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템할래요” 패션도 ‘중고’가 뜬다…판 커지는 ‘C2C 플랫폼’
중고 패션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한 중고 거래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중요한 소비층으로 부상한 데 따른 현상이다. 명품 가방·시계·스니커즈뿐 아니라 일반 의류와 액세서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개인 간 거래(C2C)를 할수 있는 플랫폼이 최근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C2C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고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기반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글로벌 중고 패션 재판매 시장 232조원
데이터 분석 업체 글로벌데이터와 온라인 패션 중고 플랫폼 스레드업(thredUP)이 내놓은 ‘2023 리세일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중고 패션 재판매 시장은 지난해 1770억 달러(약 232조원)에서 2027년 3500억 달러(약 459조원)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컨설팅도 중고 패션 시장 보고서에서 전체 패션 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중고 패션 시장은 앞으로 연평균 20~30%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구매 이유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고 패션 제품의 구매 요인으로 ‘저렴한 가격’을 우선시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경험’과 ‘가치 소비’를 위해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BCG의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중의 절반이 ‘경제성’과 ‘가성비’를 중고품 구매의 1순위 이유로 꼽았지만 비율은 낮아지고 있다. 반면 ‘지속 가능성’과 특별하고 가치 있는 물건을 찾아내는 ‘경험’이 새로운 구매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고 거래 횟수가 늘어날수록 구매하는 카테고리도 확대되고 있다. 연간 1~2개 중고 거래를 하는 이용자의 60%는 가방 또는 신발을 사는 데 그쳤지만 16~30개를 거래하는 이용자의 41%는 중고 의류를 신발이나 가방보다 더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트렌드는 ‘MZ세대’가 이끌고 있다. 중고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번개장터 내 중고 패션 거래 이용자 중 78%가 MZ세대로 집계됐다. Z세대의 헤리티지(타미힐피거·라코스테·폴로) 브랜드 구매 비율은 전체 42%, 친환경(프라이탁·베자·파타고니아 등) 브랜드는 56%에 달한다.
BCG도 중고 패션 시장에 참여하는 구매자 중 31%가 Z세대였고 이어 밀레니얼 세대가 2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판매자도 Z세대가 가장 많았다. 전체의 44%에 달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37%로 집계됐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중고 패션 거래 주이용 층은 모바일에 익숙한 MZ세대”라며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좋아하는 영역을 깊게 파고드는 ‘디깅(digging) 소비’가 성행하는 것이 중고 패션 시장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이나 일반 매장에서 살 수 없는 자신만의 옷을 찾겠다는 심리가 지배하는 시장이라는 얘기다.
네이버부터 스레드업까지
중고 패션 시장의 이용자들은 구매에 그치지 않고 판매자로도 적극 나서고 있다. BCG는 “중고품 구매자들은 판매자가 되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판매자의 60%가 옷장을 비우고 싶어하며 보유 제품의 잔여 가치를 회수해 다른 상품을 구매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번개장터 등이 플랫폼을 성장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해외에서는 스레드업·베스티에르 컬렉티브 등이 대표적인 중고 패션 플랫폼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손자회사 크림과 크림의 자회사인 팹을 통해 중고 패션 플랫폼 ‘시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조3000억원을 투자해 북미 중고 패션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하기도 했다.
시크는 최근 네이버가 가장 공을 들이는 중고 패션 사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시크는 2011년 개설된 네이버 명품 중고 거래 카페 ‘시크먼트’의 확장판이다. 시크는 최근 월 거래액 100억원을 돌파했고 누적 거래액은 580억원을 기록했다. 자체 검수센터 ‘시크랩’의 검수를 받은 제품이 가품으로 판정되면 가격의 300%를 보장하는 등 적극적인 고객 대응이 이용률을 높이고 있다.
번개장터는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웹 커뮤니티 중심 온라인 중고 거래의 단점을 해소하는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커머스 형태로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바로 애플리케이션에 업로드할 수 있는 편리함과 거래자 간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번개톡’을 내세워 이용자를 모았다. 그 결과 지난해 번개장터 내 ‘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이 9700억원에 달했고 연간 거래액은 약 2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유럽에는 ‘베스티에르 컬렉티브’가 있다. 2009년 프랑스 파리에서 패니 모아존트와 소피 헤르산이 공동 설립한 패션 중고 플랫폼으로, 지난해 7월 한국에도 들어왔다. 설립 초기 중고 패션 사업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베스티에르 컬렉티브는 에르메스·구찌·루이비통을 비롯한 럭셔리 브랜드의 가방·신발·액세서리·의류 등 300만 개 이상의 아이템을 확보해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북미 최대 패션 중고 플랫폼 ‘스레드업’은 2009년 ‘중고 의류업계의 아마존’을 표방하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서 시작했다. 스레드업은 MZ세대가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시장 전환을 주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사업을 키웠다. 2020년 1억8600만 달러(약 2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21년 3월 나스닥 상장까지 성공했다. 스레드업은 하루 10만 벌의 옷을 유통하는 회사가 됐고 대중 브랜드 갭부터 명품 브랜드 구찌까지 3만5000여 개의 브랜드를 다루고 있다.
중고 패션 거래, 이용 팁과 주의 사항
<구매자>
·고가의 가방과 시계는 처음 구매할 때나 팔 때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브랜드 또는 모델을 먼저 고려하는 게 좋다.
·시세보다 많이 싼 물건은 가품 등의 위험이 있어 피해야 한다.
·중고 시세를 볼 때는 최근 판매된 3개 제품의 평균값을 추천한다.
·신년·설날·새학기 시즌이 겹치는 1~2월에 스니커즈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져 제품 선택 폭이 넓어진다.
·여름에는 패딩, 겨울에는 반소매·반바지 등과 같이 역시즌 제품을 구매하면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판매자>
·제품에 이니셜 각인 등 커스텀을 새겨 넣으면 재판매가 어렵고 상품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시즌 상품보다 스테디 상품 또는 리미티드 상품이 가격 방어가 잘 되는 편에 해당한다.
·새 제품 구매 후 깨끗한 상태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이너백 사용을 추천한다. 형태가 무너지지 않고 내부 이염을 막아 주는 효과가 있다.
·케이스·구성품·쇼핑백·보증서(AS 필요) 등을 보관해 풀 세트를 판매하면 거래 성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박스와 구성품 외에 정품임을 증명할 수 있는 정확한 구매처 기재가 거래에 유리하다.
·판매 제품을 등록할 때 태그 기능을 활용하면 검색 유입을 늘릴 수 있다.
<주의 사항>
판매 상품 등록 시 상세 설명 누락으로 구매자와 마찰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전화번호를 공유하거나 카카오톡 또는 전화·문자는 하지 않는 게 좋다. 거래와 관련된 모든 대화를 플랫폼 내의 채팅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대화 내역이 남기 때문에 분쟁 시 증빙으로 사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플랫폼 내 안전 결제 시스템이 제공되면 안전한 거래를 위해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밖에 명품이나 한정판 스니커즈 등 고가 패션 제품의 중고 거래 시 정품임을 확인받을 수 있는 플랫폼 내 검수 서비스를 이용하면 제품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만약 판매자가 해당 서비스 이용을 원하지 않으면 해당 판매자의 애플리케이션 내 사기 신고 조회 기능(경찰청, 더치트 API 연동)을 통해 계좌번호·연락처·카카오톡 ID로 신고된 이력을 조회할 것을 권장한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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