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큐커’ LG는 ‘틔운’ 팔았는데…더 큰 대박은 ‘이곳’서 터진다

이새하 기자(ha12@mk.co.kr) 2023. 4. 2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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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큐커 누적판매 17만대
1년도 안돼 판매 70% 늘어
큐커는 싸게 보급하는 대신
밀키트와 간편식 별도 판매
LG 홈브루와 틔운도 ‘구독’
플랫폼 만들어 수익률 높여
비스포크 큐커. [사진 = 삼성전자]
최근 가전업계에서 가전을 ‘플랫폼’ 형태로 만들어 성장시키는 비즈니스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이를 구매한 고객이 연관된 상품과 서비스를 꾸준히 ‘구독’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전세계적인 업계 불황 속에서 이같은 ‘가전 플랫폼’ 전략이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24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2021년 7월 출시된 삼성전자 비스포크 큐커 누적 판매량은 지난달 기준 17만대로 집계됐다. 작년 5월 말 누적 판매량이 10만대였으니,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판매량이 70% 늘어난 셈이다. 비스포크 큐커는 전자레인지와 그릴, 에어프라이, 토스터 등 여러 기능을 갖춘 멀티조리기구다.

비스포크 큐커 판매 전략은 다른 가전과 완전히 다르다. 삼성전자는 큐커를 일종의 ‘플랫폼’으로 보고 접근했다. 삼성카드, 식품업체와 손잡고 내놓은 구독 서비스인 ‘마이 큐커 플랜’에서 이같은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삼성닷컴 e식품관에서 약정 기간 동안 매달 큐커에서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와 가정간편식을 구매하면 비스포크 큐커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큐커를 판매해서 얻는 이익보다는 꾸준히 관련 제품을 판매해서 소비자를 잡아두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플랫폼 기업처럼 소비자를 제품에 묶어두는 ‘락인효과’를 노린 셈이다.

실제 큐커 밀키트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삼성전자 e식품관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가전과 연계해 다양한 식품을 판매하는 e식품관을 열었다. e식품관 문을 연지 1년만에 기존 15곳이었던 파트너사가 42곳으로 늘었다. 가입자 수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가 출시한 가정용 식물재배기 ‘틔운’과 수제맥주제조기 ‘홈브루’도 가전의 플랫폼화 전략과 맞닿아있다. 틔운을 구매한 소비자는 LG전자가 직접 개발한 틔운 맞춤형 씨앗키트를 구매해야 한다. 식물을 키우는 데 한두달 남짓 걸리기 때문에 적어도 2개월에 한번씩은 씨앗키트를 구매하는 셈이다.

LG전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씨앗키트 패키지 판매량은 제품 출시 당시인 2021년 10월과 비교하면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소비자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품종의 씨앗을 계속 내놓고 있다.

홈브루 역시 소비자가 맥주를 만드는 캡슐을 꾸준히 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컨대 소비자가 맥주 캡슐을 한달에 두 번 씩, 1년 간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LG전자로선 기계 한 대를 파는 것과 동일한 이익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틔운과 홈브루는 필수 가전이라기보다는 취미생활용 가전에 가까워 아직 수익성 자체는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LG 틔운과 틔운 미니에서 새 씨앗키트를 키우는 모습 .[LG전자]
가전업계가 플랫폼 비즈니스에 주목한 것은 기존 가전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가 가전을 교체하는 주기가 긴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가전제품 특성상 교체 주기가 약 7~10년에 달하다보니 그 안에 소비자들이 꾸준히 제품·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요소를 고민한 것이다.

한 가전업계 임원은 “가전 제품보다는 연관 제품과 서비스의 이익률이 높다”며 “이제 가전 판매가 아니라 ‘플랫폼 비즈니스’를 해서 꾸준히 수익률을 높이려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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