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북한 비핵화의 의지가 꺾여서는 안된다
정부, 용어의 정확성 국민에게 설명해 지지와 의지 모아야
(서울=뉴스1)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한양대학교 교수 = 최근 통일부가 발간한 『2023 통일백서』에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이 포함되었다. 문재인 정부 시기의 『통일백서』에는 비핵화 앞에 주로 '한반도'가 붙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북한 비핵화' 개념이 부활한 것이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북한 비핵화'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제거하자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단어 그대로 뜻을 풀면 한반도 전체, 즉 남북한 모두의 비핵화를 의미한다. 1991년 남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하였다. 이 선언 이후 미국은 한국에 있던 전술핵을 철수시켰고, 한국은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치·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 합의를 어기고 핵무기를 개발해 왔다.
한반도 남쪽에는 핵무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왜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이 계속 사용될까? 그 이유 중 하나는 6자회담 등 핵문제 해결을 국제협상에서 북한과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고집하였고, 한국과 미국이 협상 타결을 위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물론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한반도 비핵화란 결국 북한의 핵 폐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2016년 7월 북한은 「정부 대변인 성명」에서 한국과 미국이 말하는 "북 비핵화는 궤변"이라고 주장하며, 소위 '조선반도 비핵화'의 조건으로 △남쪽에 있는 미국의 핵무기 공개, △미국 핵타격 수단의 한반도 전개 중단 약속, △한국에서 핵 사용권을 가지고 있는 미군의 철수 선포 등을 요구하였다. 이것이 비핵화에 대한 변함없는 북한의 입장이다.
2018년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비핵화를 이야기하자 핵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커졌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라는 표현은 사용하였으나, 북한의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적은 없다. 김정은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얼마후 북한은 '싱가포르 선언'에서 합의한 비핵화는 "우리의 핵 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이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더구나 최근에 북한은 핵개발을 지속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작년 9월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핵무력 정책 관련 법령'을 채택하며 핵보유를 정당화하고 핵무기의 선제적 사용도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나아가 김정은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가 "불가역적"으로 되었다고 강조하였다. 북한은 올해에만 ICBM급 미사일 포함 10회 이상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한국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전술핵탄두를 공개하였으며, "대남 대결전"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핵을 포기해야 하는 주체는 바로 북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의 핵 개발 의지가 강한 만큼, 우리는 북한의 핵 보유를 결코 인정할 수 없고, 반드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굳은 의지를 모아야 한다. 물론 북한 비핵화는 어려운 과정이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비핵화 협상이 시작되면, 그동안의 관례에 따라 대화 테이블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리 타협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거기에 익숙해질 경우,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 논리에 빠져들 우려가 있다. 북한의 이 논리는 미국과의 '핵 군축' 주장으로 이어질 것이며, 한국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미국만 상대하려고 할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의 안보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정부는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그것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이며, 왜 그런 표현을 사용해야 하는지 국민에게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며 국민의 지지와 의지를 모아야 한다. 아울러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하고, 핵 의지를 꺽기 위한 군사적·정치적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우리의 의지이다. 우리가 성과에 급급해 북한 비핵화 의지가 약화되었다고 판단하는 순간 북한은 우리를 무시하고 더 큰 위협을 가하려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비핵화 의지를 절대 꺾을 수 없다고 북한이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북한도 비핵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며, 우리의 안보와 평화를 지키는 방향으로 비핵화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한달 120 줄게, 밥 먹고 즐기자"…편의점 딸뻘 알바생에 조건만남 제안
- 지퍼 열면 쇄골 노출 'For You♡'…"이상한 옷인가?" 특수제작한 이유에 '반전'
- "순하고 착했었는데…" 양광준과 1년 동고동락한 육사 후배 '경악'
- 숙소 문 열었더니 '성큼'…더보이즈 선우, 사생팬에 폭행당했다
- 미사포 쓰고 두 딸과 함께, 명동성당 강단 선 김태희…"항상 행복? 결코"
- "로또 1등 당첨돼 15억 아파트 샀는데…아내·처형이 다 날렸다"
- "자수합니다"던 김나정, 실제 필로폰 양성 반응→불구속 입건(종합)
- '나솔' 10기 정숙 "가슴 원래 커, 줄여서 이 정도…엄마는 H컵" 폭탄발언
- '55세' 엄정화, 나이 잊은 동안 미모…명품 각선미까지 [N샷]
- "'누나 내년 35세 노산, 난 놀 때'…두 살 연하 예비신랑, 유세 떨어 파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