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동하는 토큰증권 시장, 코스콤이 진입장벽 낮추겠다"
"토큰증권은 엄연한 증권, 투자자 보호 우선돼야"
(서울=뉴스1) 공준호 박현영 기자 = "토큰증권은 가상자산이 아니라 자본시장법으로 규정된 증권입니다. 토큰증권을 거래한다는 것은 기존 금융기관의 계좌와 연결하고, 장외거래업자의 데이터를 원장에 반영하는 등 전형적인 자본거래 정보기술(IT)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 코스콤이 가장 잘하는 분야이고 다른 업체는 이같은 서비스를 실제로 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이런 강점을 살려 막 태동하는 토큰증권 시장의 초기 진입비용을 낮춰서 많은 회사들이 쉽게 토큰증권 시장에 들어오게 해서 결과적으로는 시장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자본거래 정보기술 시스템은 코스콤만이 가진 강점이다. 여러 거래에 필요한 IT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면서 증권시장에서 수십년간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코스콤은 지난 4월 초 토큰증권과 관련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공동의 발행·유통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토큰증권 사업에 관심은 있지만 독자적 플랫폼 구축에 부담을 느끼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공동 발행·유통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김성환 코스콤 디지털사업본부 상무는 증권업계 신사업으로 떠오른 토큰증권(ST) 시장에서 든든한 인프라 지원의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를 강조했다. 당장 자체 토큰증권발행(STO) 플랫폼을 만들기 어려운 회사들이 보다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시장 진출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우리는 푸드코트 제공자…사업자는 우리 공간에서 음식에만 집중하면 돼"
코스콤은 토큰증권 사업을 개시하고 있는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거래 인프라를 지원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토큰증권 시장에서 플레이어라기보다는 인프라 제공자 역할을 자처한다. 초창기 시장에서 비용 투자 대비 사업성에 대한 고민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코스콤의 공동 플랫폼은 안정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스콤은 토큰증권 공동 플랫폼 지원 사업을 통해 증권업계에 토큰 증권의 발행·유통 공동 플랫폼과 분산원장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토큰증권 사업을 요식업에 비유한다면 코스콤은 직접 음식을 만들고 제공하는 역할이 아니라 푸드코너를 빌려주는 사업자"라고 비유했다. 이어 "돈이 많은 사업자는 큰 땅을 사서 건물을 짓고 종업원을 채용하고 인테리어 하고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 반면 큰돈을 투자하기에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는 사업자라면 특정 푸드코너에 들어가서 그들이 제공하는 식탁, 주차장, 주방시설 등 이용하고 음식맛에 집중하면 된다. 음식이 맛있으면 성공해 돈 벌거고, 그 다음에 단독건물 지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토큰증권 시장에서 중요한건 '어떤 인프라를 쓰느냐'가 아니라 어떤 차별화된 기초자산을 발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인프라의 경쟁이 아닌 만큼 중소형 증권사들이 이 부분에 과도한 비용투자 없이 코스콤의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목표다. 코스콤은 이들을 위한 '맞춤 솔루션'을 제공할 준비를 갖췄다고 김 본부장은 설명했다.
그는 "발행, 유통, 분산원장 기능이 모두 필요하다면 코스콤이 모든 부문에서 인프라를 제공해줄 수 있다. 만약 발행이나 유통, 분산원장 중 특정한 기능만 필요하다면 해당 증권사에 맞춰 우리가 시스템을 제공한다. 각 증권사의 필요에 따라 각각에 맞는 시스템을 제공해 초기 진입비용을 낮추고 더 많은 회사들이 쉽게 토큰증권 시장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코스콤은 토큰증권 시장 발행·유통 플랫폼으로 △신뢰성 △보안성 △편의성 △확장성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블록체인 기술활용에 대한 준비도 오래전부터 해왔다는 설명이다. 코스콤은 2016년부터 미래사업부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켜왔다. 이에 더해 블록체인 기반 비상장 주식 플랫폼(BMU)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등 여러 검증된 경험을 통해 블록체인에 대한 실증적인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경험이 있는 LG CNS와 협업을 통한 시너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코스콤은 지난 17일 토큰증권 공동 플랫폼 개발 사업 고도화를 위해 LG CNS와 협력하기로 했다. 김 본부장은 "LG CNS는 한국은행 CBDC 사업과 금융권 시스템통합(SI) 경험이 있으며 블록체인 인력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편"이라며 "주변에 다양한 업무들을 협업하기로 한거고 향후 범위같은 것들을 추가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토큰증권은 엄연한 증권, 투자자 보호가 우선"
지난 2월 금융당국은 토큰증권에 대해 '디지털자산 형태로 발행되었을 뿐 증권'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면서 기존 암호화폐(가상자산)와는 분리되는 성격을 지녔음을 강조했다. 토큰증권은 자본시장법의 규율 대상이라는 의미다.
이에 더해 당국은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발행과 유통(시장운영) 분리 원칙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증권사는 발행·인수·주선한 증권을 직접 유통할 수 없다. 단, 시장 형성이 덜 된 초기 시장에선 이 같은 발행·유통 분리 원칙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적어도 초기에 한해선 발행과 유통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김 본부장은 발행·유통 분리 원칙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봤다. 그는 "FTX 파산, 루나·테라 사태, SVB사태 등 리스크 많은 상황에서 당국에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것처럼 태동하는 시장에선 투자자 보호와 사고 방지가 중요하다. 그는 코스콤처럼 인프라 측면에서 증권에 준하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가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토큰증권과 일반 증권은 같은 자본시장법에 의해 규제되는 만큼 동일한 잣대가 필요하다"며 "계좌관리기관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장외거래업자에 보내고, 또 거래업자에게 받은 거래내역을 계좌에 반영하는 과정은 전형적인 자본시장의 과정이다. 수많은 블록체인 업체들이 토큰증권 거래 시스템 구축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 같은 자본시장의 경험은 코스콤만이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술뿐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독보적인 경험을 구축해온 점이 토큰증권 분야에서 코스콤이 지닌 강점이라는 것이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과 연계하는 것도 '코스콤 표' 플랫폼이 가진 강점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각기 다른 블록체인 기술 업체와 협약을 맺고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토큰증권이 본격적으로 유통될 경우 증권사별로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을 서로 연동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연동에 있어서도 코스콤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여러 기관과의 플랫폼 연동은 코스콤만큼 잘하는 회사가 없을 것"이라며 자본시장에서 여러 증권사들에게 거래 인프라를 지원하며 시스템을 연동해왔던 경험을 강조했다.
이어 "A증권사가 발행한 토큰증권은 A사가 직접 유통하지 못하니까 유통은 코스콤 플랫폼에 맡길 수도 있고, 코스콤 플랫폼을 사용하는 여러 증권사끼리 발행과 유통을 서로 맞교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코스콤의 토큰증권 시장 진출에 대해 수익성보다는 공공적인 성격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코스콤은 태동 자체가 자본시장의 IT를 제대로 운영하고 지원하는 것이 미션이었다"며 "최근 증시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토큰증권이라는 신사업에 조금 더 쉽게 진출하도록 지원하는 측면이 크다. 공공적 역할을 하는게 첫번째 미션"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시장의 한축인 토큰증권시장의 출발에 기여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ze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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