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본고장을 가다]② “연봉 5억+이사비용 지원”… AI 스타트업 구직 열풍에 엔지니어 몸값 ‘껑충’
LA타임스 “머신러닝 박사나 AI 기업 창업 경험 있으면 가장 높은 연봉 받아”
구글브레인 리서치팀 8명 중 7명 퇴사… 직접 창업하거나 스타트업 합류
캐릭터닷AI, 플랫폼 방문자 수 1억명 달해… 빅테크 기업들 뒤늦게 개발 속도
미국 스타트업 오픈AI가 선보인 ‘챗GPT’가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자고 나면 새로운 AI 툴(도구)이 쏟아지고 빅테크 기업들도 일제히 경쟁 서비스·제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조선비즈는 챗GPT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AI 골드러시’의 주인공들과 함께 생생한 혁명의 무대를 소개한다.[편집자주]
“해당 직군의 예상 연봉은 최대 37만5000달러(약 5억원)이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으로 이사할 경우 비용을 지원한다.”
2021년에 창업한 인공지능(AI) 챗봇 ‘크로드’ 개발사 앤트로픽은 지난 3월 이 같은 내용의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 Engineer)’ 채용공고를 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챗GPT 열풍으로 새롭게 등장한 직업군인데, 생성형 AI가 더 좋은 답변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프롬프트(명령어)를 설계하고, 오답을 내놓을 땐 이를 조정하면서 테스트한다. 지난 2월 구글이 3억달러(약 4000억원)를 투자한 앤트로픽은 “채용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높은) 연봉, 보상금, 21주 육아휴직 등의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문서 검토 AI 개발 스타트업 클래리티는 링크드인을 통해 대규모 언어모델(LLM·방대한 콘텐츠를 요약, 번역, 예측할 수 있는 딥러닝 알고리즘) 엔지니어를 채용 중인데, 최대 23만달러(약 3억700만원)의 연봉을 제시했다. 2021년 시리즈A 투자로 확보한 1800만달러(239억원)를 인재 확보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2023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에서도 AI 인력난이 화두였다. 이날 AI 기술에 대해 토론한 한 행사에는 4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는데, 이들은 모두 “우리 회사는 지금 AI 인력을 구하고 있다”는 말로 인사를 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각) 오후 샌프란시스코 포트메이슨 공원 내 저택에서 열린 ‘생성형 AI 밋업’ 네트워킹 행사에서도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빅테크 기업은 물론 AI 스타트업 관계자들까지 “주변에 AI 이해도가 높은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없냐”라면서 수소문을 하고 다녔다.
◇ AI 인재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 빅테크 인력 스타트업으로 이동
실리콘밸리 내 ‘AI 골드러시’ 영향으로 창업·채용 붐이 일면서 엔지니어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LA타임스는 “가장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자리는 머신러닝 (전공의) 박사학위 소지자나 AI 회사 창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반면 빅테크 기업들은 ‘S급 인재’들을 뺏기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실제 구글이 2017년 내놓은 ‘어텐션 기법만 있으면 돼(Attention is all you need)’라는 논문의 공동저자 8명 중 7명이 회사를 나와 직접 창업하거나 오픈AI와 같은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이들은 논문 출간 당시 구글브레인 리서치팀에 소속됐는데, 이 논문은 오늘날 챗GPT와 구글의 ‘바드’ 등 생성형 AI의 근간이 됐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들은 스탠퍼드대, 코넬대 등 미국 유명 대학을 돌아다니며 떠나는 AI 인재를 대신할 전공자를 스카우트하고 있다.
“구글에는 AI 관련 최고 실력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AI 서비스의 실험 등을 위해) 예산 승인 등 허락을 받아야 했다. 구글 밖으로 나와야 진정한 자유가 생긴다. 생성형 AI 모델을 제대로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이 이 세상에 300여명 수준인데, 그 중 50명은 코히어에 있다.”
에이단 고메즈 코히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구글브레인에서 인턴·학생연구원으로 약 3년간 근무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밟았던 고메즈 CEO는 빅테크 기업의 높은 연봉을 거부하고 직접 창업을 택했다.
앤트로픽 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 역시 프린스턴대에서 신경과학 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후 바이두와 구글에서 AI 연구를 진행했지만, 2021년 직접 회사를 차렸다. AI 기반 검색엔진 스타트업 니바의 창업자 스리드하르 라마스와미도 구글 엔지니어링 및 광고 부문 부사장 출신이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로 회사를 나온 이들이 일제히 창업에 나서자 실리콘밸리에선 ‘리벤지(revenge·복수) 스타트업’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인 필 헤무트는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해고를 당한 수많은 엔지니어가 ‘돈 냄새’를 맡고 AI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라고 했다.
◇스타트업 서비스·기술 이미 성과… 빅테크는 헛발질
AI 스타트업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직원·자본을 투입해 뒤늦게 생성형 AI 개발 경쟁에 뛰어든 것과 달리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캐릭터닷AI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 2명이 창업한 AI 챗봇 회사로, 직원수가 20여명에 불과하지만 플랫폼 방문자수가 이미 1억명(웹사이트 트래픽 분석 플랫폼 시밀러웹 집계)에 달한다. 이에 최근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회사인 앤드리슨 호로위츠 주도로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 창업 16개월 만에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이 넘는 비상장 기업)이 됐다. 비즈니스 글쓰기 AI 플랫폼 스타트업 재스퍼는 서비스 출시 약 2년 만인 지난해 12월 유료 이용자 10만명을 확보했다.
반면 빅테크 기업들은 설익은 서비스·제품을 내놓았다가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구글은 올해 2월 프랑스 파리에서 ‘바드’를 시연했다가 AI가 오답을 내놓아 체면을 구겼다. 9살짜리 어린이가 바드에 ‘제임스 웨브 우주망원경(JWST)의 새로운 발견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면 좋겠느냐’라고 질문했는데, 바드가 유럽남방천문대 망원경(VLT)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바드 개발에 속도를 올리기 위해 전사 직원에게 하루에 2~4시간을 실험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자사 AI 조직인 딥마인드와 브레인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AI 열풍 속에 초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챗GPT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으로 MS의 클라우드 ‘애저’에서만 구동된다. 이에 고객사가 생성형 AI 사용을 목적으로 클라우드를 바꿀까 노심초사한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 13일 대규모 언어모델 ‘타이탄’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용 생성형 AI 클라우드 서비스 ‘베드록’을 미리보기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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