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서 확 늘린 태양광 과잉에…호남 이어 영남도 ‘블랙아웃’ 우려

세종=전준범 기자 2023. 4.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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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다음으로 태양광 설비 많은 영남
증가 속도 더 빨라…7년간 6.4배 늘어
전력 과잉 생산도 블랙아웃 유발 원인
정부 “영남도 태양광發 블랙아웃 위기”
송전망 보강 시급하나 주민 반대 발목
빚더미 한전도 발목…“민간 참여해야”

문재인 정부 시절 급격히 불어난 태양광 발전 설비가 봄철 전력 과잉 생산에 따른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 리스크를 확 키운 가운데, 태양광 발(發) 정전 대란 가능성에 관한 에너지 당국의 우려가 호남에 이어 영남 지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영남은 호남에 이어 국내에서 태양광 발전 설비가 두 번째로 많은 지역일 뿐 아니라 설비 증가 속도도 빠르다. 시도 단위로 보면 경북의 태양광 설비가 전남과 전북 다음으로 많다.

정부는 호남·영남 등 주요 전력 생산지와 수도권 등 수요지를 촘촘하게 연결해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으면 블랙아웃 가능성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송전망 확충은 인근 주민 반발과 전기요금 정상화 지연에 따른 재정 한계 등으로 전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송‧변전 설비 투자를 민간에 개방하는 등 획기적인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 설비는 전남·전북·경북·충남 등의 순으로 많다. 사진은 2020년 8월 24일 전북 장수군 천천면 장판리 야산의 태양광 발전 설비가 폭우에 흘러내린 모습. / 조선 DB

◇ 호남 태양광 5.4배 늘어날 때 영남은 6.4배 증가

25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전북·전남 등 호남 지역의 태양광 발전 설비 규모는 9111메가와트(MW)로 국내에서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과 전북이 각각 5057MW, 4054MW다. 경북·경남 등 영남 지역이 4527MW로 호남 뒤를 따랐다. 경북이 3022MW, 경남이 1504MW다. 시도 단위로 보면 전남·전북·경북·충남 등의 순이다. 이 중 충남의 태양광 설비 용량은 2674MW다.

설비 자체는 호남이 더 많지만, 설비 증가율을 보면 영남 지역의 태양광 설비 증가 속도가 호남보다 빠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이던 2016년 710MW이던 영남 태양광 설비 용량은 2018년 1417MW, 2020년 2754MW, 2022년 4355MW 등으로 매년 전년 대비 20~40%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현재 설비 용량은 2016년의 6.4배다. 같은 기간 호남 지역 태양광 설비 용량은 5.4배 늘었다.

이런 추세이다 보니 태양광 과잉 투자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정부로선 호남뿐 아니라 영남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블랙아웃은 수요 과잉뿐 아니라 공급 과잉일 때도 발생할 수 있어서다. 호남 지역의 태양광 과잉 생산은 이미 수급 불균형 문제를 낳고 있다.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이달 들어서만 10회 이상의 강제 출력 제어를 호남에서 실시했다. 태양광뿐 아니라 양수·바이오 등 다른 연료원 출력도 억제했다.

그래픽=손민균

심지어 정부는 전남 영광의 한빛 원전 출력도 수차례 통제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전 출력 제한은 다른 조치를 다 했는데도 수급 불균형이 심할 때 취하는 마지막 단계다. 그만큼 현재 봄철 태양광 설비의 전력 과잉 생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우려의 시선이 주로 호남에 쏠려 있지만, 이 흐름대로면 영남 지역도 태양광 발 블랙아웃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 걸림돌은 주민 반대와 예산… “민간 참여시켜야”

정부는 봄철처럼 전력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부하기일수록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와 원전 설비가 집중된 호남·영남 지역의 남는 전력을 전력 수요가 높은 수도권으로 원활히 전송해야 블랙아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두 지역을 연결하는 송전선로가 극히 부족해 계통 불안정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일례로 호남과 수도권을 잇는 송전선로는 ‘신옥천-세종’과 ‘청양-신탕정’ 등 2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에너지 당국도 이런 현실을 인지하고 송‧변전 설비 보강 계획을 수립·추진 중이다. 문제는 송전선로 인근 주민의 극심한 반발로 실제 보강은 계획처럼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력거래소와 전력시장감시위원회는 작년 말 발표한 ‘전력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송‧변전 설비 건설에 대한 지역 주민의 반대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취소되는 등 송‧변전 설비 건설 계획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 건물 외벽에 전력 계량기가 부착돼 있다. / 연합뉴스

여기에 송‧변전 설비 확충 주체인 한국전력의 재무 상태가 나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정부는 오는 2036년까지 송·변전 설비 건설에 필요한 투자 비용을 56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연말까지 한전에 쌓일 누적 적자는 52조원 이상일 것으로 관측된다. 2020년만 해도 3조4200억원이던 한전채 발행 물량은 지난해 31조8000억원으로 2년 만에 10배 이상 급증했다. 전기요금 정상화에 실패하면서 전력 구매가가 판매가보다 높은 역마진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주민 수용성과 재무적 난항을 동시에 극복할 아이디어로 송전망 투자에 민간 자본을 끌어오는 방안을 제시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학장(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은 “주민 설득의 핵심은 결국 보상인데, 이미 수십조원의 채권을 발행한 한전에 넉넉한 추가 자금 마련을 기대하긴 힘들다”며 “날로 심해지는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결할 거의 유일한 방법은 송전망 투자에 민간 기업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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