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기획-초등 1심제 논란①]'불통·불신·불만' 현장은 대혼란…1심제 '거부' 사태까지

2023. 4.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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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현호·최병진 기자]

지난 1월 18일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는 이사회를 열고 기존 초등부 경기 2심제를 2023년부터 1심제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축구 꿈나무들의 축구 환경이 180도 달라지는 정책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이다.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며,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 그러나 1심제 시행과 동시에 갈등이 시작됐고, 시간이 갈수록 논란이 커지고 있다. 축구협회의 이상과 현장의 현실에 괴리감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마이데일리'는 1심제의 문제점과 갈등의 원인 등을 심층 취재했고, 현장의 목소리·축구협회의 입장·베테랑 감독의 폭로까지 총 3편의 시리즈를 연재한다.<편집자주>

2019년 초등부 8인제를 도입하면서 2심제를 시행했고, 4년 만에 1심제로 변경하면서 축구협회는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축구협회는 '2023 대한축구협회 U-12 지도자 컨퍼런스'에서 "1심제를 통해 심판·선수·감독 등 서로를 향한 존중을 키우고 심판 육성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에 불과했다.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실제로 1심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이데일리'는 지난달 한 지역의 초등리그 현장을 찾았다. 현장은 그야말로 '대혼란' 그 자체였다.

현장은 '3불'이 지배했다. '불통·불신·불만'이다. 축구협회의 불통으로 시작된 혼란은 감독·선수·학무모의 심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으며, 불신이 커지자 불만이 폭주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더불어 심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터졌다.

'누구를 위한 1심제인지' 의문이 제기될만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불통-축구협회의 일방통행

1심제에 관해 축구협회는 일방통행을 했다. 축구협회는 초등 지도자들을 모아 '2023 대한축구협회 U-12 지도자 컨퍼런스'를 열어 1심제를 교육한 것 외에 그 어떤 여론 수렴, 공청회 등을 하지 않았다. 심판,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해 1심제를 시행하라고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축구협회의 불통이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 1심제 시행과 관련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현장으로 나갔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심판은 "내가 찾아서 1심제 교육을 듣기도 하고, 일본 사례 등 참고했다. 하지만 1심제 시행과 관련해서는 축구협회에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심판 역시 "축구협회로부터 왜 1심제를 하는 지에 대해 정확한 이유나 상황을 설명 듣지 못했다. 직접 1심제를 하다 보니 부정적인 모습들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한 감독은 "일종의 통보지만 축구협회에 따라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1심제 효과 등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 듣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한 학부모는 "1심제를 시행할 때 특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리그 경기에서는 괜찮지만 본선이나 중요한 경기에서는 유동적으로 심판의 수를 늘리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특별한 설명은 듣지 못했고. 바뀐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의견을 수렴하고 양해를 구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일방적인 진행은 잘못됐다. 규정에 따라야 하지만 학부모들의 불만이 큰 건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불신-오심으로 아이들 피해

2명의 심판이 보던 것을 1명의 심판이 보니, 당연히 오심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오심이 늘어나면 심판에 대한 불신은 커진다. 그렇게 되면 항의가 늘어나고, 항의의 강도는 세지고, 불신은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다.

