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 술과 새 부대

김소연 기자 2023. 4. 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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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치에 대한 환멸로 정치 자체에 무관심해지거나 냉소주의에 빠진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정치권은 혹할 만한 새 인물을 선거자원으로 활용하지만 보여주기식에 불과할 뿐 모두가 기대한 개혁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에 따른 실망은 다시 정치 환멸로 이어져 냉소주의자만 양산시킬 뿐이다. 세대교체는 정치적 비전을 갖춘 새 인물이 나타났을 때, 기득권이 욕심을 내려놓고 새 인물에게 정치적 권한을 넘겨줄 때 가능할 것이다."

'새 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 술을 담을 '새 부대' 또한 마련돼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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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1팀 김소연 기자

"기존 정치에 대한 환멸로 정치 자체에 무관심해지거나 냉소주의에 빠진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정치권은 혹할 만한 새 인물을 선거자원으로 활용하지만 보여주기식에 불과할 뿐 모두가 기대한 개혁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에 따른 실망은 다시 정치 환멸로 이어져 냉소주의자만 양산시킬 뿐이다. 세대교체는 정치적 비전을 갖춘 새 인물이 나타났을 때, 기득권이 욕심을 내려놓고 새 인물에게 정치적 권한을 넘겨줄 때 가능할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나오고 있는 '세대교체' 목소리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대학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세대교체는 분명 필요하지만, 진정한 교체가 되기 위해선 근본적인 정치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 술을 담을 '새 부대' 또한 마련돼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 당은 앞서 젊은 정치인을 기용해 당내 중요자원으로 활용한 바 있다. 바로 이준석 전 대표와 박지현 전 위원장이다. 이들은 대선과 지선 전후로, 기성 정치인들이 실패한 뒤 몰락 위기에 처한 당 전면에 서서 리더로 활동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이들 개인의 미숙함, 능력 부족, 각종 의혹 등을 이유로 질타를 받다 못해 자리를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을 준비되지 않은, 부족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인물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 당은 이들을 당 대표급 자리에 앉혀놓고 방패막이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당 내부에서는 이들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과 끊임없는 힐난이 이어졌다. 한때는 자랑거리였던 이들의 어린 나이가 짓뭉개기 쉬운 약점이 돼버린 셈이다.

보통 세대교체를 논할 때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표현을 쓴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새 술에만 관심을 기울였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새로운 인물 자체에 함몰돼 그의 행보만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정작 그것을 담을 부대는 새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내년 총선은 아마 부대를 새것으로 바꾸는 쪽이 선택받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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