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묶인 中企] 정부 지원 엇박자… 전자약 1위 기업도 고군분투
“코트라 무역관은 현장 수요와 안 맞아”
“시장 규모가 작은 업종 특성상 최대한 많은 수출국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어서 시장 개척에 어려움이 많은데 정부로부터 적합한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 적극적으로 돕고 싶어 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정작 해외 경험이 없어 현지 상황을 알 방법이 없다고 한다.”
21년차 전자약 제조기업 리메드의 고은현 대표는 “정부 지원책이 현장의 수요와 엇박자를 타는 탓에, 시장 분석이든 대리점 탐색이든 자력으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리메드는 전자약 분야 국내 1위 기업으로, 지난해 40여개국 50개 대리점을 통해 1200만달러(약 158억원)를 수출했다. 그러나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부딪쳐 일군 성과라고 그는 말했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를 통해 중소기업 수출을 지원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책은 현장 수요와 거리가 멀고, 중소기업 주무 부처인 중기부는 현장에서 기업을 밀착 지원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에 따르면 코트라는 중소기업 수출과 관련해 온·오프라인 설명회 컨설팅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84개국에 파견된 129개 해외무역관을 통한 현지 바이어 발굴, 시장동향 파악 등 시장조사를 유료로 지원한다. 업종별 전시회와 상담회를 개최하고, 코트라가 현지 지사 역할을 대행해 사업을 지원하는 지사화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산업부도 해외 각국에 상무관을 두고 기업들의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중기부는 산하 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의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통해 중소기업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는 세계 12개국에 마련돼 있다.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이 입주해 금융, 투자, 기술 교류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 비용을 일부 부담하면 중기부가 보조금을 보태주는 수출바우처 등 자금 지원을 비롯해 컨설팅 등도 지원하고 있다.
◇ “코트라 지원도 무소용… 결국 발로 뛰었다”
지원책은 다양해도 기업들은 실제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고 대표는 “40여개국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코트라와 중기부 등 정부 지원을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다”고 했다.
해외 영업과 판매를 맡아줄 현지 대리점을 발굴하는 일이 가장 큰 고충이었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리메드의 경우 국내 전자약 시장 규모는 1000억원에 그치는 데 반해 세계 시장 규모는 25조원에 달해 수출국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리메드는 매출의 70%를 해외에서 내고 있고, 한국을 비롯해 독일, 스페인, 대만, 태국, 홍콩, 러시아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하고 있다.
고 대표는 “유럽 진출을 준비하던 시기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두루 갖춘 현지 대리점을 찾기가 어려워 코트라 지원을 받은 적이 있다”며 “30만원을 내고 현지 무역관으로부터 3~5개 대리점 목록을 받았는데 우리 제품과 성격이 다른 제품을 취급하는 회사뿐이었다. 제품군이 맞는 대리점이 없어 결국 자력으로 찾아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코트라의 지사화사업 역시 “사무실을 빌려 쓰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사화사업은 해외 지사를 설립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코트라가 현지 지사 역할을 대행해주는 지원사업이다. 신청 기업 가운데 코트라가 지원 대상 기업을 선정한 뒤 참가비를 받고 해외무역관이 기업과 협약을 맺어 사업을 돕는다.
고 대표는 “해외에 진출하는 중소기업에 필요한 건 사무실 공간이 아닌 시장 정보”라며 “지사화사업의 실익이 크지 않아 다른 기업들도 굳이 신청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코트라는 “2022년도 지사화사업 가입 업체수는 2019년 대비 16% 증가한 만큼 실익이 크다”며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최고 등급을 달성할 만큼 이용 기업들의 만족도는 높다”고 말했다.
◇ 中企 직접 지원하는 중기부는 주재원 0명
코트라는 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고, 중기부는 그보다 더 밀착해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부처다. 그러나 중기부에 지원을 요청해도 “중진공의 수출바우처를 활용하라”는 답만 돌아올 뿐이었다고 고 대표는 말했다.
그는 “중기부는 현장에서 중소기업을 밀착 지원하는 부처인데 해외 주재원이 한 명도 없다”며 “중기부도 판로 개척을 도우려는 마음은 앞서는데 관련 부처에 협조를 구하는 것 외에는 지원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산업부의 상무관처럼 해외에 주재하는 중기관은 한 명도 없다. 중소기업이 해외 현지에서 중기부 지원을 받으려면 중진공의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를 통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이마저도 코트라(84개국)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12개국에만 센터가 마련돼 있고, 각 센터의 중진공 소속 인원은 센터장 한 명뿐이다.
중진공 관계자는 “수출하려는 중소기업은 점점 늘고 있는데 권역별로만 뒷받침하고 있어 현장 수요에 전부 대응하기 어려워 아쉬운 점이 있다”며 “특히 유럽은 독일에만 있어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센터들도 사실상 1인 공관처럼 운영되고 있어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중소기업 지원 인프라가 아직 잘 갖춰지지 않아 중소기업 프로그램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리메드는 각 국의 대리점을 찾기 위해 매년 수억원을 들여 전 세계 의료기기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다. 올해도 5개의 전시회에 참가한다. 최대한 많은 전시회를 통해 제품을 알리고 싶지만 한정된 재원 때문에 무작정 횟수를 늘린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는 “주요국에만이라도 현장에서 직접 뛰며 중소기업을 지원할 전담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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