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만나려면 굶어야” 목사 말에…케냐 사이비 종교 사망자 73명으로 늘어

현지 경찰, 신도들 스스로 죽음에 이르도록 사주한 혐의 목사 체포
신도들 금식 끝에 아사한 것으로 파악
일부는 병원 이송 중 사망…일부 타살 정황도

케냐 경찰이 24일 케냐 동부 말린디 해안가 마을 인근의 종교 매장지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 가디언뉴스 유튜브 캡처

케냐 동부 지역의 교회 사유지에서 아사한 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 시신이 대거 발견된 가운데 24일(현지 시간) 현지 경찰이 수습한 시신이 73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예수를 만나려면 굶어야 한다”는 목사의 말에 따라 금식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네이션 인터넷판 등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이날 “동부 해안도시 말린디의 ‘기쁜소식 국제교회’ 인근 숲에서 이날까지 발굴된 시신은 모두 65구이며, 병원 이송 과정에서 숨진 8명을 포함해 사망자가 모두 73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5일 이 교회 목사 매켄지 은텡게를 신도들을 스스로 죽음에 이르도록 사주한 혐의로 체포했다. 그뒤 지난 21일부터 교회 인근 숲에 흩어진 수십 개의 흙무덤에 대한 발굴작업을 진행해 시신들을 수습해오고 있다.

보도와 경찰에 따르면 일부 봉분에서는 최대 7구의 시신이 한꺼번에 발견됐는가 하면, 어떤 시신은 묻히지 않고 그냥 버려지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신은 사망 당시 영양 상태가 양호했던 것으로 보여 타살 정황마저 포착된다고 경찰은 전했다. 자페트 코오메 케냐 경찰청장은 이날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은텡게 소유로 추정되는 800에이커(약 323만7000㎡) 규모의 숲에서 수색이 시작된 이래 금식 기도를 하던 29명이 살아서 구조됐다고 밝혔다. 또, 수색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일부 신도가 숲속 깊은 곳에 은신해 여전히 기도와 금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조된 몇몇 신도는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제공된 물과 음식을 거부하고 있다.

한편, 교회 목사 은텡게는 부모가 집안에 가둬 굶어 죽게 한 아동 2명의 사망 사건으로 지난달 구속기소 됐으나 보석금 10만 실링(약 97만 원)을 내고 풀려났다. 다음 달 2일 법정 심리를 앞둔 그는 현재 구금상태에서 물과 음식을 거부하고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은텡게에 대해 종교를 이용해 “기이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테러리스트에 비유하며 그는 “감옥에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