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지분 감소 현대무벡스... “신사업으로 돌파”
현 회장 대물변제후 가족회사도 지분매도
현대그룹 “그룹 성장동력으로 키울 의지”
현대무벡스가 2차전지 공정물류 시장에 처음으로 입성하며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현대무벡스로 재기를 꿈꾸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가는 현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대물변제 등으로 보유 주식이 감소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무벡스는 지난 18, 20일 이틀에 걸쳐 총 730억원 규모의 2차전지 전극·조립공정 물류자동화 장비 공급 계약 2건을 체결했다. 이 회사에 지난해 매출의 3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계약은 이 회사의 2차전지 공정물류 분야의 첫 진출이다. 지금까지는 유통·물류, 타이어, 제약·바이오, 식품 분야의 물류자동화 사업을 중심으로 매출을 내고 있었다. 지난해 전체 매출 2105억원 중 1344억원이 이 분야에서 나왔다.
외화 계약이란 점도 반가운 소식이다. 현대무벡스는 발주기업과 사업장 위치 등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외화 계약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현대무벡스는 지난해 국내 굴지의 글로벌 2차전지 관계 회사들의 소재 관련 물류 사업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신규 계약이 해외프로젝트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자국내 생산한 배터리에 한해 375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등, 각 지역별 2차전지 공장 신설에 따른 추가 수혜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무벡스의 지난해 매출 중 내수 규모는 1781억원으로 사업의 국내 시장 의존도가 85%에 달했다.
현대무벡스는 현대그룹 내 ‘신성장 동력’을 개척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주력 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사업 비중이 높아 추가 성장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무벡스는 지난해말 호주 시드니메트로사와 승강장 안전문(Platform Screen Door, PSD)과 안전발판 제작·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선진국 PSD 시장에서 첫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4월에는 네이버 신사옥 ‘1784′에 세계 최초 로봇전용 엘리베이터인 로보포트(ROBOPORT)를 공급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무벡스는 현정은 회장과 장녀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 등 대주주 일가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지난해말까지 현 회장 21.5%, 정 전무 3.9% 등 현 회장 일가가 직접 보유한 주식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 현대네트워크도 현대무벡스 지분 1.6%를 확보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현대무벡스가 2021~2022년 연속으로 실시한 연간 30억대 배당은 현금 흐름에 목마른 현 회장 일가에게 단비 역할을 했다.
현대무벡스의 성장성을 고려할 때 현 회장의 자녀에게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지렛대 역할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이는 현대무벡스가 현 회장 일가의 가족회사에서 출발해 단기간에 급성장한 이력 때문이다.
현대무벡스는 현정은 회장의 가족회사 현대네트워크(당시 법인명은 현대유엔아이)에서 2011년 인적분할된 신설법인 현대유엔아이가 2018년에 이름을 바꾼 회사였는데, 2021년 스팩 합병 방식을 통한 상장으로 시가총액을 3배 가까이 늘렸다.
다만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무벡스의 지분 과반을 확보하면서 현대무벡스의 현대그룹내 위상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대무벡스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관계회사에서 종속회사로 지위가 변경됐다. 이달 초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소송 관련 채무를 대물변제하기 위해 보유지분 전량을 현대엘리베이터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현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현대무벡스의 195만주(전체 지분의 약 1.7%에 해당) 규모 전환사채권을 현대엘리베이터 종속회사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에 넘기기도 했다.
현 회장이 아끼던 현대무벡스 주식 등을 처분한 이유는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 쉰들러홀딩스(15.5%)의 경영권 공세 때문이다. 쉰들러는 2014년 현 회장 등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손해를 입혔다며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의 1700억원 배상 판결을 이끌어냈고, 판결 후에는 곧바로 채권 강제집행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등의 지분을 빼앗길 위기였다. 현 회장측은 현대엘리베이터에 배상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무벡스 주식을 처분한데 이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담보로 연 12%의 이자를 내는 4개월 만기의 초단기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의 가족회사인 현대네트워크는 보유하고 있던 현대무벡스 주식중 약 130만주를 이달 7~14일 장내매도했다. 이에 따라 현대네크워크가 보유한 현대무벡스 지분은 0.4%로 줄어들었다. 시장에서는 현 회장 등 오너 일가가 현대무벡스에 대한 지배력을 더 이상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현 회장과 그 일가가 직접 보유한 현대무벡스 지분은 5% 미만”이라며 “현대무벡스가 현대그룹 지배구조의 변수로 남아 있기에는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그룹 측은 이와 관련 조선비즈에 “현대무벡스를 현대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갈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 판결 이후 쉰들러 측이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가며 압박했지만, 현 회장이 배상금을 신속히 완납하면서 그룹의 지배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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