한 감독은 "심판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 지금도 항의가 자주 일어나지만 격렬하거나 중요도가 높은 경기에서는 더욱 큰 항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감독은 "당연히 2심제보다는 정확하게 못 집어내는 것 같다. 1심제 관련해서 교육을 들었는데 교육에서는 당연히 1심제로 바뀌면 2심제보다 판정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으니까 이에 대해 이해를 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초등 지도자들이 모두 반대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감독은 "처음에는 모든 지도자가 1심제를 반대했다. 축구협회 사정도 있고, 심판 사정이 있을 것이다. 어찌 됐든 1심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해를 해야 하는 건 맞지만 항의는 더 늘어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항의를 하지 않으려 하지만 1심제로 계속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현장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또 그는 "아이들에게도 애매한 상황이 됐다. 심판이 많이 있다면 초등부도 중등부처럼 하는 게 맞고 아이들에게도 더 좋다. 아이들에게는 라인을 나가거나 하는 상황에서 끝까지 플레이하라고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학부모는 "1심제는 비디오 판독(VAR)도 등장하면서 더 세밀하게 판정을 내리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 오심이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1심제로는 힘들다고 본다. 특히 경기 중 오심으로 아이들이 기회를 잃어버리는 상황의 발생할 수 있다. VAR까지 하는 시대에 심판이 1명으로 줄어든다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한 명의 학부모는 "잘못된 결정이라 생각한다. 심판 1명이 모든 걸 잡아낼 수 없다. 관전하는 학부형 입장에서 오심이 나오는 게 보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선수들도 불신에 가득 차 있다. 실제로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이 심판에게 항의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오프사이드 아닌가요?"라고 질문하는 선수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한 선수는 "심판이 1명이라 불편하다. 정확한 판정이 어렵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심판들도 불신을 인정하고 있다.

한 심판은 "1심제에서 지도자는 심판에 대한 불신을 갖고, 심판도 지도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인정했다.

또 다른 심판은 "솔직히 말해 오프사이드나 사이드 라인 벗어나는 걸 보기가 어렵다. 뛰는 양도 많아져서 힘들다. 심판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건 맞다. 감독들의 항의도 더 많이 들어온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불만-초등부 심판 기피 현상

불신이 커지자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감독·선수·학부모의 불만은 결이 같다. 핵심은 오심이다. 공정성을 가질 수 없어 어린 선수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개선을 요구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심판들의 불만 역시 감독·선수·학부모의 불만 못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불신의 흐름은 심판에게 엄청난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심판이 초등부 '공공의 적'이 된 모양새다. 심판도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초등부 심판 '기피 현상'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까지 왔다. 즉, 초등부 1심제 구성원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지도자는 "유소년 지도자들의 항의가 강해 심판들이 초등부 지원을 망설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심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한 심판은 "심판들이 최대한 정확하게 보려고 하지만 사람이다 보니 실수를 한다. 더욱이 1심제를 하면서 판정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긴다. 이에 대한 항의를 강하게 하는 감독들이 있다. 이러다 보니 초등학교 심판을 안 하려 한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심판 역시 "요즘 심판들이 1심제를 안 하려 한다. 아직 메뉴얼도 부족하고 기회도 점점 줄어들게 된다. 여자 심판들도 1심제를 걱정하고 있다. 최근 심판들 모두 중학교 대회를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축구협회-1심제 거부합니다

1심제 논란은 1심제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전남축구협회는 1심제를 거부하고 2심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국 대회는 어쩔 수 없이 1심제로, 지역 주말 리그는 2심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축구협회의 일방통행이 어떤 역효과를 내는지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다.

1심제는 강제 사항이다. 그런데도 전남은 규정을 어겼다. 전남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오심률을 줄이고, 심판 양성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전남축구협회 관계자는 "1심제 오심률이 높다는 말도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2심제를 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심판 양성이다. 우리 지역에는 5급 심판이 30명으로 제일 많다. 1심제를 했을 때 이들이 경기에 뛸 수 있는 곳이 없다. 2심제를 통해 5급 심판들이 서브로 들어가 경기를 뛰고, 성장하고, 이들을 육성하자는 차원에서 전남은 2심제로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도 심판을 키워야 한다. 그러면 경기 경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축구협회의 허락을 받은 건 아니다. 하지만 1심제 예산만 축구협회에 받고 나머지 1명 예산은 전남에서 지원하는 것이라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심판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에게 축구협회가 박수를 쳐줘야 하는 게 아닌가. 축구협회에서 좋지 않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전남의 의지는 완고하다"고 강조했다.

[초등부 경기 모습·8인제 경기. 사진 = 대한축구협회]-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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