리였다. 사망한 피해자들은 대책위에서 함께 활동하던 사람들이었다. 기대고 토닥이던 동료였다. ‘죽지 말자’는 절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전국의 또 다른 피해자들을 향한 외침이기도 했다.

세 번째 희생자가 나온 직후, 정부는 전국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를 중단·유예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 구제책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경매 중단도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는 ‘깡통 전세 특별법’이 발의되어 있지만 여야 간 논의는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4월19일 “최대한 (피해자들을) 도와드리자는 입장이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국회와 함께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정부와 정치권의 ‘느린 대응’에 피해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아직 연대하지 못한 피해자들 가운데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4월20일에도 인천 미추홀구에 거주하던 또 다른 피해자가 목숨을 잃을 뻔하다 구조되기도 했다. 4월18일 추모제에 참석한 김태근 세입자114 운영위원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그래도 술 한잔 하면서 억울하다고 토로하세요. 하지만 2030 세대 여러분들은 혼자 고립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분들이 분노를 표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같이 싸워서 이 어려움을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망한 박씨가 살던 아파트 외관에 임차인들이 항의 메시지를 붙여 두었다. 이곳 임차인 다수가 같은 임대인에게 전세 사기 피해를 입었다. ⓒ시사IN 박미소

 

 

 

인천/사진 박미소 기자·글 김동인 기자 psalms27@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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