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임장 가실 분 구합니다"…부동산 단톡방 들썩
소규모 임장팀 속속 모집
수도권에 실수요 중심 "실거래가 못 믿겠다"
"직접 보고 직접 확인…신중한 매매 트렌드"
경기도 용인시 아파트에 살고 있는 50대 김모씨는 지난달 부동산 단체 채팅방에 가입했다. 청약 문턱이 낮아지면서 새 아파트로 갈아탈 수 있다고 기대했고, 정보를 빨리 공유받기 위해서는 단톡이 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단톡방에 들어와서 정보를 공유한지 한 달 여. 4월부터는 단톡에 드문드문 공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제목은 '주말에 임장 가실 분 구합니다'였다. 주말에 1~2팀이었던 임장팀은 지난주 4팀까지 불어났다. 후기를 보던 중 김씨 또한 연휴를 앞두고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출렁이면서 직접 현장을 둘러보는 이른바 '임장'수요가 늘고 있다. 부동산에서 임장이란 부동산을 사려고 할때 직접 해당 지역에 가서 탐방 하는것을 말한다. 과거 임장팀들은 '갭투자'나 '매수'를 위해 지역을 막론하고 움직였다면, 최근에는 '분양권'과 '실제 매물가', '실거래가' 등을 비교하기 위해 수도권 중심으로 뛰는 점이 달라졌다. 시장의 통계를 기다리거나 믿기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겠다는 수요들이다. 가격 예측이 어려운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출렁이는 실거래가…"내가 직접 확인하겠다"
과거 부동산 상승기에 임장은 '투기'에 가까웠다. 버스를 대절해 한 지역의 매물을 싹쓸이 하거나, 특정인을 따르는 투자자들이 대거 움직이는 사례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이들 임장팀이 움직이는 현장에는 사전에 조율된 현지 공인중개사들이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구축 아파트 갭투자나 주택수에 안 잡히는 공시가 1억원 미만의 주택 투자 등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임장 추세는 그야말로 '개인의 취향'에 가깝다. 차량 한 대로 이동할 수 있는 소규모로 '시장 조사'를 위해 발품을 파는 수요들이다. 지방보다는 수도권에 실거주가 가능하면서도 매물이 많은 지역이 많은 편이다. 화성 동탄2신도시, 인천 검단신도시, 송도신도시, 강동구 일대, 위례신도시 일대 등이 대표적이다. 비교적 최근에 아파트가 들어선 곳으로 매물들의 가격편차가 심하거나 분양권과 실제 매물들의 비교가 가능한 곳들이다.
단톡방을 지켜봤던 김 씨는 "동탄2신도시와 용인 남사읍 일대 임장팀이 최근에 가장 많았다"며 "당장 살 건 아니더라도 얼마나 거리가 되는지도 알아보고, 실거래로 신고되지 않은 (한 달 이내 거래) 실거래가가 뭐가 있는지 물어보려면 확실히 현장에서 물어봐야 한다더다"라고 전했다.
부동산 관련 카페에서 주로 활동하는 40대 이모씨는 나홀로 임장을 다니고 있다. 그는 임장을 다녀온 고수들에게 개별적으로 조언을 적극적으로 구하곤 한다. 이 씨는 "개인적으로 비밀글이나 쪽지를 보내다보면 부동산 업계 종사하는 진짜 고수들이 많다"며 "후보로 생각했던 곳 중에서 조언을 받아 골라서 혼자나 부인과 함께 임장을 가본다"고 말했다. 최근 미분양 주택을 주로 본다는 그는 "주택시장이 안 좋다보니 계약조건과 부담이 적다"며 "미분양 중에서도 돈이 되는 주택형은 따로 있는데, 이를 골라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파트 vs 분양권 vs 청약…"직접 발품팔고 고르겠다"
인천 서구 일대도 임장팀이 자주 찾는 지역이다. 검단신도시를 비롯해 신규 택지들이 개발되는데다, 기존 아파트와 분양권, 청약예정 아파트까지 혼재되어 있다. 지역이 넓고 종류가 다양한만큼 직접 현장을 보고 매입할 아파트를 고르고 있다. 심지어 몰래 아파트 공사 현장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 등의 열성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원당동의 A 공인중개사는 "최근 집값이 많이 떨어진데다 분양도 꾸준하고 거래 가능한 분양권도 있다"며 "물건에 따라 입주시기도 정할 수 있다보니 직접 와서 문의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락처 걸어두고 일정금액대의 매물이 나오면 연락달라는 실수요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검단신도시의 대장아파트인 '검단금호어울림센트럴'의 경우 입주직전인 2021년 8월 전용면적 84㎡의 분양권이 7억9440만원에 팔린바 있다. 하지만 이달에 거래된 매매가는 6억7000만원인데다 저층 매물의 호가는 6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와중에 무순위 청약소식이 떴다. 불로동 검단신도시 AA23블록에 공급하는 '검단신도시 금강펜테리움 3차 센트럴파크'다. 전용면적 74~98㎡의 1049가구로 공급되는 이 아파트는 계약률이 약 90%에 달했지만 123가구가 남아 무순위 청약을 받게 됐다. 25일 청약을 받고 오는 28일 당첨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가장 큰 장점은 자격조건이 낮은데다 분양가가 낮다는 점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성년자(만19세 이상인 자 또는 세대주인 미성년자(자녀양육, 형제자매부양))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청약통장도 필요없고, 청약신청금도 없다. 본인 및 세대원 중 공고일 현재 재당첨제한 기간 내에 있더라도 청약신청이 가능하다. 이번에 당첨되더라도 재당첨 제한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3.3㎡당 평균 1463만원이다. 동호수에 따라 분양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청약을 받는 전용면적 74㎡(86가구)의 경우 분양가가 3억9500만~4억3900만원이며, 98㎡(37가구)의 경우 5억3600만~5억8300만원에 분포됐다. 다만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전용면적 84㎡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검단신도시 아파트의 세입자를 비롯해 실수요자들은 이번 청약을 눈여겨 보고 있다. 검단신도시의 전셋값은 중형이 3억원 초중반대다. 때문에 이번 청약을 비롯해 앞으로 나올 청약을 대기하는 수요들이 있다. 서구 구축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모씨는 "별다른 조건이 없으니 넣어볼 예정"이라면서도 "집값이 떨어지고 각종 규제가 풀어지니까 선택의 여지가 많아졌지만, 그만큼 이번 무순위에는 전국적으로 청약자들이 몰려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동탄2신도시의 B공인중개사는 "시장 한편에는 실거래가가 최저치를 경신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신고가를 찍는다지 않느냐"며 "신고되는 실거래가를 믿기 보다는 직접 확인하고 매매하려는 수요들이 임장을 다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살 건 아니어도 부동산 커뮤니티나 단톡에 임장 다녀온 사진이나 후기를 남기면, 여러가지 조언도 구할 수 있다"며 "집값이 현재는 가파르게 오르거나 매물이 급감하지는 않다보니 실수요자들이 신중하게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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