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국민연금, 지방 금융지주 팔고 KB금융 지분 늘렸다
KB금융 보유 비중은 7.95%에서 8.21%로 확대
지방 금융사, 비은행 부문 취약·부동산 PF 부진
KB금융, 증권·보험·카드 탄탄…은행 수익 감소 방어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해 금융 시장에서 ‘큰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각 지주사의 보유 지분율을 조정하고 있다. 지방 금융지주사와 신한금융지주 등의 지분을 매각한 반면 KB금융지주 지분은 오히려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연금의 금융사별 지분 조정은 올해 실적 전망치를 반영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지방 금융사들의 경우 정부의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 축소, 대출금리 인하 요구 등으로 올해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 반면 K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들을 고르게 보유하고 있어 선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국민연금, 지방 금융 3사 지분 대량 매도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BNK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3대 지방 금융지주사들의 지분을 1% 넘게 매도했다. BNK금융은 부산과 경남, DGB금융은 대구, JB금융은 전북과 광주를 각각 기반으로 둔 지방 지주사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 3일 JB금융 주식 205만3512주를 매도해 지분율을 8.21%에서 7.17%로 낮췄다. 이어 지난달 14일에는 BNK금융 주식 329만3741주를 매도했고, 31일에는 DGB금융 주식 192만2079주를 팔았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BNK금융이 9.48%에서 8.47%로, DGB금융은 9.92%에서 9.78%로 각각 떨어졌다.
대형 금융지주사에 대해선 엇갈린 선택을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31일 KB금융지주 주식 107만3442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7.95%에서 8.21%로 확대했지만, 신한금융지주의 보유 비중은 7.69%에서 7.64%로 줄였다.
◇ 지방 금융사, 1분기 이자수익 감소 ‘직격탄’
국민연금이 지방 금융사들에 대한 보유 지분율을 1%포인트 넘게 줄인 것은 올해 사업 여건 악화로 부진한 실적을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정부와 금융 당국은 은행권을 겨냥해 예대마진을 줄이고 대출금리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공격적인 구조조정과 지점 통폐합 등도 신중히 결정하라는 주문도 내놨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지난해보다 순이자마진(NIM·Net Interest Margin)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고, 비용 감축 등을 통한 순이익 확보도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지방 금융지주사들이다. 대형 지주사들은 은행 외에도 여러 비은행 부문 계열사를 두고 있고, 해외 사업 비중도 높아 은행이 타격을 입어도 견딜 여력이 충분하다. 반면 지방 지주사들은 은행이 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변동금리 상품의 비중도 높아 금리 하락기에 이자 마진 하락 폭이 크다는 약점을 갖는다. 게다가 대형사들에 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비중이 높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증권사들도 지방 금융지주사들의 실적 부진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방 금융지주 3사의 올해 1분기 지배주주 귀속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실적 전망 평균치)는 54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했다.
지주사별로 보면 BNK금융지주는 1분기 지배주주 귀속순이익이 24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DGB금융지주는 12.7% 감소한 1416억원, JB금융지주는 4.1% 줄어든 1599억원의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 KB금융, 고른 비은행 계열사 분포
대형 금융지주사들 역시 금융 당국의 압박과 금리 인하 등에 따른 이자 수익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대형사들은 지방 지주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은행 계열사와 해외 법인을 다수 확보하고 있어 은행의 실적이 부진해도 이를 방어할 만한 여력이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율을 늘린 KB금융의 경우 경쟁사들에 비해 다각화된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은 주력인 KB국민은행 외에도 KB증권과 KB손해보험, KB생명보험, KB국민카드 등 거의 전 금융 업종에서 경쟁력 있는 계열사를 두고 있다.
특히 KB증권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되고 시중 자산이 은행을 떠나 주식 시장으로 이동하면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KB손해보험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의 손해율이 크게 개선되면서 손보업계가 전체적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올해도 많은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해외 사업에서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됐던 악재를 상당 부분 해소한 점도 올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부코핀은행은 그동안 막대한 부실채권(NPL)을 떠안고 있었는데, 지난해 4분기 전체 NPL 규모를 웃도는 수준의 충당금을 쌓으면서 해외 법인 손실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부코핀은행 전체 NPL보다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에 앞으로 충당금 적립에 따른 일회성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연금이 비중을 줄인 신한금융지주는 다른 대형 지주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자 수익 감소 폭이 클 것으로 예측됐다. 박용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신한지주는 저원가성예금(은행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예금)의 정기예금 전환, 카드·캐피탈 등 비은행 부문의 이자비용 증가 등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 확대로 NIM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프앤가이드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를 보면 KB금융은 지배주주 귀속순이익이 1조40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줄어드는데 비해, 신한지주는 1조2918억원으로 7.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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