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 디지털플랫폼위원장 “데이터의 주인은 국민… 부처의 데이터 칸막이 없애겠다” [인터뷰]

송은아 2023. 4. 25. 06: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위원장
민·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생태계 조성
1곳서 1개 아이디로 1500종 이용 가능
초거대 AI 도입… 복지·민원 등 적용도
2026년 가시적 성과… 年 2조 절감 기대
전국 지자체 청년정책 AI 분석·추천
중소기업 등 지원책 온라인 간편 청구
정보화시스템 모은 컨트롤타워 필요
데이터 통합 통해 ‘하나의 정부’ 만들 것
#. 고속도로 20분 이내, 전자제품 부품업, 법인세 혜택. 이런 조건의 공장 부지를 찾는 중이라면, 힘들게 발품 팔 필요가 없다. ‘공장 간편 인허가 서비스’에 원하는 내용을 입력하면 최적 후보지들을 추천해준다. 3차원(3D) 시뮬레이션 후 마음에 들었다면, 인·허가까지 한 번에 신청할 수 있다.
 
#. 서울시는 미취업 청년에게 300만원의 청년수당을 준다. 문화이용권 20만원, 대중교통비 10만원, 이사비도 지원한다. 이 가운데 내가 받을 만한 혜택을 놓치지 않았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의 ‘혜택알리미’가 미리 귀띔해주기 때문이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대해 ‘정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앰으로써 데이터가 공유·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정부’라고 설명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두 사례는 윤석열정부 국정과제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디플정)가 본 궤도에 올랐을 때 가능한 모습이다. 디플정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왔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디플정 실현계획 보고회를 가졌다.

이 계획에 따르면 디플정의 가시적 성과가 나오는 건 2026년이다. 3년 후 디플정이 안착하면 1500여종의 정부 서비스를 한 곳에서 하나의 아이디로 이용할 수 있다. 지금처럼 홈택스, 위택스, 복지로를 일일이 찾지 않아도 된다. 첨부서류를 챙길 필요도 없어진다. 이로 인해 줄어드는 시간·비용은 연간 2조원 규모다. 공공 부문 종이 사용량은 절반이나 감축된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SaaS)은 1만개 육성된다.

그럼에도 디플정은 국민에게 여전히 막연하게 느껴진다. 데이터·플랫폼이 추상적인 용어인 데다 현재 전자정부도 상당히 편하기 때문이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을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집무실에서 만나 디플정의 필요성과 상세한 그림을 들었다. 고 위원장은 “전자정부가 정부 시각에서 만들어졌다면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국민의 시각에서 보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디지털 플랫폼 정부라는 용어 자체가 익숙지 않다. 쉽게 설명한다면.

“데이터가 공유·융합돼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정부다. 모든 부처의 ‘데이터 칸막이’를 없애 데이터를 서로 연결하고 분절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민간의 혁신 동력도 가져 온다. 디플정은 데이터가 서로 흐르고 민·관이 같이 모이는 생태계를 만들어 혁신 활동이 지속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가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 재난지원금 지급까지 한참이 걸렸다. 결국 보편 지급을 하게 된 게, 선별 지급을 못해서다. 부처마다 데이터를 따로 갖고 협업하지 않으니 어려웠다. 여러 데이터를 모아서 처리하는 틀이 있으면 대상자를 빨리 찾을 수 있었다.

-현재 전자정부도 상당히 편하다.

“전자정부는 국민이 A기관에서 서류를 떼서 B기관에 낼 때 인터넷으로 편하게 하도록 했다. 디플정은 ‘A가 B에 주는 서류를 왜 국민이 떼야 하지’라고 묻는다. (디플정은 A·B가 서류를 바로 주고받는 ‘첨부서류 제로화’를 추진한다.) 전자정부가 정부·공급자 시각에서 봤다면 디플정은 국민의 시각에서 본다. 국민 시각에서 국민의 불편함을 덜자는 거다. 지금이 편하다는 건 더 편할 수 있는 걸 몰라서 그런 거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장 2023.4.18 남제현 선임기자
-부처 간 데이터 칸막이를 없애겠다고 했다. 칸막이가 있던 이유는 뭔가.

“두세 가지가 있다. 전자정부는 업무 전문화·분업화에 따라 기관별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1118개 기관이 1만7060개 시스템을 따로 만들었다. 그러면 정보화 담당자는 해당 기관 시스템 개선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서로 데이터가 흐르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또 다른 이유로, 국세기본법·민원처리법·대중교통법 등 각 부처가 가진 개별 기본법이 있다. 이 법들은 부처가 획득한 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도록 하고, 예외 조항을 뒀다. 이를 안 지키면 페널티가 굉장히 세다. 공무원들이 예외조항을 해석할 때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기본법을 바꿔서 금지되는 경우만 규정하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세계 최초 정부 전용 초거대 인공지능(AI)을 도입해 복지·민원 업무 전반에 적용하겠다고 했다. 초거대AI는 부정확·편향성 문제가 있지 않은지.

