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잊힐권리' 시행…'학폭 고발영상'도 사라질까

송혜리 기자 2023. 4.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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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개인정보위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권리 시범사업' 시작
'자신이 올린 게시물'이 지원 대상, 단순변심 삭제는 불가능

[그래픽]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아동·청소년 시기에 흑역사 지워준다면, 학폭(학교폭력) 영상도 요청하면 지워주는 건가요?"

정부가 이달부터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권리 시범사업'을 시작하자 국민들은 이같이 우려했다. 개인의 요청으로 과거의 게시글을 삭제해주는 이 사업이 자칫, 범죄 혹은 폭력영상을 삭제해주는 등 신분세탁을 돕는 도구로 활용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디지털 세대인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한 '디지털 잊힐권리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잊힐권리 시범사업'은 어린시절부터 온라인 상에 많은 개인정보가 장기간 누적된, 만 24세 이하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사업이다. 이를 통해 개인정보위는 아동·청소년 시기에 자신이 작성한 게시물 중 개인정보가 포함된 게시물을 다른 사람이 검색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삭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자신이 올리 자신의 게시물에만 해당…"피해 사실 입증해야"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가해자들의 학폭 영상을 지워주는 것이냐" "범죄집단을 감싸는 것이냐" "가해자에게 잊힐 권리는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지원사업이 자칫 신분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위는 "학폭 영상을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당장의 잊힐권리 시범사업은 자신이 올린, 자신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게시물을 지워주는 형태다. 그러나 학교폭력 사진·영상의 경우 피해자가 해당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공개할 순 있지만, 가해자가 자신의 폭력영상을 스스로 게시했을 가능성은 낮다. 이같은 전제로 해당 게시물은 가해자 본인의 게시물이 아니므로, 삭제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설령, 가해자가 장난 등의 목적으로 과거 스스로 올린 폭력 영상 등을 내려달라고 하는 경우에는 자신이 해당 게시물로 인해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 지 소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병남 개인정보보호정책과장은 "해당 게시물로 자신이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 지 요청자가 소명을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단순변심 등으로 인한 요청 등은 수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잊힐권리 시범사업 대상이 '제3자가 올린 게시글'까지 확대되더라도, 이의 경우는 엄격하게 걸러질 수 있다고 개인정보위 측은 설명했다. 이 과장은 "제3자 게시물 삭제는 극단적으로 개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 등으로, 명확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지원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삭제할 게시물의 기준과 대상, 삭제요청 수용 과정에 발생할 다양한 변수에 대해서는 앞으로 사례 공부를 해 나갈 것이란 게 개인정보위 입장이다.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잊힐권리 시범사업은 아동·청소년들이 자신에 관한 정보가 SNS 등의 환경에 노출되는 상황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또 어떤 여파가 생길 수 있는지 이해도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예를 들어 한 사진에 5명 정도가 있는데 A는 내리는 것을 동의하지만 B는 동의하지 않는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질문 등에는 앞으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포털' 내 '잊힐 권리(지우개)' 게시판서 신청 가능

이날부터 만 24세 이하 국민 누구나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권리 시범사업'을 통해 자기게시물 삭제·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삭제 등을 지원 하는 게시물은 만 18세 미만 아동·청소년 시기에 본인이 온라인에 게시한,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글·사진·영상 등이다.

해당 사업은 ▲신청접수(국민→KISA) ▲상담 및 지원방법 결정(KISA) ▲접근 배제 등 요청(KISA→사업자) ▲모니터링 및 결과 통지(KISA→국민) 등 4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신청방법은 '개인정보 포털' 내 '잊힐 권리 신청(지우개)' 게시판에서 신청 가능하며 신청서 작성 시, 요청 게시물 URL과 요청사유 등을 기입해야 한다. 이 때 해당 게시물이 본인의 것이란 입증자료가 필요한데, 마스킹 처리한 신분증, 동일한 ID·별명·IP주소 등 타 사이트를 이용한 현황 등이 될 수 있다.

접수가 완료됐다면, 상담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진행한다. 삭제 신청자와 담당자를 일대일로 매칭해 삭제 지원 여부와 지원방법, 자기 게시물 입증에 필요한 보완 자료 등을 상담하고 지원한다.

만약, 본인의 계정으로 게시물을 올렸지만 익명 게시물이어서 자기 게시물 입증이 어렵다면 이용자가 주로 사용하는 IP주소와 게시물의 IP주소가 같은 지 살피거나, 해당 게시물의 내용 등을 고려해 자기 게시물 여부를 판단한다.

예전에 탈퇴해 해당 웹사이트에서 회원의 개인정보를 파기한 경우에도 방법은 있다. 게시글과 동일 ID 혹은 별명을 사용하고 있는 타 사이트 이용현황 등을 증빙 할 수 있다면, 게시물 삭제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이정렬 개인정보위 사무처장은 "앞으로 관계 부처·전문가와 협의해 아동·청소년이 지우개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와 지원체계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w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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