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포항에 전구체 공장 추진···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완성 [biz-플러스]
합작법인 설립 논의···10월 착공
포스코그룹이 포항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 이를 위해 세계 최대 전구체 생산 업체인 중국 CNGR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총 1조 6000억 원 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양극재 국내 생산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포스코그룹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충족하기 위해 핵심 소재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오는 10월 착공을 목표로 포항 영일만산단에 전구체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 3만톤 규모의 전구체 제조 라인과 황산니켈 정제 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다. 포스코홀딩스가 정제한 니켈 소재를 포스코퓨처엠(003670)(옛 포스코케미칼)이 전구체로 생산하는 구조다.
포스코그룹은 CNGR과 전구체 공장 투자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양사의 투자 규모는 총 1조 6000억 원 수준으로 가닥이 잡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지분율 등 구체적인 투자 방식을 두고 협의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전구체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섞은 중간재로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그동안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컸다. 하지만 지난달 말 IRA 세부 지침이 발표되면서 한국에서 전구체를 생산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한국에서 양극재를 생산하면서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포스코그룹은 한국에서 원자재 가공에서 전구체 및 양극재 생산에 이르는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을 갖추게 되면 IRA에서 규정하는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포항 전구체 공장 설립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퓨처엠은 양극재·음극재·전구체를 3대 축으로 배터리 소재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원가 40%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경우 연간 생산능력을 10만 톤에서 2025년 기준 34만 톤으로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음극재 생산능력은 같은 기간 8만2000 톤에서 17만 톤으로 늘린다.
양극재 중간 원료인 전구체 생산능력도 기존 1만5000 톤에서 22만 톤으로 10배 넘게 확대하기로 했다. 전구체 1㎏에 리튬 0.5㎏을 더하면 양극재 1㎏이 만들어지는데 전구체 22만톤으로는 전기차 220만여 대에 필요한 양극재 생산이 가능하다.
리튬, 니켈 등 배터리 원자재 분야를 맡는 포스코홀딩스는 포항 전구체 공장 내 황산니켈 정제 라인을 세워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포항에서 원재료인 황산니켈 정련과 중간재인 전구체 제조는 물론 양극재 생산까지 이뤄지는 방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은 셀 제조를 제외하고 배터리 소재 단계까지 모든 과정의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선제적인 광물 공급망 확보가 소재 분야의 국내 투자 확대로 이어지며 선 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호주,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리튬, 니켈을 들여와 한국에서 소재로 정제하고 양극재, 음극재를 양산해 밸류체인 완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포항에선 전구체와 함께 양극재 투자도 확대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전날 6148억 원을 투자해 포항 양극재 공장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이곳에선 연산 4만6000 톤 규모의 하이니켈 NCMA 단입자 양극재 생산라인이 들어선다. 이 소재는 리튬·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을 원료로 제조해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고 배터리 안정성을 높인다. 포항은 이번 투자를 포함해 총 10만6000 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단지로 변모하게 된다.
다른 배터리 업체들도 일제히 전구체 공장 설립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절강화유코발트와 손잡고 총 1조2000억 원을 들여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올해 12월 착공해 연산 10만톤 규모의 생산라인을 갖출 계획이다. SK온 또한 에코프로, 중국 거린메이(GEM)와 함께 최대 1조2100억 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전구체 생산시설을 짓는다.
전문가들은 K배터리의 전구체 투자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IRA상 핵심광물 요건을 충족하려면 국내 배터리 업계는 한국에서 부가가치 50% 이상을 창출해야 하는데 전구체가 양극재 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배터리에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하더라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우호국에서 이를 가공, 완제품으로 생산해 부가가치 50% 이상을 창출하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준다. 선양국 한양대 교수는 “한국에서 전구체를 생산하는 건 IRA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라며 “중국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도 국내 배터리 소재 생태계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는 ‘이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 국가전략’을 통해 광물 가공기술의 세액공제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하이니켈 양극재용 광물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전기차용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전체로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업계는 이를 통해 향후 5년 내 국내 양극재 연간 생산능력이 38만 톤에서 158만 톤으로 4배 가량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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