“부정확하고 편향된 데이터가 들어왔기에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정부 데이터는 굉장히 정제됐다. 정부 전용 초거대AI는 1단계로 공개된 정부 문서를 학습시켜 보도자료, 연설문 등을 작성하는 실증 사업을 한다. 2단계로 보안을 지키면서 내부 비공개 행정문서를 학습시킨다. 마지막으로, 초거대AI의 정확성과 신뢰성 확보는 인간피드백 강화학습(RLHF)이 핵심이기에 공무원이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한다. 문서 작성, 민원, 복지, 안전 등에 정부 전용 초거대AI를 보조 역할로 적용할 수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은 디지털 취약계층인 경우가 많아 ‘혜택알리미’가 실효가 크지 않을 듯하다. 디플정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을까.

“디플정은 공무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꿀 거다. 디플정이 지렛대가 돼, 일한 것의 두세 배 성과가 나올 거다. 예를 들어 주민센터 주무관이 많이 하는 게 가족관계증명서 처리다. 주민센터에서 법원행정처에 가족관계증명서를 요청하면 PDF 파일, 즉 이미지로 전송된다. 이 내용을 일일이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이런 서류가 꽤 많은데 디플정으로 개선할 수 있다. 또 정책 보고서의 절반 정도는 왜 해야 하는지,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는지 하는 내용이다. 정부 전용 초거대AI가 충분히 써줄 수 있다. 이러면 공무원들이 시간이 남는다. 현장에 가고 주민·기업과 만날 수 있다.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발로 뛰는 행정이 가능해진다.”

-AI·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행정을 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주요 시설은 데이터에 기반해 사전예측을 하지만 적자를 보곤 한다.

“예타 수요예측이 왜 잘못될까. 사용한 데이터 품질도 문제고, 데이터 분석 모델도 문제다. 이 단계에 일단 정책의도가 들어간다. 좋은 것만 골라쓰고, 유리한 모델만 가져와 적용한다. 심사에 주어지는 시간도 부족하다. 제도를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데이터에 기반한 행정을 하려면 데이터 수집부터 관리까지 품질을 올릴 체계가 시급하다. 그런데 우리는 데이터를 관할하는 곳이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로 나뉘어 있다. 국가데이터 전체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장 2023.4.18 남제현 선임기자
-국민이 디플정을 체감할 수 있도록 ‘국민드림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다.

“총 31개를 한다. 우선 청년정책 통합 플랫폼을 만든다. 전국 지자체 청년 정책이 약 4000개다. 청년들을 인터뷰해 보니 ‘일하고 아르바이트하는데 어떻게 다 찾아봐요’ 한다. 그래서 본인이 동의하면 우리가 공공데이터를 모아서 AI로 분석해 추천해주려 한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도 마찬가지다. 부처마다 지원책이 다 있는데, 기업 규모·연혁·업종에 따라 자격이 제각각이다. 실손보험도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 청약 정보도 있다. 청약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세 군데서 공고가 나온다. 서류를 제출하려면 이틀 휴가를 내야 한다. 저희가 인터뷰한 신혼부부는 이틀 휴가 내 청약을 했는데, 나중에야 자격이 안 된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청약 정보를 민간에 열어주면 더 편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무역금융도 마찬가지다. 무역회사가 관세청에서 서류를 받아 은행에 낼 때 내역을 일일이 다시 맞춰야 한다. 관세청이 은행에 바로 서류를 보내는 기업마이데이터를 하겠다.”

-국회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많다. 종이 없는 행정을 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종이 문서로 원본을 요구하는 개별 법령이 332개다. 전자문서의 원본성 요건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전자문서법도 개정해야 한다. 민원처리법도 현재 문서고지에서 전자고지가 기본이 되게 바꿔야 한다.”

-이번에 못 넣었지만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정부 정보화시스템들을 모아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기관을 만들고 싶다. 또 부처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디플정 평가지표를 만들겠다. 정보화예산을 심의할 때 디플정에 맞는지 사전 심의할 권한이 생겼으면 한다. 어떻게 하면 공무원들이 아래아한글을 안 쓰게 할까, 문서를 예쁘게 만드는 걸 포기하게 만들까도 고민이다. 편한 개방형 협업툴을 만들면 여러 불편이 없어질 듯하다.”

-디플정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난제는.

“오랫동안 시스템을 각각 운영해온 부처들의 반발, 데이터의 공유·연계·융합을 막는 법제도적 제약, 민간기술 적용에 대한 부작용 우려 등 많은 반발과 저항이 있을 것이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부처의 데이터 개방을 막는 큰 걸림돌이다. 데이터가 유출됐다면, 데이터를 준 쪽이 아닌 받아간 쪽에서 책임을 지는 방식을 감사원과 논의하고 있다.”

-디플정을 위해 각 부처에 당부한다면.

“정부 부처들이 세금으로 수집한 데이터는 국민들 것이다. 데이터의 주인은 부처가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에게 이롭게 활용돼야 한다. 자기네 시스템에만 가둬놓으면 죽은 데이터가 된다. 여기저기 데이터가 합쳐지면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자꾸 데이터를 공유해서 융합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국민 입장에서 서비스를 설계해야 한다. 국민이 볼 때는 이게 행안부 사이트인지 국세청, 서울시 사이트인지 알 필요가 없다. 하나의 정부가 보이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서비스를 만드는 시각 자체를 국민 중심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위원장은…
●1961년 서울 출생 ●서울대 전자공학 학사 ●미국 시라큐스대 컴퓨터공학 석·박사 ●바로비젼 대표이사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회장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회장 ●제1대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회장 ●윤석열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디지털플랫폼정부 TF팀장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현)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